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한글로 이름 적어주기, 컬러링 도안 그리기
기관(DIVRI)에 출근하면 따뜻한 커피 한잔과 텀블러에 시원한 물 한 통을 받아옵니다. 수업하는 동안 말을 많이 하니 그런 것도 있고, 원래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라 오래전부터 해오던 아침 루틴(routine)입니다.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컬러링 도안을 그립니다. 크리스마스 느낌이 나는 그림을 하나 그려봅니다. 콜롬비아 보고타(Bogotá)는 겨울도 없고 눈도 없지만 크리스마스 시즌 준비는 합니다. 다음 주에는 크리스마스 굿즈 만들기를 할 텐데 벌써 설레네요.
미술실 화이트보드 옆에 태극기를 붙였습니다. KOICA에서 챙겨준 공통물품에 태극기가 두개 들어있는데 하나는 행사용으로 보관해두고 하나는 홍보를 위해 씁니다. 태극기는 볼 때마다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기로 저는 영국 유니언잭(Union Jack)과 태극기(Tae Guek Ki)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침 둘 다 빨강, 파랑, 흰색이 들어가네요. 세련되고 신뢰가 가는 색감과 디자인입니다.
오전 수업에 꽤 많은 이용자분들이 오셨습니다. 다행히 오늘도 신디(Cindy)가 도와주러 왔습니다. 약간의 장애가 있는 분들께는 컬러링을 하시도록 도안을 나눠드리고, 다른 편 작업대에는 아크릴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드립니다. 색연필이 늘 부족했었는데 이번 물품 구입 때 대량으로 들여와 이용자분들이 한 번에 많이 오셔도 다행히 커버가 되네요.
그림을 그리시는 동안 저는 이용자분들의 성함을 한글로 적는 일을 합니다. 한글을 배우고 싶어하는 분들도 많고 한글이 예쁘다며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 비록 캘리그래피(calligraphy)를 배우진 않았지만 흉내를 내봅니다. 캘리그래피 배울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못 배워둔 게 아쉽네요. 붓펜도 초등학교 졸업 후 처음 써보니 어색합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적어드립니다. 받은 분들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고 감사합니다. 좀 더 연습해서 다음엔 제대로 써드리겠습니다.(히히)
자폐성 장애가 있는 이용자분(Aiken)이 컬러링 도안 하나를 금세 색칠하십니다. 작업을 다른 분들보다 빠르게 하는 편인데 마치고 나면 늘 "Listo!(됐다, 오케이)"를 외치십니다. 따라 그리는 데 특히 소질이 있으셔서 수채화 캔버스를 드리고 컬러링 도안을 그대로 그려보시도록 제안합니다. 연필로 슥슥슥 따라 그리시더니 물감으로 색칠까지 마무리하고 다시 외칩니다. "Listo!" 잘하셨습니다.
기관(DIVRI) 이용자분들은 주로 오전에 개설된 수업을 듣거나 서비스를 이용하시고 오후에는 물리치료나 병원 진료를 가는 스케줄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오후 수업은 오전에 비해 좀 조용한 편인데 덕분에 작업 과정을 더 꼼꼼히 봐드릴 수 있습니다. 아크릴화 작업을 하시는 분(Luis)은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이용자분(Daniel)께는 늘 하시던 컬러링 대신 수채화 작업을 제안해봅니다. 오른손에 마비가 와서 왼손을 쓰시는데 아직은 불편하신 듯 처음엔 부담스러워하시더니 차분히 스케치하고 채색도 하십니다. 지난번엔 개를 그리시고, 이번엔 돼지를 고르셨습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분이시네요. 저도 그렇습니다.
(로마서13:8)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 Let no debt remain outstanding, except the continuing debt to love one another, for whoever loves others has fulfilled the law.
2022.11.
글약방her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