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코이카 추석 격려품 언박싱, 한국 식재료
추석이 한참 지났지만 주거지를 구하지 못해 사무소에 맡겨뒀던 코이카(KOICA) 격려품을 이제야 뜯어봅니다. 과자, 김, 라면 같은 게 들었을 거라 생각하고 가벼울 줄 알았는데 꽤 무겁습니다. 방 한편에 치워뒀다가 이사하고 며칠 후 개봉했습니다. 뭔가 뜯기 전부터 입구 모서리에 테이프가 떨어져 나간 게 내용물이 일부 분실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박스 옆면을 보니 내용물의 개수는 33개로 적혀있습니다. 몇개가 없어졌을까요 궁금합니다. (흑흑)
인천공항(ICN)을 출발해서 보고타(BOG)까지 먼 길을 왔네요. 테이프도 뜯으려고 보니 이미 좀 뜯겨있습니다. 박스를 열어보니 맨 위에 코이카(KOICA) 이사장 명의의 서신이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맨 마지막 줄에 '근심과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받아본 명절 선물 중에 이런 문구가 담긴 서신이 동봉된 경우는 처음입니다. 해외 근무자가 대부분인 KOICA라서 가능한 배려인 듯합니다. 해외생활은 늘 근심과 걱정이 함께 하니까요.
내용물은 전부 20가지입니다. 화물용 박스에는 33개라고 되어있는데 13개가 분실된 듯합니다. 소스류, 장류, 라면, 쌀, 김, 미역, 당면, 빵가루, 국수, 고춧가루도 있습니다. 요리를 즐기지 않는 제겐 약간 숙제(!)처럼 느껴지는 추석 격려품이지만 아마 이렇게 선물 받지 않았다면 요리는 전혀 하지 않았을 듯해서 감사한 생각이 더 큽니다. 일단 소스나 장류는 다 뜯어서 냉장고에 넣습니다. 유통기한이 대부분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한국 가기 전까지 먹을만큼 먹고 정리하고 가야겠습니다.
라이스페이퍼는 따끈한 물에 담가서 그냥 먹으면 되는데, 빵가루는 어떻게하면 간단하게 먹을 수 있을까요. 머리를 굴려봅니다. 빵.. 이니까 우유에 타 먹을까요. 요리 좋아하는 동기에게 물어봐야겠습니다. 고춧가루는 어디 쓸까요.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고 늦기 전에 줘야겠습니다.
다음날 기관에서 만난 동기에게도 추석 격려품이 분실되지 않았는지 확인해보라고 합니다. 박스에 33개 적혀있는데 내부에 20개 밖에 없다는 놀라운 뉴스를 전해줬는데 동기가 느닷없이 박장대소합니다. (으잉?) 귀국단원인 동기의 말에 의하면 이 파란색 화물용 박스는 재활용하는 것이고 내용물은 KOICA 콜롬비아 사무소에서 현지(Bogotá)에서 구입해 채워 넣은 것이라는 겁니다. 아.. 그렇군요. 어째 모든 제품에 <수출용>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더라니 저는 왜 머리를 한번 더 굴리지 못했을까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용물 분실됐다고 사무소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 행동이 느린 게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홍홍)
2022.9.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