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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KOICA 해외봉사 일기(87)ㅣ전시회 준비 exhibición : 유화 아크릴화 수채화 (ft.콜롬비아 보고타 미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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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전시회 준비 exhibición : 유화 아크릴화 수채화 (ft.콜롬비아 보고타 미술교육) 


슬슬 다음달 전시회(exhibición) 준비를 시작해봅니다. 코워커 신디(Cindy)와 상의해서 스케치북에 그려진 그림 몇 개를 고르고 그 그림을 그린 분들께 캔버스(lienzo) 작업을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매주 금요일 오전에만 그림 그리러 오시는 두 분이 오늘따라 일찍 오셔서 근처 소파에 앉아계시네요. 원하는 재료를 여쭤보고 캔버스와 아크릴물감을 준비해드립니다. 아크릴물감은 기관(DIVRI)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재료인데 이번에 물품 들어올 때 보니 수량이 많지 않아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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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작품 하나를 뚝딱 그려내십니다. 항상 꽃을 그리시는 분인데 이번에는 해바라기입니다. 사진이 그림의 매력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네요. 이분은 채색과 스케치를 동시에 해나가시는데 두세가지 컬러를 나란히 팔레트에 짜서 섞지 않고 납작붓에 그대로 물감을 묻혀 꽃잎의 그라데이션을 표현합니다. 그림에서 과감한 붓터치는 사람으로 말하자면 자존감입니다.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타인이 보기에도 어딘가 매력이 있는데 자기 색깔대로 자신 있게 그린 그림에도 그런 느낌이 묻어납니다.




 


신디(Cindy)에게 들어보니 한-콜우호재활센터(DIVRI)를 이용하는 분들은 크게 3개 그룹으로 나뉘는데, 군인이나 경찰 유공자 /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 / 장애인이나 사회보장대상자 이렇게 구성된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특히 미술 수업에 오시는 분들은 세 번째 그룹이신 분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특히 장애인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사실 이럴 땐 혼자 수업을 진행하긴 어려워서 장애인 그룹은 컬러링 도안 작업을 하도록 하고 신디가 2시간 내내 같이 있어줍니다. 신디 말로는 이분들이 컬러링을 많이들 좋아하신다고 하니 도안을 더 다양하게 그려야겠습니다. 





새로 오신 분들도 많습니다. 한 분은 자폐성 장애가 있는 분(Claudia)인데 옆에서 누가 불러도 못 듣고 오로지 색칠하는 데만 집중합니다. 다음번엔 드로잉을 하시도록 해봐야겠습니다. 왠지 좋아하실 듯합니다. 오전에 20명 정도 되는 분들과 미술 수업을 하고나니 기운이 하나도 없습니다. 물도 한 모금 못 마셨습니다. 뒷정리는 미뤄두고 일단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DIVRI 구내식당은 우리나라랑 다르게 음식을 각자 덜어먹는 게 아니라 직원이 접시에 하나하나 담아줍니다. 제가 보기보다 많이 먹는 편이라 음식을 많이 담아주시는데 오늘따라 다른 분이 서비스를 하고 계십니다. 수프를 반만 떠 주시길래 그러려니 하고 받아서 쟁반에 올리려는데 늘 서비스해주시던 분이 어디선가 달려오시더니 수프를 한 국자 더 떠서 담아주시네요.(푸핫) 감사합니다. 그분 성함이라도 알아둬야겠습니다. 





오후 수업에도 전시회에 참여하실 한 분(Luis)은 아크릴화를 그리시고, 유화를 꼭 그려보고 싶다는 분(Juval)께는 유화 재료를 준비해드립니다. 기본적인 재료 사용법도 모르고 작업 후 뒷정리도 안 하시는 분이라 코워커 신디(Cindy)도 저도 내키진 않지만 본인이 원하니 오늘은 해보시도록 합니다. 실력은 없이 고집만 있다 보니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성격입니다. 수채화를 그리는 두 분은 따로 자리를 마련해드립니다. 늘 컬러링만 하시던 한 분께는 본인이 직접 도안을 만들어 보시도록 합니다. 몇 가지 요령을 알려드렸더니 곧잘 이해하시고 따라 하십니다. 시간이 다 되어 다음 시간에 이어서 하시겠냐고 하니 집에 가서 마무리해오시겠다며 들고 가십니다. 첫 결과물이 썩 마음에 드시는 듯합니다.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 수업을 하고나면 하루를 꽤 보람차게 살았다는 기분이 듭니다.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 장미꽃을 한 다발 샀습니다. 오렌지색 장미 12송이에 10,000pesos(3천원)입니다. 요즘 매일 오후면 비가 쏟아졌는데 오늘은 마침 비도 안 오고 길에서 꽃을 파는 아저씨도 그래서 출근을 하셨네요. 가벼운 발걸음으로 꽃 향기도 맡아가며 집에 걸어가는데 뒤에서 경찰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1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 한 명이 전속력으로 달려오더니 저를 금세 앞질러 갑니다. 그 뒤를 경찰차, 트럭, 승합차가 줄줄이 따라갑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꽃 향기는 집 가서 맡기로 하고 걸음을 재촉해서 얼른 귀가합니다. 꽃병이 없어 장미 줄기를 좀 짧게 자르고 양치컵에 꽃을 꽂아둡니다. 집 분위기가 확 살아나네요. 오렌지색 장미, 예쁩니다.  




2022.1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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