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태극기 종이접기 Origami, 노끈 공예 Manualidad pita
매주 월요일은 공예(Manualidad) 시간입니다. 종이접기(origami)로 태극기 만드는 것과 노끈(pita)으로 바구니 만드는 것을 해보기로 합니다. 동일한 이용자가 늘 미술시간에 맞춰 오시는 게 아니라 시간이 되는 분들이 오시기 때문에 진도에 맞춰 진행하는 수업은 하기 어렵습니다. 수준도 다 다르고, 장애를 가진 분들도 오시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의 작업을 데일리 클래스로 기획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분들께는 원하시면 따로 지도를 해드리기도 합니다.
제 책상은 항상 미술 재료들, 그 전 시간에 했던 결과물, 수업 준비물들로 정신이 없습니다. 오늘은 태극기 종이접기를 할 거라서 빨강, 파랑, 검정 색종이를 정사각형으로 자르고 태극기 바탕으로 사용할 하얀 종이도 크기에 맞게 자릅니다. 태극기의 의미를 설명해주고 싶어 구글링을 했는데 건곤감리 중에 '곤'과 '리'가 서로 바뀌어 메모를 해놨는데도 수업시간에 또 거꾸로 알려드렸습니다. 다음 시간에 수정해드려야겠습니다. (*사진은 혹시 혼란을 초래할까 봐 '곤'과 '리'의 자리를 바로 잡아놨습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습니다. 우리나라 국기에 태극기(TAE GEUK KI)라는 이름이 있다는 것에도 흥미로워하시고 각각의 의미를 설명해드리니 의미가 멋지다며 필기까지 하십니다. 가운데 태극무늬를 접는데만 40분 가까이 걸렸고 건곤감리를 오려서 접어 붙이는데 거의 1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콜롬비아 국기가 무척 단순한 모양과 컬러를 한 것에 비하면 태극기는 복잡하지만 재미있는 국기라며 모두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십니다.
제 수업에 처음 오신 분께서 정말 멋진 국기(super chevere!)라며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십니다. 저도 사실 제대로 된 태극기의 의미는 오늘 처음 알았는데, 한국인으로서 자부심 마저 느껴집니다. 그런데 건곤감리, 태극무늬까지 늘 헷갈리니.. 어디 메모라도 해서 다녀야 하겠습니다. 사실 해외에 나오면 한국에 대해 설명할 일이 많은데 그때마다 제가 우리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공부를 좀 해야겠습니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먹으로 구내식당으로 갑니다. 가는 길에 만난 깐델라(Candela)는 오늘도 풀숲에 누워 쿨쿨 자고 있네요. 햇빛이 너무 강한 탓인지 오늘은 나무 그늘 아래 고양이처럼 몸을 말고 있습니다. 옆에 쪼그리고 앉아 인사를 하는데 세 번쯤 부르니 겨우 눈을 뜨고 쳐다봅니다. 예쁜 갈색 눈을 가졌습니다. 다콩이도 등이 까만 턱시도 고양이인데 저는 아무래도 검은색 털을 가진 동물을 좋아하나 봅니다.
오후 수업시간에는 노끈(pita)으로 작은 바구니를 만듭니다. 종이컵을 자르는 법, 노끈을 감는 법을 전체적으로 설명해드리고 이후에는 개인적으로 도와드립니다. 아무래도 제가 스페인어로 설명드린 게 부족하니 이용자분들끼리 서로서로 요령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오전 수업에도 오시고 오후 수업에도 오신 이용자 한분이 사과를 선물로 주십니다. 그 자리에서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고 싶었지만 치열교정 유지장치를 하고 있어서 잘 보관해뒀다가 집 가서 먹기로 합니다.
지체장애와 시각장애를 가진 이용자(usuario) 한분께서는 불편한 손으로 찬찬히 더듬어가며 깔끔하게 노끈을 감습니다. 이분의 보호자(어머니)께서 아들이 건강할때 사진을 보여주십니다. 경찰 제복을 입고 무장을 한 채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입니다. 5살 3살 손자도 둘 있다며 사진을 보여주시며 슬픈 듯 기쁘게 웃습니다. 삶이란 때로 가혹하다는 것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지요.
2022.9.
글약방her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