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촛불의 날 Día de las velitas
콜롬비아에서 12월 7일은 성모 마리아 축일로 '촛불의 날(Día de las velitas*)'로 불립니다. 저녁 7시에 가족들이 모여 집 안팎에 등불을 켜거나 촛불을 켜고 소원을 빕니다. 수업시간에 신디가 연꽃등 만든 걸 가져가면서 제게도 저녁 7시에 불 켜고 기도하라고 작은 초 10개를 가방에 넣어줍니다. 속으로 집에 라이터도 없고 레인지도 인덕션인데.. 하는 생각을 했지만 고맙다며 가져옵니다. 축제 분위기가 궁금해서 저녁 먹고 7시 좀 넘어 산책 삼아 동네 한 바퀴 하러 나갑니다.
* 콜롬비아 보고타에서는 사랑스럽고 소중한 대상을 일컬을 때 조그마한(-ita -ito -ico -ica)이라는 접미어를 붙이는데 예컨대 gordito(뚱뚱한), Andreita(이름), tintico(커피), señorita(아가씨) 같은 식으로 자유롭게 어디든 붙여 사용합니다. 초(velas)도 velitas가 됐습니다.
동네가 온통 반짝반짝,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예쁩니다. 신디가 저녁에 꼭 밖에 나가보라고 한 이유가 있네요. 집집마다 촛불을 켜놓고 앞에 나와 서서 이야기도 나누고 가만히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집에 촛불이 없으니 남의 집 촛불에 대고 기도를 합니다. 기도 제목이 많아서 여러 집을 다니며 소원을 빕니다. 머리카락에 바깥 냄새 묻을까 봐 코이카(KOICA) 점퍼에 달린 모자 쓰고 고무줄 꽉 조으고 마스크까지 썼더니 다들 저를 수상한 듯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괜히 찔려서 운동하는 척 양팔을 휙휙 돌려봅니다.
30분쯤 산책하고 들어오니 신디에게 메시지가 와있습니다. 수업시간에 만든 연꽃등이랑 집 앞에 종이등 장식한 사진을 보내줬네요. 제가 축제 구경하고 왔는지도 잊지 않고 체크합니다. 다행히 숙제(!)를 해서 저도 사진 몇 장 보내줍니다. 오늘은 밤늦게까지 불꽃 축제도 하고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날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온 동네가 폭죽 소리로 가득하고 집 앞 도로에는 나와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촛불의 날(Día de las velitas)이라 특별히 장식한 듯 집 앞 기찻길에 LED 전구로 장식 한 관광열차가 지나갑니다. 콜롬비아는 12월 7일을 기점으로 본격 크리스마스 시즌에 들어가는데 제가 활동하는 기관도 12월 15일까지만 수업을 하고 연말까지 수업이 없습니다. 콜롬비아(Colombia)는 공휴일도 많고 '그냥' 쉬는 경우도 많습니다. 연말이면 더 정신없이 바쁜 한국 직장인으로 오래 살아온 저로서는 조금 어색한 긴 휴식입니다. 뭘 하면 좋을지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봐야겠습니다.
오랜만에 대학원 동기가 카톡을 보냈습니다. 같은 신앙을 갖고 있어 대학원 다닐 때도 잘 지냈는데 제게 미술치료를 공부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던 동기입니다. 신앙 안에 있는 사람들과는 오랜만에 연락을 해도 대화가 편하고 즐겁습니다. 동기가 갖고 있는 고민, 제가 갖고 있는 고민을 나누고 이 모든 상황에도 주님의 인도하심이 있을 거라 믿고 서로를 응원합니다. 밤 12시가 넘도록 바깥은 축제로 시끌시끌합니다. 다행히 내일(12월 8일)이 공휴일이라 동네가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잠을 청합니다.
(역대상4:10) 야베스가 이스라엘 하나님께 아뢰어 가로되 원컨대 주께서 내게 복에 복을 더 하사 나의 지경을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을 벗어나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 하였더니 하나님이 그 구하는 것을 허락하셨더라. Jabez cried out to the God of Israel, “Oh, that you would bless me and enlarge my territory! Let your hand be with me, and keep me from harm so that I will be free from pain.” And God granted his request.
2022.12.
글약방her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