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콜롬비아 국립대학교 Universidad Nacional de Colombia 구경
수업은 없는 날인데 오전에 해야할 게 있어서 기관(DIVRI)에 출근합니다. 미리 그려둔 컬러링 도안 7개를 마르셀라(Marsela)에게 각 10장씩 복사해달라고 하고 내일 수업에 사용할 화구를 정리해놓습니다. 동기와 커피를 한잔하고 동기는 수업하러 내려갑니다. 집 근처에 콜롬비아 국립대학교(Universidad Nacional de Colombia)가 있는데 평일에만 외부에 개방하고 있어 오늘 한번 가보기로 합니다. 기관에서는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데 햇빛이 강해 우산을 양산 삼아 쓰고 다니는 사람도 꽤 보입니다.
콜롬비아 국립대학교(Universidad Nacional de Colombia)는 1876년에 개교한 유서 깊은 대학교이며 보고타에서 캠퍼스가 가장 큽니다. 대학 순위로는 사립대학인 로스안데스(Universidad de los Andes; 보고타 소재)가 콜롬비아 최고 명문이지만 콜롬비아 국립대학교 역시 입학이 어려운 상위권 대학입니다. 출입구는 6~7곳 정도 되는데 저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서쪽 출입구로 갑니다. 외국인 방문객에 대한 별다른 제한은 없습니다. 신분증(cedula) 확인 절차나 가방 검사도 없이 정문을 통과합니다.
캠퍼스 한쪽편에 젖소와 말 방목장이 있습니다. 수의대 학생들이나 농축산 관련 학과 학생들의 연구를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른 초원에서 여유롭게 지내는 모습이 좋아 보입니다. 동물을 워낙 좋아해서 정문 통과하자마자 첫 번째 코스로 젖소와 말 방목장에 들러 기웃대다 갑니다. 분변 냄새가 조금(?) 많이(!) 나네요.
콜롬비아 국립대학교 캠퍼스 내에서는 다들 휴대폰을 손에 들고다닙니다. 역시 교내는 안전한 듯하네요. 분위기도 보고타(Bogotá) 시내와 확연히 다릅니다. 배운다는 게 그래서 중요한 걸까요, 아니면 이것마저 제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불편한 시선도 없고 은근히 위협적인 분위기도 없어 너무 좋습니다. 저도 편하게 휴대폰을 손에 들고 이곳저곳 사진으로 담아가며 둘러봅니다. 건물마다 번호가 있는데 4로 시작하는 건물들은 대체로 의대, 약대, 수의대, 공대 등이 사용하고 있네요.
콜롬비아 국립대학교를 구글링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이미지가 중앙광장(Plaza Francisco de Paula Santander)인데 광장을 둘러싸고 대공연장, 도서관, 학생식당, 중앙공원이 있습니다. 대공연장 건물 외벽에는 체 게바라(Che Guevara, 1928-1967) 초상이 그려져 있네요. 학생식당은 여러 군데 있는데 중앙광장 옆에 있는 곳이 가장 큽니다. 외부인도 식당에서 식사할 수 있고 금액도 저렴합니다. 물론 학생 가격은 더 저렴합니다.
가톨릭을 국교로 하는 콜롬비아답게 캠퍼스 내에 가톨릭 예배당도 있습니다. 입구에 마련된 간이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잠시 들어가 앉아 기도합니다. 날씨가 좋아 사진이 모두 근사하네요. 캠퍼스 내에 노점상도 많습니다. 중고책, 간식거리, 구제 옷, 액세서리 등 없는 게 없어 보입니다. 캠퍼스가 워낙 넓어 절반 정도 대충 훑었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교내 자연사 박물관(Museo de Historia Natural), 건축 박물관(Museo de Arquitectura Leopoldo Rother) 등은 다음에 가기로 합니다.
여행다닐때 유명한 대학교, 도서관, 공원은 꼭 들르는 편인데 이번에도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은 어디든 마음에 평안을 줍니다. 콜롬비아 국립대학교는 평일에만 외부에 개방하고 주말에는 출입 불가인 게 더없이 아쉽네요. 뜨렌스밀레니오(transmilenio) 역을 지나 육교를 건너오는데 하늘이 정말 예쁩니다. 콜롬비아 국기 색깔이랑도 잘 어울리네요. 육교 아래 말 탄 경찰분이 있습니다. 제가 신기하게 쳐다보니 사진 찍으라며 포즈를 잡아주십니다. 사진 찍을 생각 없었는데.. 무안하실까 봐 한 장 찍어드립니다.
2022.11.
글약방her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