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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KOICA 해외봉사 일기(114)ㅣ몬쎄라떼 야경 Monserrate, 크리스마스 조명 장식 Iluminación de Navi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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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몬쎄라떼 야경 Monserrate, 크리스마스 조명 장식 Iluminación de Navidad


콜롬비아 보고타 몬쎄라떼(Monserrate)는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연말에는 특히 크리스마스 조명 장식(Iluminación de Navidad)을 보러 연일 해질녘이면 많은 인파가 몰립니다. 오늘도 역시 케이블카 탑승장 앞에 줄이 깁니다. 30분 넘게 줄을 서 있는데 직원이 카드 결제할 사람은 따라오라고 합니다. 넬비드가 얼른 저를 끌고 갑니다. 콜롬비아는 여전히 현금결제가 많아 직원을 따라가는 사람은 우리 둘 뿐입니다. 기기에서 왕복 티켓을 끊고 푸니쿨라(Funicular)를 타러 갑니다. 그새 해가 넘어가고 어둑해집니다. 해발고도 3,200m에서 내려다보는 보고타(Bogotá) 야경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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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쎄라떼 푸니쿨라는 한 번에 80여 명을 실어 나릅니다. 앞 차는 정원이 다 찬 것 같아 다음 차 타려고 뭉그적대니 넬비드가 또 저를 잡고 뜁니다. 문 닫기 직전에 맨 윗칸에 끼어 탑니다. 넬비드가 얼른 올라가서 밥 먹자고 속닥속닥합니다. 직원이 와서 수동으로 칸칸이 문을 다 닫고 철컹철컹 출발합니다. 정원을 초과한 듯해서 무섭다고 했더니 몬쎄라떼 푸니쿨라는 개통이래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었다며 걱정 말라고 합니다. 저는 쫄보, 넬비드는 씩씩이입니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경사를 올라가며 바라보는 석양이 환상적입니다.



맨 마지막에 끼어 탔으니 내릴땐 1등입니다. 푸니쿨라에서 내리자마자 식당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갑니다. 보고타가 해발고도 2,700m, 몬쎄라떼 정상은 3,200m 정도인데 고산에 취약한 사람은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숨이 차서 마스크를 잠시 벗고 숨을 한껏 들이쉬며 넬비드를 따라갑니다. 식당에 도착해서 콜롬비아 전통음식인 따말(Tamal)과 빠넬라차(agua con panela)를 주문하고 오늘도 가이드에 대한 보답으로 저녁은 제가 대접합니다. 이제 자리에 앉아 숨을 고릅니다. 그래도 저는 고산에 꽤 잘 적응한 편인 듯 호흡이 곧 안정적으로 돌아옵니다. 




따말(Tamal)은 처음 먹어보는데 쌀, 감자, 치킨, 야채 등을 플라타노(platano; 큰 바나나) 잎으로 싸서 쪄낸 음식입니다. 향이 독특하고 맛있습니다. 저는 절반도 못 먹었는데 넬비드는 벌써 다 먹고 차 마시고 있네요. 넬비드가 가족, 친구들이랑 메시지 하는 동안 저는 양껏 먹고 남은 건 포장해옵니다. 배도 부르고 이제 본격적으로 야경 보러 나갑니다. 교회당 외벽에 화려한 조명 장식, 그 옆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그 앞에 콜롬비아(Colombia) 글씨까지 3종 세트입니다. Súper chevere!!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사람 없을 때 사진을 찍으려고 아무리 기다려도 틈이 안납니다. 결국 모든 사진에 행인 한두 명은 꼭 들어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조명 장식도 멋지고, 야경은 더없이 훌륭합니다. 넬비드는 보고타에서 나고 자랐으니 몬쎄라떼 야경은 여러 번 봤을텐데 올해가 가장 아름답다고 합니다. 스페인 갈리시아(Galicia) 사람들이 기증한 산티아고 순례길(Ruta de Santiago de Compostela)을 나타내는 표지석입니다. 날짜를 보니 올해 3월이네요. 콜롬비아가 순례길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이니 꽤 의미 있는 이정표입니다.  






