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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KOICA 해외봉사 일기(82)ㅣ콜롬비아 보고타 병원, 주말 응급실 이용 Urgenc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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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콜롬비아 보고타(Bogotá) 병원, 주말 응급실 이용, 콜롬비아 의료시스템


해외에 나와 살다보면 몸이 자주 아픕니다. 특히 보고타(Bogotá)는 2,700m 고산에 위치한 도시라서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늘 70~80%에서 왔다 갔다 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숨이 쉽게 차고, 무거운 물건을 밀거나 들 때 머리가 어지럽거나 이명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여기 더해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한여름처럼 덥다가도 갑작스러운 폭우와 쌀쌀한 날씨에 감기 걸리기도 쉽습니다. 음식이 우리나라만큼 위생적이지 않아 배탈도 늘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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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아플 때 의료서비스를 받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동네마다 있는 내과, 안과, 치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같은 개인병원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일하는 의사가 있긴하지만 예약을 통해서만 진료를 볼 수 있고 병원을 조회하기도 어려워 외국인은 거의 이용이 불가능합니다. 심각한 상황이 아니면 약을 사다 먹으면서 대증요법으로 증상을 관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KOICA에서도 봉사단원을 선발할 때 건강검진 합격 기준을 높게 잡고 있는 것이겠지요. 



며칠 전부터 동기가 인후통이 심해 약도 먹고 푹 쉬었는데도 증세가 점점 심해져서 같이 병원에 갔습니다. 종합병원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응급실로 가야 하고 대기시간도 길어 규모가 작은 클리닉을 찾았는데 주말이라 문을 닫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종합병원(Clínica Universitaria Colombia) 응급실로 갔는데 우리나라 응급실 분위기는 아닙니다. 대부분 예약을 하지 못한 우리 같은 일반 환자입니다. 응급실 입구는 보안요원이 지키고 있는데 수납을 하지 않고 도망가는 사례를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내부는 환자만 들어갈 수 있어 저는 병원 주차장에 있는 커피숍에서 기다립니다. 추워서 따뜻한 라떼를 마시는데 카페에 사람 반, 비둘기 반이네요. 옆 테이블에서 빵 먹던 사람들이 조금씩 빵을 뜯어 줍니다. 비둘기의 뒷모습에서 카페빵 좀 먹어본 듯한 여유가 느껴집니다.  





동기에게 카톡이 옵니다. 아까 그 응급실은 콜롬비아 의료보험이 있는 사람만 진료를 볼 수 있고 외국인은 창구가 달라 이동했다고 합니다. 보안요원에게 물어 외국인 전용 창구를 찾아갔는데 이곳은 보호자 1인이 동행할 수 있어 저도 들어가서 같이 기다립니다. 외국인은 보증금 명목으로 500,000 pesos(15만 원)를 선결제 후 진료를 보고 다시 정산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병원은 어디든 정수기가 있는데 콜롬비아는 생수 자판기가 있습니다. 동기가 계속 목이 아파 기침을 해서 생수를 하나 사서 나눠마십니다. 




1시간 정도 대기한 듯한데 드디어 진료 순서가 되었습니다. 진료실(consultorio)에는 동기 혼자 들어갔는데 진료를 거의 30분 넘게 봅니다. 다행히 걱정한것만큼 심각한 병은 아니라서 항생제 주사 맞고 약 처방받아서 나옵니다. 병원비는 선결제했던 보증금보다 적게 나와 차액은 환불받아갑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문진하고 진료받고 약 처방받고 병원 문을 나설 때까지 3시간 정도 걸린 듯합니다. 생각보다는 오래 걸리지 않아 다행입니다. 병원에 올 때부터 중간중간 KOICA 안전담당 코디님께 상황을 공유드리고 추후 병원비는 보험 처리하기로 합니다. 




동기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저도 집으로 갑니다. 하늘에 먹구름이 슬슬 몰려오는게 곧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질 것 같습니다. 멍하니 서 있다가 집 가는 버스 한 대를 놓치고, 한참을 더 기다려 버스를 탑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하늘이 번쩍, 번개가 치더니 폭우가 쏟아지네요. 창문을 닫으려는데 뻑뻑해서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자리를 한 칸 옆으로 옮겨 비를 피합니다. 하차하려고 뒷 문쪽에 서있으니 버스 천장에 비스듬히 열린 좁은 틈으로 비가 쏟아집니다. 버스 내부가 빗물로 흥건한데..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버스 안에서 비 맞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저뿐인 것만 같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집 가는 길이 온통 물웅덩이입니다. 우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잠시 건물 입구에 비를 피하고 서있습니다. 큰 비만 지나가길 기다리는데 저는 그냥 갑니다. 집에오니 운동화, 양말, 발, 바짓단까지 물에 푹 잠겼던 탓에 빗물이 뚝뚝 흐릅니다. 샤워하고 옷은 세탁기 돌리고 운동화는 빨아서 창틀에 널어둡니다. 점심때를 지나버려 그런지 배가 별로 안 고픕니다. 3시 30분쯤 간단하게 샐러드랑 계란, 콘푸레이크, 우유, 요거트로 늦은 점심 겸 저녁을 해결합니다. 응급실에 두 번은 가지 말자고! 건강하자고! 동기랑 카톡을 주고받습니다. 동기가 오늘 밤은 인후통으로 자다가 깨지 않길, 푹 자고 내일은 회복하길 기도합니다.  




2022.1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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