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전통부채에 그림 그리기 + 캘리그래피, 수묵화 그리기
아침부터 비가 많이 오고 바람까지 불어 춥습니다. 도톰한 기모 셔츠를 입고 출근합니다. 오늘은 부채에 그림 그리기를 하기로 한 날입니다. 부채 개수가 10개 정도 있는데 신디(Cindy)에게 이야기했더니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리는 분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예고를 하고 신청을 받아 진행하자고 합니다. 여섯 분 정도 신청을 받고 나머지 4개는 사무실 동료들 선물용으로 남겨둡니다. 물론 코워커 신디(Cindy)도 포함입니다. 다른 이용자분들은 옆 작업대에서 한국화 작업을 하시도록 준비해둡니다.
오전 수업에 사전 신청하신 이용자 두 분이 오시고 신디(Cindy)도 같이 참여합니다. 노트북으로 미리 골라둔 예시 그림을 보여드리고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걸 골라 작업하시도록 합니다. 다들 수채물감을 재료로 선택하셔서 저는 색연필로 작업해봅니다. 신디가 채색을 마치고 제게 한글 캘리그래피로 '사랑해'를 적어달라고 합니다. 예쁜 글씨체를 보고 몇 번 연습한 후 정성껏 적어줍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적은 듯합니다. 신디도 마음에 들어 하네요.
이용자 두 분은 빈 종이에 한글로 이름을 적어달라고 하시더니 직접 쓰십니다. 까르멘(Carmen), 가브리엘(Gabriel), 두분 다 각자 스타일대로 부채를 디자인하셨네요. 연중 선선한 보고타(Bogotá)에서 부채를 사용할 일은 없겠지만 기념으로 보관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색연필로 채색하고 한글로 '사랑해, 고마워'를 적었습니다. 제가 가진 작은 재주로 이렇게 봉사활동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합니다.
수업에 오신 다른 이용자분들은 수묵화를 그리시도록 합니다. 경찰로 일하시다가 퇴직하신 여성분인데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다고 하셔서 붓 쓰는 법, 물 섞는 법, 선을 얇게 굵게 쓰는 법 등을 알려드립니다. 처음인데 고양이를 꽤 잘 그리셨네요. 그림 그리시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하시면서 다음 시간에는 친구랑 같이 오시겠다고 합니다. 부채 개수가 넉넉하면 부채 그림도 연습삼아 해보시도록 할 텐데 아쉽습니다.
요즘 매일 비가 오고 날이 추워서 그런지 컨디션이 오락가락합니다. 동기 한명은 편도선염이 이제 겨우 나아가고, 또 한 명은 목감기에 걸렸습니다. 오후 수업을 준비하는데 문득 집 가고 싶은 마음이 스치네요. 2시에 맞춰 부채 그리기 수업을 신청한 세 분이 오셨습니다. 이 세분(Luis, Aiken, Alex)은 제가 예시로 준비한 사진은 참고로만 여기고 각자 스타일대로 그리십니다. 재미있는 디자인의 부채가 나올 것 같습니다.
한 분(Luis)은 나뭇가지 위에 나란히 앉아 달 구경하는 고양이 두 마리를 그리셨습니다. 한국화 느낌도 나는 게 너무 귀엽고 예쁩니다. 고양이들 뒷모습이 정말 뭔가 사색에 잠긴 느낌이네요. 부탁하신 대로 성함을 한글로 적어드립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분(Aiken)은 원색을 좋아하시는데 역시 이번에도 콜롬비아 상징색으로 부채를 디자인하십니다. 나머지 한 분(Alex)은 빈 종이에 디자인부터 꽤 세심하게 하시느라 시간 내에 다 못하셔서 다음 시간에 이어 그리시기로 합니다. 오늘따라 지나가던 직원들도 여러 명 들르고, 부채 작업이 꽤 인기가 있네요. 역시 미술 수업은 재료 빨(!) 인가 봅니다.
(디모데전서4:14-15) 네 속에 있는 은사 곧 장로의회에서 안수 받을 때에 예언을 통하여 받은 것을 가볍게 여기지 말며 이 모든 일에 전심 전력하여 너의 성숙함을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게 하라. Do not neglect your gift which was given you through prophecy when the body of elders laid their hands on you. Be diligent in these matters; give yourself wholly to them so that everyone may see your progress.
2022.11.
글약방her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