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점토 Arcilla 작업, 한-콜 우호재활센터 출근길 스케치
한-콜 우호재활센터(DIVRI)는 콜롬비아 국방부와 관련 기관들이 모여있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동네를 한 문장으로 묘사하자면 '조용한 시골마을'입니다. 높은 건물도 없고 대형 마트나 쇼핑센터도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서울이나 부산보다 세종시를 좋아했던 제 성향에는 꼭 맞습니다. 숙소에서 DIVRI까지 가는 방법이 몇 가지가 있는데 지름길로 가면 10분밖에 안 걸립니다. 지름길은 폐선로가 있는 숲길을 건너가는 건데 비가 오면 진흙길을 밟아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운치 있어 좋습니다.
숲길을 건너오면 공장과 창고들이 양쪽으로 늘어선 공단지대가 나옵니다. 큰 트럭이 많이 다니는 길인데 매연이 워낙 심해서 마스크를 꼭 쓰고 다녀야합니다. 숲길 이쪽과 저쪽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릅니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왼쪽에는 국방부, 오른쪽에는 한-콜 우호재활센터(DIVRI)가 있습니다. 교차로에 군경찰(MP: Militar Policia)이 무장을 하고 교통 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월요일은 공예(Manualidades) 수업을 하는 날입니다. 점토(Arcilla)를 재료로 골랐는데 도자기를 만드는 세라믹 점토(porcelana fría)와 클레이를 같이 준비했습니다. 클레이는 만지기도 쉽고 형태를 다듬기도 쉬워 플랜 B로 준비해두고, 우선 좀 만지기 까다로운 세라믹 점토로 간단한 형태를 만들어봅니다. 해와 달, 구름을 만듭니다. 바셀린 크림을 묻혀 부드럽게 주물러가며 형태를 잡는데 생각대로 다듬어지지 않아 수강생분들이 어려워합니다.
다 만든 다음에는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을 하고 마카펜으로 장식도 그려넣습니다.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 나옵니다. 구름에 아크릴 물감을 입힌 뒤 문질러 벗겨내서 독특한 컬러를 내는 분도 계시고, 사람의 흉상을 만든 분도 있습니다. 소감을 여쭤보니 만들기 어렵고 별로라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기존에 있던 재료를 전자레인지에 돌려 녹여서 사용한 게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매끈하게 다듬는 게 저 역시 좀 어려웠습니다.
다음으로는 만지기 쉬운 소재인 어린이용 클레이 점토(Arcilla)를 나눠드립니다. 자연물 중에서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뭘 만들지 모르겠다는 분들께는 머그컵을 앞에 놔드리고 그대로 만들어보시라고 합니다. 고양이, 나비, 상어, 컨버스화, 계란바구니도 있습니다. 흉상을 만든 분이 컨버스화를 만드셨는데 손재주나 관찰력이 대단한 분입니다. 기본적인 사용법만 알려드리고 디테일한 작업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안 하는데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장식을 합니다.
수업이 끝나고 이용자(usuarios) 중 한분께서 선물이라며 작은 주머니를 전해줍니다. 안에 나비모양 열쇠고리가 들었습니다. 독일에서 온 친구가 만들어준 거라며 저와 신디(Cindy)에게 하나씩 주십니다. 경찰 자녀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분인데 멀리 한국에서 이곳까지 본인들을 도와주러 와서 너무 고맙다며 필요하다면 제게 스페인어를 가르쳐주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요 며칠 여러 복잡한 일들로 몸도 마음도 힘들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감사하고 힘이 됩니다.
또 다른 이용자분은 팔찌를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분인데 제게도 마음에 드는게 있으면 골라보라고 하십니다. 콜롬비아 국기 색깔의 팔찌 하나와 가운데 장식이 들어간 핑크색 팔찌 하나를 골랐습니다. 두 개 3,500 pesos(1천 원)인데 모양도 이쁘고 색깔도 마음에 쏙 듭니다. 본인도 크리스천이고 예수님 믿는다며 즐겨 듣는 찬양곡도 추천해줍니다. 누구든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 왠지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2022.9.
글약방her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