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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KOICA 해외봉사 일기(80)ㅣ출근길, 한국전쟁 참전유공자 Veterano, DIVRI 운동기구 (ft.한-콜우호재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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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출근길, 한국전쟁 참전유공자 Veterano, DIVRI 운동기구 (ft.한-콜우호재활센터)


보통 기관(DIVRI: 한-콜우호재활센터)에 출근할 때 기찻길을 가로지르는 숲길을 이용합니다. 지름길이기도 하고 그쪽 길이 뜨는 해, 지는 해 모두 등지고 가는 길이라 항상 그리로 다닙니다. 단점은 요즘 비가 자주 오니 숲길이 늘 젖어있어서 신발이랑 바짓단이 쉽게 더러워집니다. 매일 신발 밑창을 씻다 보니 문득 좀 멀어도 다른 길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거리상으로는 5~10분 정도 더 돌아가는 길인데 포장된 보도라서 신발 더러워질 일은 없습니다. 오늘 아침엔 다른 길로 가봅니다. 아침해를 마주하고 가야 하니 선글라스도 꺼내 쓰고 오랜만에 선크림도 바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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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도 지나가고 신호등이 없는 차도도 건너갑니다. 왕복 6차선 도로 옆 인도를 따라 걸으니 시끄럽고 매연도 심합니다.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눈을 뜨기 어려울 만큼 햇빛이 강합니다. 보고타 동쪽에 위치한 몬쎄라떼(Monserrate)가 정면에 보이는데 마치 하얀 솜이불을 덮은 듯한 모습입니다. 한-콜우호재활센터(DIVRI)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엘도라도 국제공항이 있어 기관 근처에선 비행기가 낮게 날아다니는데 오늘은 비행기 기종까지 읽힐 만큼 가까이 보이네요. 비행기 덕후(!) 답게 사진으로 남겨둡니다. 



오전 수업을 하고 동기랑 DIVRI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한 신사분께서 저희 쪽으로 오시더니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십니다. 패용하고 계신 대한민국 훈장과 태극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국전쟁 참전유공자(Veterano de la Guerra de Corea) 분이십니다. 둘 다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 허리를 굽혀 인사드립니다. 동행하신 부인과 자녀분께서도 저희에게 한국말로 인사해주십니다. 오늘 한-콜우호재활센터(DIVRI)에서 작은 행사가 있는데 거기 참석차 오셨다고 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언제 서울에 한번 초대해주세요"라고 말씀하십니다. 뭔가 뭉클하네요. 젊은 날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전쟁으로 지킨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참전용사 한국 방문 프로그램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90세가 훨씬 넘은 연세인데도 참전용사의 기개가 느껴집니다.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한-콜우호재활센터(DIVRI)는 전체 6개 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동이 디귿자 형태로 이어져 있고 가운데는 중앙정원이 꾸며져 있습니다. 정원 곳곳에는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운동기구가 설치돼있습니다. 점심 후에 수시로 산책을 하는데 오늘따라 운동기구들이 눈에 들어오네요. KOICA에서 우리 기술로 지은 건물이라 건물 구조, 내부 설비 등이 저희에겐 꽤 익숙한 게 많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봉사 활동할 수 있다는 게 해외봉사가 처음인 저에게는 큰 행운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기관 곳곳에 우리나라의 흔적이 많습니다. 무궁화 문양이 들어간 기와, 2019년 개관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께서 하신 기념식수, 한반도 지도가 음각된 기념비 등 사실 눈여겨보지 않으면 볼 수 없겠지만 저는 보물찾기 하듯 수시로 찾아봅니다.



동네 마트에 이틀에 한 번꼴로 가는데 갈 때마다 '오늘은 조금만 사야지'하는데도 늘 마트를 나설 땐 장바구니가 무거워 어깨가 빠질 듯합니다. 오늘은 된장 수프(?)를 하려고 채소를 많이 샀습니다. 냄비에 플라타노(platano), 양파, 마늘, 유까(yuka), 양송이버섯, 아비추얼라(habichuela; 줄기콩), 당근을 넣고 물을 부어 익히다가 된장과 당면을 넣고 조금 더 끓입니다. 후식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파파야를 준비합니다. 요리를 즐기지 않고, 먹는데 진심이 아닌 저에게 이렇게 차려낸 한 끼는 최선의 건강식입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2022.1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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