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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KOICA 해외봉사 일기(48)ㅣ아크릴화 Acrílica 작업하기, 휴일 일상 (ft.콜롬비아 미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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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아크릴화 Acrílica 작업하기, 휴일 일상 


기관에서 봉사활동한 지 이제 1주일이 지나갑니다. 이제 코워커(Cindy)도 제 수업에 들어오지 않고 혼자 수업을 합니다. 수업에 사용되는 새로운 단어나 표현이 많지만 이용자분들의 도움으로 해나가고 있습니다. 미술교육 봉사단원의 위치에서 이용자(usuarios de DIVRI)분들을 가르치기보다는 저 역시 함께 배운다는 자세를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각자의 개성을 끌어내고 자기만의 표현기법을 찾아내도록 도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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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크릴 물감(Acrílica)으로 작업해 보기로 합니다. 작업도구를 세팅하는데 잘 굳는 아크릴 물감의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아 굳어버린 물감이 많습니다. 붓도 제때 씻지 않았는지 물감이 엉겨 붙은 게 많습니다. 1년 넘게 미술수업이 없었다고 하더니 그동안 방치된 듯합니다. 적당히 쓸만한 아크릴 물감과 그나마 대용으로 쓸만한 수채화물감을 같이 놔둡니다. 코워커(Cindy)에게 부족한 물품은 구입해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아크릴 물감의 기본적인 특성과 몇 가지 채색기법만 알려드리고 자유롭게 작업하시도록 합니다. 아크릴 물감에 물을 전혀 섞지 않고 꾸덕한 질감을 살려 채색하는 분도 있고, 물을 많이 섞어 수채화처럼 표현하는 분도 있습니다. 페인팅 나이프와 나무꼬치도 사용합니다. 그림을 보면 자꾸 한 마디씩 하고 싶지만 꾹 참습니다. 사이즈가 큰 캔버스를 드리면 다 못 채우실까 봐 첫날은 작은 캔버스를 드렸는데 오늘 오신 분들은 기본적으로 캔버스 채우는 데는 어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ASD)가 있는 이용자가 한분 계시는데 지우개도 사용하지 않고 맘에 드는 사진을 하나 고르더니 주저함 없이 스케치를 해나갑니다. 채색할 때도 본인이 원하는 색감을 뽑으려 먼 물을 어느 정도 사용해야 하는지, 어떤 컬러와 섞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아크릴 물감이 대부분 굳어버려 수채물감을 사용하는 바람에 결과물이 조금 아쉽게 마무리되었지만 아주 근사한 작품이 나왔습니다. 같이 동행한 아버님이 이분의 남동생도 애니메이션 작가로 현재 활동 중이라며 두 아들이 모두 그림에 소질이 있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오후 수업에는 오전에 작품을 마무리 못한 분들과 새로운 이용자분들이 몇 분 오셨습니다. 제가 도움을 드리는 자리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금 더 마음이 가는 분들이 보입니다. 키 크고 깡마른 25세의 수강생(Andry)인데 그림을 무척 좋아하는 분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잘 그리기도 하고 그림 그릴 때 표정이 누구보다 진지합니다. 당연히 결과물도 훌륭합니다. 유일하게 이분께만 꿈에서 본 장면을 그려보시라는 제안을 해봤고 역시나 제대로 이해하고 그림으로 옮깁니다. 뭔가 그림에 대해 간단한 제안을 했을 때 그것을 바로 이해하고 반응하는 게 사실 쉽지 않은데 이해력도 높은 분입니다. 





오후 수업이 2시부터 4시까지인데 3시쯤 강의실 문 앞에서 휠체어를 탄 이용자 한분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인사합니다. 같이 그림 그리시겠냐고 여쭤보니 조금 어눌한 발음으로 반대면 강의실을 손으로 가리킵니다. 아마도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혼자는 부끄럽고 친구와 함께 하겠다는 뜻인 듯합니다. 마침 친구분이 밖으로 나와 같이 그림을 그리러 옵니다. 각자 원하는 것을 그려보시라고 합니다. 한분은 1년 6개월 정도 사귄 여자 친구에게 줄 메시지를 그리고 휠체어를 타고 오신 분은 본인 이름을 스페인어로 쓰고 그 아래 제게 한글로 이름을 적어달라고 하시고는 채색을 합니다.



두 분 다 표정이 어찌나 밝고 즐겁게 그림을 그리시는지 저까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림 수준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미술은 캔버스를 채우기만 하면 절반은 성공입니다. 4시에 마쳐야 하는데 다들 끝낼 생각이 없습니다. 다음 시간에 이어서 하자며 겨우 설득해서 수업을 마무리합니다. 강의실을 정리하고 4시 30분쯤 사무실로 돌아갑니다. 콜롬비아는 공산품 가격이 비싸고 그에 비해 품질은 좋지 못합니다. 그래서 소모품이 많이 필요한 그림 작업을 개인적으로 하거나 배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모든 게 제공되니 많이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보고타(Bogotá)에도 우리나라의 '차 없는 날' 같은 행사가 있습니다. 오늘이 그런 날이라 저는 수업도 없고 해서 코워커(Cindy)가 출근하지 말라고 합니다. 숙소가 기관 뒤편이라 올 수 있다고 했더니 그냥 하루는 쉬라고 합니다. 조식을 먹고 방에 잠시 들렀다가 숙소 청소하는 시간에는 방을 비워야 해서 1층 로비에 내려와 있습니다. 이제 3개월 정도 이어진 임시 주거지, 호텔 생활도 며칠 후면 끝이 납니다. 적당한 집을 구해서 며칠 후에 계약서를 작성하고 다시 며칠 뒤엔 이사를 하게 됩니다. 같이 임시 주거지에 있던 동기 한 명도 마침 같은 시기에 집을 구해서 같은 날 이사합니다. 정말 다행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2022.9.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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