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낀따 데 볼리바르 박물관 Museo Quinta de Bolívar_1st, 라 깐델라리아 La Candelaria
콜롬비아(Colombia)는 거의 모든 공공 박물관과 미술관에 입장료가 있는데 일요일은 무료로 해줍니다. 주일에 방문객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여유있게 둘러보려면 토요일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원을 좋아하는 제가 전부터 눈여겨보던 박물관이 있는데 몬쎄라떼(Monserrate) 바로 밑에 있는 낀따 데 볼리바르(Museo Quinta de Bolívar) 입니다. 중남미 6개국, 콜롬비아, 파나마,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를 독립시킨 전쟁영웅 시몬 볼리바르(Simón Bolívar, 1783-1830)가 살았던 집입니다. 오늘 날씨가 화창해서 정원이 더 예쁠 것 같습니다. 집에서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가는데 직사광선에 이마가 뜨겁습니다.
몬쎄라떼(Monserrate)행 버스는 보고타(Bogotá)에서도 특히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산타페(Santafe)를 지나갑니다. 그 부그에서 행색이 초라한 걸인이 버스카드도 찍지 않고 탑승하더니 앞에 서서 눈물까지 흘리며 구걸을 합니다. 승객 중 몇 명이 동전을 꺼내 손에 쥐어줍니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릴 줄 알았는데 제 건너편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구걸하던 사람이 돈을 안 주면 강도로 돌변하는 사례를 대사관 책자에서도 많이 봐서 저도 돈을 줄까 하다가 지갑을 꺼내면 더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어 겉옷 주머니를 뒤적이는데 당 떨어지면 먹으려고 가져온 초콜릿이 손에 잡힙니다. 꺼내서 걸인에게 줍니다. 고맙다는 말도 없이 저를 쳐다보더니 고개만 까딱합니다. 다음 정류장에서 걸인은 내리고 고약한 냄새가 한동안 버스 안에 머뭅니다.
무사히 버스는 몬쎄라떼(Monserrate) 정류장에 도착합니다. 역시나 사람이 많습니다. 케이블카 탑승장이 바로 앞이고 등산객에 노점상도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저는 인파를 거슬러 버스가 왔던 길로 조금 더 내려가 낀따 데 볼리바르 박물관(Museo Quinta de Bolívar)으로 갑니다. 여긴 한적하네요. 박물관 앞 쪽에는 너른 잔디밭이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나무가 우거진 아름다운 정원과 볼리바르가 살던 저택이 나옵니다. 잘 가꾸어진 정원은 싱그러운 풀냄새 흙냄새로 가득합니다.
잠시 석조벤치에 앉아 물 한 모금 마시고 쉽니다. 콜롬비아는 치안이 좋지 않아 항상 주변을 경계하며 다녀야 하니 쉽게 피로해집니다. 기관(DIVRI) 이용자분들 중 경찰이 많은데 관광지(Centro Bogotá) 쪽에 갈 때 같이 가 줄 테니 연락하라는 말씀을 여러 번 들었을 정도입니다. 최대한 조심해서 다니고 언젠가 꼭 필요할 때 부탁드리기로 했습니다. 앉아있으니 길거리 연주자의 바이올린 소리도 들리고, 새소리도 들리고, 바람 소리도 들리네요. 볼리바르 저택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건축양식이 우리나라와 꽤 비슷합니다. 기와지붕에 처마, 기둥이 받치고 있는 회랑까지, 내부는 다르지만 외형은 한옥과 거의 같습니다. 시몬 볼리바르(Simón Bolívar, 1783-1830)가 18세기 사람이니 그 당시 중남미 건축 역사가 궁금해지네요.
본관 뒷편에 별채가 있는데 부엌, 창고, 마구간 등으로 사용하던 공간입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기와지붕으로 되어있고 부엌에는 요리할 때 사용한 아궁이도 있네요. 우리나라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더 정감이 갑니다. 별채 뒤편에는 큰 우물이 있고 채소를 재배한 듯 보이는 밭이 있습니다. 중남미 6개국을 독립시키고 그란 콜롬비아(Gran Colombia, 1819-1831: 콜롬비아+베네수엘라+에콰도르+파나마+브라질 일부)의 초대 대통령을 지냈던 사람의 생가라는 느낌보다는 시골 할머니 집 같은 소박함이 있습니다.
2022.11.
글약방her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