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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KOICA 해외봉사 일기(47)ㅣ한국전쟁 콜롬비아 참전용사 기념비, 한콜우호재활센터 DIVRI 풍경 (ft.콜롬비아 미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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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한국전쟁 콜롬비아 참전용사 기념비, 한콜우호재활센터 DIVRI 풍경


한-콜 우호재활센터(DIVRI)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앞에 대리석 기념비가 있습니다. 뒷면에 우리나라 지도가 작게 새겨져 있는 검은색 기념비인데 의외로 위치가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 이 기념비를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습니다. 해운대구에 사는 사람이 해운대해수욕장을 더 모르는 그런 이유일까요. 무튼 늘 지나치기만 하다가 오늘은 출근길에 굳이 뒤쪽으로 돌아가 봅니다.



양쪽에 콜롬비아와 우리나라 국기가 새겨져 있고, <대한민국 콜롬비아 우호재활센터>라고 적혀 있습니다. 코이카(KOICA) 사업으로 한-콜 우호재활센터를 설립하면서 머릿돌로 세운 듯합니다. 기념비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분들의 이름도 새겨져 있습니다. 한참 서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꽤 시간이 흘러서 지금 제가 이분들의 이름을 담담하게 기념비에서 보고 있지만 당시 낯선 나라의 전쟁에 참전해서 목숨까지 잃은 이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제가 여기 서 있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하다는 개념을 넘어 숭고한 희생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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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기념비는 한국전쟁(1950) 당시 전사자 명단을 담고 있지만, 공식적인 '참전용사 기념비'는 아닙니다. 콜롬비아 보고타(Bogotá)에는 두 곳의 참전용사 기념비가 있는데 하나는 국방부(Ministry of Defense)에 또 하나는 국방대학교(War Academy)에 있습니다. 일반인이 들어가서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국방부 공무원인 코워커 신디(Cindy)에게 물어보고 같이 가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콜롬비아가 한국전쟁에 파병한 유일한 중남미 국가라서 그런지 뭔가 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수업이 없는 날에도 기관에 출근을 합니다. 어떤 수업을 할지 준비도 하고 수업에 사용할 스페인어 표현들도 정리합니다.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수시로 이용자(usuarios)분들이 오셔서 이것저것 문의를 합니다. 제 스페인어 실력을 아는 분들은 천천히 말씀해주시는데 그렇지 않은 분들은 현지인 대하듯 저를 대하시는데 정말 하나도 못 알아듣습니다. 집중해야 들리고 멍하니 있으면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게 외국어이니까요. (끄응)



갑자기 폭우가 쏟아집니다. 제 자리 바로 앞에 창문이 있는데 우리나라 태풍만큼 바람도 강하고 비도 많이 옵니다. 비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저는 얼른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창문에 붙어 서서 영상을 찍습니다. 1층 로비에서 에어로빅 특강을 하는지 음악을 크게 틀어놨는데 쏟아지는 빗소리를 이기진 못합니다. 폭우 덕분에 기분 좋은 오후입니다. 





가끔 기운이 없거나 괜히 축 처지는 날이 있습니다. 보고타(Bogotá) 날씨 때문일 수도 있고 고산지대라 컨디션이 안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갈 한국인 동기가 있다는 게 좋습니다. 외국인과는 아무래도 감정을 나누는 건 어려우니까요. 한국음식을 먹고 싶지만 봉사활동하는 기관 근처에는 한국음식점이 없습니다. 현지적응훈련을 받았던 북쪽으로 1시간 넘게 가야 하는데 너무 멀어서 가까운 곳으로 갑니다. 크레페 앤 와플(Crepes y Waffles)이라는 체인점인데 해산물 샐러드를 주문합니다. 새우, 오징어, 상추, 샐러리까지 제가 좋아하는 식재료가 다 들었습니다. 



맛있게 먹고 커피 좋아하는 동기가 커피 사러 간다고 해서 따라갑니다. 후앙 발데스(Juan Valdez)에서 따뜻한 물에 쉽게 타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커피를 삽니다. 집을 구하면 동기는 커피를 사겠다고 하고 저는 작은 식물을 하나 사겠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아직 계약서에 서명하진 않았지만 둘 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 KOICA(변호사)에서 검토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설레는 맘으로 동기는 커피를 샀네요. 임시 숙소에 머물면서 무료 조식이나 청소 서비스 같은 편리한 점도 많이 누리지만 그래도 '내 집'이 있다는 건 여러모로 안정감을 줍니다. 저도 이사하면 작은 식물을 하나 데려와야겠습니다.  



2022.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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