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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KOICA 해외봉사 일기(50)ㅣDIVRI(한-콜 우호재활센터) Día Azul 행사 지원, 파스텔 그림 그리기 (ft.콜롬비아 보고타 미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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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DIVRI(한-콜 우호재활센터) Día Azul 행사 지원, 파스텔 그림 그리기


콜롬비아 공군(Fuerza Aerea Colombiana)과 그 가족을 위한 행사가 DIVRI에서 있었습니다. 올해가 첫 번째 행사라고 하는데 정식 명칭은 Día Azul 입니다. 한-콜 우호재활센터에서는 공군 자녀들 중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오늘 DIVRI 전체에 수업은 없고 저는 그림 그리기 행사장에 마르셀라(Marcela)를 도와 지원 인력으로 배치되었습니다. 8시에 출근했는데 아침부터 기관 안팎이 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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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위해 앰뷸런스도 건물 외부에 대기중입니다. 오늘 DIVRI 직원은 청바지에 회색 티셔츠가 드레스 코드입니다. 저는 청바지도 없고 회색 티셔츠도 없어서 검은색 바지에 검은색 니트, 회색 카디건을 입었습니다. 파란색 조끼에 모자를 쓴 분들은 아마 공군(Fuerza Aerea) 쪽 관계자분들 인 듯합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이 한두명씩 부모님들을 동행하고 모입니다.




그림 그리기 행사장은 DIVRI 실내수영장 바깥쪽에 세팅되어 있습니다. 미술 강의실에 있던 이젤을 모두 꺼내왔습니다. 이젤마다 높이를 다르게 해서 A4용지를 2개씩 붙여놓고 파스텔은 색깔별로 5~6개씩 놓아둡니다. 오늘은 제가 그림을 그리는 건 아니지만 야외에서 그림 그리는 일은 언제나 설렙니다. 아이들이 5~6개 그룹으로 나뉘어 인솔자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티셔츠에 그림을 인쇄하고, 수영도 합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니 다들 즐겁게 그립니다. 아직 힘 조절을 못해서 무른 파스텔을 크레용 다루듯 꾹꾹 눌러서 채색하니 가루가 여기저기 날리지만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보기 안타까운 부모님들이 뒤에 서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충고를 하면 아이들은 오히려 입을 삐죽거리며 더 제 마음대로 그립니다. 작은 손으로 자기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는데 그림들이 다 순수하고 예쁩니다. 






참전 유공자 한분께서 자폐스펙트럼장애(ASD)가 있는 자녀분을 데리고 오셨습니다. 아들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제게 한국전쟁(tmi. 이 분은 한국전쟁에 참전하신 분은 아닙니다)에 대해 잠시 언급하시더니 본인이 파병 갔던 여러 나라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십니다. 당연히 저는 말씀의 10%도 채 이해하지 못했지만 호응하며 말씀에 귀를 기울입니다. DIVRI 프로그램을 뽑아오시더니 제 이름을 한글로 적어달라고 하시고 수업이 언제인지 체크하시더니 곧 다시 보자며 인사하고 가셨습니다. 한참 후 참전 유공자분께서 가시고, 에두아르(Eduar)가 제게 오더니 이야기 듣느라 수고했다고 합니다. 국적을 떠나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게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에두아르와 공유합니다.



10대 후반쯤 되어보이는 다 자란 아이들도 있습니다. 장애의 정도는 고도, 중등도, 경도 지적장애와 지체장애로 다양하지만 미소가 예쁘고 그림을 좋아하는 건 여느 아이들과 다름이 없습니다. 사실 제가 장애인을 대해본 경험이 거의 없어 조심스러웠는데 오히려 아이들이 외국인인 제게 먼저 다가와줘서 고마웠습니다. 한국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면 아이들은 거의 모두 BTS로 화답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캔버스를 가득 채워 크게 그림을 그립니다. 비록 몸이 조금 불편하고 정서와 행동면에 장애가 있지만 이 아이들이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행사는 12시까지인데 11시 30분쯤 휠체어를 탄 귀여운 쌍둥이 여자아이 둘이 옵니다. 이젤은 휠체어 탄 아이들에겐 너무 높아 테이블로 안내합니다. 먼저 원하는 대로 그려보도록 했는데 쌍둥이인데도 불구하고 그림 스타일은 전혀 다릅니다. 가운데 큰 글씨를 두텁게 그리고 바탕을 채색하는 동생과 캔버스 끝에서부터 조금씩 조심스럽게 그림을 만들어가는 언니의 그림은 둘 다 완벽하게 아름답습니다. 제게 BTS 팬이라며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합니다.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몸소 체감합니다. 



이 날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모두 모아 이젤 한곳에 모았습니다. 제각각 개성이 담긴 그림을 보고 있자니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저는 이렇게 순수하고 예쁜 그림을 더는 그릴 수 없는 어른이 되어버렸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순수한 아이들의 그림을 더 사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코워커 신디(Cindy)가 저를 그려주겠다며 잠시 서있으라고 합니다. 파스텔로 요리조리 다듬으며 그린 그림을 선물이라며 줍니다. 꽤 마음에 듭니다. 어딘가 정말 저를 닮았습니다. Muchas Gracias! (감사합니다)




2022.9.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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