보고타에서 밤 공기 쐴 일이 없어 몰랐는데 고산지대의 밤, 게다가 해발 3,200m 산 정상의 밤공기는 냉동실급입니다. 잠시 추위를 피하러 교회(Basílica Santuario del Señor Caído y Nuestra Señora de Monserrate) 안으로 들어갑니다. 제단 앞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성경 이야기를 바탕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인형들이 실제 움직이기도 해서 그 앞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구경합니다. 넬비드와 성당에 오면 저는 손을 모으고, 넬비드는 성호를 긋습니다. 헌금도 같이합니다. 낯선 타국에서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공유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넬비드는 초를 하나 사서 펜으로 어머니(리히아: 미술수업 수강생) 성함을 뒤에 적습니다. 제단 옆 바구니에 그렇게 기도를 담은 초를 넣어두면 미사 할 때 촛불을 켜 같이 기도해준다고 합니다. 부모님을 위해 기도하는 저와 넬비드, 두 딸의 기도를 주님이 꼭 들어주실 거라 믿습니다.   




교회 옆 벤치에 누군가 누워있습니다. 저는 정말 노숙자인줄 알았는데 넬비드가 예수님 동상(Jesús sin techo)이라며 사진으로 간직하라고 말해줍니다. 밤이라 더 실제 사람처럼 보이네요. 이 땅에 편히 머리 둘곳 없으셨던 예수님, 넬비드랑 마주 보고 고개를 살짝 끄덕입니다. 둘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교회 뒷편에 평소에는 방문객 출입금지인 곳이 있는데 지금은 개방 중입니다. 커다란 천막 안쪽에 크리스마스 장식도 해놓고 야경을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뒀습니다. 천막 건너편에 특이하게 생긴 식물이 있습니다. 넬비드가 오늘 처음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습니다. 멀뚱하니 서 있다가 무슨 꽃이냐고 물어보니 1년에 1cm 자라는 수백 년 된 희귀 식물, 프라일레혼(Frailejon)이라며 춥고 습한 고원지대에만 서식한다고 합니다. 다시 보니 자태가 남다른 근사한 식물이네요. 역시 아는 만큼 보입니다.  




넬비드가 근사한 커피숍이 있다며 따뜻한 차 한잔하고 내려가자고 합니다.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가니 하얀색 목조건물이 나옵니다. 실내는 고풍스럽고 엔틱한 소품이 많이 보입니다. 벽난로가 있어 더 분위기 있고 따뜻하기까지 하네요. 한국을 너무 좋아하는 사촌이 파리(Paris)에서 유학 중인데 언젠가 같이 한국 여행하기로 했다길래 꼭 연락하라고 했습니다. 넬비드랑 대화하면 즐겁습니다. 잘 웃고 아는 것도 많습니다. 넬비드는 '생리학' 석사라고 한 듯한데 번역기 돌리려니 둘 다 폰 신호가 안 잡혀 포기합니다. 전공은 불확실하지만 '석사'는 확실합니다.(히히)





9시쯤 내려가는 케이블카(Teleférico)를 타러갑니다. 줄이 긴데 전혀 줄지 않습니다. 10분쯤 기다리다 푸니쿨라(Funicular)를 타러 갑니다. 천막도 설치돼있고 여긴 줄도 짧아 다행.. 이라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사람이 확 몰립니다. 마치 콘서트장 같네요. 1시간여를 기다려 밤 10시에 푸니쿨라를 탑니다. 내려갈 때도 정원초과입니다. 제 뒤에 밀착해서 탄 아이가 내려가는 건 더 빠르다며 무섭다고 합니다. 얘야 아줌마도 무섭단다 ㅎㄷㄷ. 무사히 도착하니 다리 힘이 풀리네요. 



넬비드는 마지막까지 제 사진 구도를 챙깁니다. 좋은 각도를 찾아 여기서 찍으라며 알려줍니다. 덕분에 한밤중이라 한산한 푸니쿨라 탑승장의 야경도 예쁘게 담습니다. 길게 대기 중인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갑니다. 밤 11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습니다. 야경 같이 보러 갈 현지인 친구 한 명 있으면 좋겠다고 동기에게 말한 적이 있는데 모든 말은 기도가 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헤어질 때 넬비드가 스페인어 공부할 때 쓰라며 작은 책 세권을 선물로 줍니다. 책장을 스르륵 넘겨보니 제 수준에는 버거운 듯한데 그래도 하루 한 장씩 읽기로 합니다.




(시편37:24) 저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손으로 붙드심이로다. Though he stumble, he will not fall, for the LORD upholds him with his hand.


2022.12.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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