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산 크리스토발 San Cristobal, 20 de Julio, 아기예수교회 Santuario del Niño Jesus
미술수업 수강생 중 뇌병변장애로 휠체어를 이용하시는 분(Ligia)이 계시는데 늘 자녀분(Nelvyd)이 동행해서 오십니다. 자녀분이 늘 친근하게 대해 주시고 영어도 조금 하셔서 수업에 적잖은 도움을 주십니다. 제가 언젠가 수업중에 오후 5시 이후로는 위험해서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했더니 지난주 수업시간에 저를 잠시 따로 부르시더니 주말에 보고타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시간이 되는지 물어보십니다. 몬쎄라떼(Monserrate) 야경도 같이 보러 가자고 하시네요. 우와, 너무 감사한 제안입니다. 주말에 집 근처 빵집 앞에서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합니다. 지금까지 만난 콜롬비아 사람들(집주인들ㅋ)은 모두 시간 약속을 안 지켰는데 이 분은 10시 5분 전에 오셨네요. 역시 사람마다 다릅니다.
구글맵으로 버스 노선을 조회하면 늘 일반버스(SITP)로만 나와서 뜨랜스밀레니오(TransMilenio)는 한번도 못 타봤는데 오늘 드디어 이용해봅니다. 지하철처럼 개표구에 카드를 찍고 들어가면 플랫폼이 나오고 버스노선별 도착 예정시각도 전광판에 표출됩니다. 환승은 무제한으로 할 수 있고, 최종 목적지에서는 버스카드를 태그 할 필요 없이 개표구만 밀고 나오면 되는 방식입니다. 30분쯤 이동하는 동안 넬비드(Nelvyd)가 차창 밖으로 보이는 건물이나 장소들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현지인과 다니면 이런 게 좋습니다. 버스 종점인 듯 보이는 곳에 도착합니다. 넓은 터미널에 기다란 뜨랜스밀레니오 수십대가 정차돼있습니다.
터미널 밖으로 나오니 지금까지 봐 온 보고타(Bogotá) 풍경과 조금 다릅니다. 산동네 마을인 듯도 하고, 역 이름을 보니 Portal 20 de Julio 보고타 남쪽으로 꽤 내려왔네요. 이 지역은 구시가지로 알고 있는 센트로(Centro barrio) 지역보다 먼저 마을이 형성된 곳이라고 합니다. 넬비드가 이 근처 병원(Hospital Materno Infantil)에서 태어났다며 버스 타고 그 병원을 지나올 때 얘기해줬습니다. 보고타에서 최초로 건립된 현대식 산부인과 병원이고 규모도 굉장히 큽니다. (tmi.넬비드는 아무래도 부자인 듯합니다)
이 마을은 아기예수(Niño Jesus)와 관련된 교회와 공원으로 유명한 곳인데 버스 터미널 내에도 아기예수 모형이 전시돼있습니다. 오늘 첫 목적지도 아기예수교회(Santuario del Niño Jesus; Parroquia Divino Niño)입니다. 교회 내에 가톨릭 사제 교육을 받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관이 있습니다. 교회에 들어서니 미사 중인지 찬양 소리도 들리고 신부님 설교 말씀도 들립니다. 넬비드가 커피 한잔 하자고 해서 교회 뒷마당에 있는 커피숍으로 갑니다. 아기예수님을 안은 동상이 세워진 작은 정원도 너무 예쁩니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넬비드는 무용을 하던 분이 아닐까 합니다. 늘 긴 생머리를 깔끔하게 올려 묶고 다니는데 뭔가 무용수 느낌이 납니다. 아래 사진 속 커피를 주문하고 있는 머리 묶은 여성분이 오늘 제 가이드를 자청해준 친절한 넬비드(Nelvyd)입니다. 저는 커피 대신 과일 꽃차(Aromática con frutas)를 마십니다. 따뜻한 차에 가득 든 꽃이랑 과일이 너무 맛있네요.
교회 안으로 들어가니 본당은 미사에 참석 중인 신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넬비드는 가톨릭 신자라 예배당에 들어설 때마다 성호를 긋고 헌금도 합니다. 저도 마음속으로 예수님께 인사드리고 속닥속닥 기도드립니다. 본당 뒤편 공간에는 본당에 들어가지 못한 신자들이 영상으로 같이 미사 드리고 있습니다. 곳곳에 바닥에 엎드려 기도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을 보는 일은 어떤 종교이냐를 떠나 늘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모든 분들의 기도가 응답되길 바랍니다.
우리가 들어간 곳이 교회 후문이라 정문으로 나와 교회를 다시 올려다봅니다. 1942년에 건립된 80년 정도 된 교회인데 우리나라 명동성당 느낌도 납니다. 교회 앞쪽에는 가톨릭 성물을 파는 가게가 한 집 걸러 하나씩 있습니다. 구경삼아 가장 큰 가게에 들어가봅니다. 조각상, 책자, 액세서리 등 예쁜 성물이 많습니다. 저는 1,000pesos(3백원)에 작은 그림책을 하나 사고, 성경 이야기 컬러링 북(La Tormenta; 폭풍)을 따로 하나 사서 넬비드 조카 선물로 줍니다.
(히브리서11:1)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Now faith is confidence in what we hope for and assurance about what we do not see.
2022.11.
글약방her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