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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KOICA 해외봉사 일기(84)ㅣ그라피티 거리 Distrito Graffiti 구경 (ft.콜롬비아 보고타 미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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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보고타 Bogotá 그라피티 거리 Distrito Graffiti 구경


기관에 출근하니 정문 입구부터 대형천막이 여러 개 보이고 로비에도 박람회 같은 게 열리고 있습니다. 군인과 경찰을 위한 행사인 듯한데 잘 모르겠습니다. 2층 제 사무실 앞 난간에 서서 로비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누군가 와서 인사를 합니다. 처음 보는 분인데 퇴직한 경찰이라고 본인을 소개합니다. 한국에서 온 봉사단원인 것을 이미 알고 계시길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콜롬비아 경찰청 라디오 방송(Radio Policia 92.4FM)의 아나운서(locutor)를 25년간 했다고 합니다. 어쩐지 목소리가 좋으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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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하고 좋아하는 분들과 대화를 하면 어디서 끊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귀와 눈은 듣는 척을 하며 머릿속으로는 무슨 핑계를 대고 마무리할까.. 고민합니다. 오전에 수업이 없어 인근 그라피티 거리(Distrito Graffiti)에 가볼까 생각했는데 그 이야기를 꺼냅니다. 나는 지금 가야 한다고. 그랬더니 본인도 가보고 싶다며 동행해도 될지 물어보십니다. 메시지로 물어보신 거면 적당히 둘러댈 텐데 바로 앞에서 물어보시니 '네(sí)'라고 답해버립니다. 현지인과 동행하면 계속 말을 하고 들어야 하니 편하게 구경할 수가 없는데 어쩔 수 없게 됐습니다.   






일하는 기관(DIVRI)에서 그라피티 거리(Distrito Graffiti)까지는 걸어서 20분정도 걸립니다. 가는 동안 그 경찰분은 아들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하시며 언젠가 가족들과 한국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대한민국을 좋아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라피티 거리에 도착하니 입구부터 화려한 색감의 그라피티가 도로 좌우벽면을 꽉 채우고 있습니다. 보통 그라피티라고 하면 글씨나 낙서 같은 걸 떠올리는데 이곳에 그려진 작품들은 팝아트(Pop Art)에 가깝습니다. 멋지네요. 컬러링 도안 그릴 때 참고할만한 게 많이 보입니다. 








그라피티 거리는 꽤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바로 앞에 뜨랜스밀레니오(Transmilenio)역도 있는데 역 이름도 'Distrito Graffiti' 입니다. 도로에 쓰레기도 없이 깨끗하고, 차림이 불량해 보이는 사람도 없습니다. 보고타(Bogotá) 시에서 관광지로 잘 관리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곳저곳 목을 젖히고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제가 팝아트류의 그림을 좋아해서 더 흥미롭습니다. 가이드를 동행한 외국인 관광객 무리도 여럿 보입니다. 영어로 설명하길래 옆에 슬쩍 서서 들으려고 했더니 안 들리네요. 


 




큰 물류창고인 듯 보이는 한 건물의 외벽에는 비슷한 크기의 작품 4개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중장년 남성의 초상을 그린 그라피티는 얼굴 주름, 옷 주름, 머리카락 한 올까지 디테일이 거의 완벽하네요. 근사합니다. 관광객들의 기념촬영을 위한 <BOGOTÁ> 문구도 한편에 그려놨습니다. 그림 작업하는 모습이 어떨지 궁금할 정도로 그라피티 규모도 상당하고 퀄리티도 높습니다. 구글맵으로 거리뷰를 봤을 때보다 더 많은 작품이 있는 걸 보면 지금도 계속 작업이 진행 중인 듯합니다. 








골목을 돌아 뒷편으로 가니 어딘가 익숙한 그림이 있습니다. 한복을 입은 꼬마신랑과 꼬마신부, 둘리와 친구들, 태극기, KOREA라는 글씨까지 완벽하게 우리나라를 테마로 한 그라피티입니다. 순간 둘리(1983, 김수정作)가 우리나라 만화 캐릭터인지 헷갈려서 찾아보니 맞습니다. 한국사람이 와서 그린 건 아닐 테고, 작가분이 누구신지 안목이 있는 분이시네요. 동행하신 경찰분이 센트로(Centro Bogotá) 쪽에도 한국을 소재로 한 벽화가 있다고 말씀해줍니다. 오! 





제가 꼭 보고 싶었던 초록색 옷 입은 남자 세명을 소재로 한 그라피티는 없어졌는지 찾다가 결국 못 보고 갑니다. 기관(DIVRI)에 돌아오니 딱 점심시간입니다. 같이 다녀오신 경찰분은 꽤 힘들어보이시네요. 휴대폰 앱을 켜서 보니 오늘 오전에만 1만 2천보를 걸었습니다. 저는 이제 좀 걷는데 익숙해져서 괜찮은데 그분은 힘드셨을 듯합니다. 같이 식사하시자고 할까 하다가 밥 먹을 땐 저도 좀 쉬고 싶어서 다음에 뵙자고 인사하고 로비에서 헤어집니다. 운동 후라 그런지 밥이 더 맛있네요.  



식당에서 체육교육 동기를 만났는데 지난번 행사때 기념품으로 받은 반팔 티셔츠를 본인은 안 입는다며 제게 줍니다. 여기선 집에서 편하게 입을 옷을 살 데가 없어 이런 티셔츠나 바지가 정말 귀한데 잘 입겠습니다. 기관(DIVRI)에 동기 4명이 같이 왔는데 다들 일하는 시간대가 다르고 활동하는 건물도 달라 가끔 이렇게 얼굴을 보면 너무 반갑습니다. 모국어로 서로 대화할 수 있다는 게 때론 해외 생활에 큰 위로가 됩니다.   


2022.1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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