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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KOICA 해외봉사 일기(53)ㅣ새로운 주거지로 이사하는 날 (ft.콜롬비아 보고타 미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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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새로운 주거지로 이사하는 날


드디어 새 집으로 이사하는 날입니다. 아침 일찍 오늘 같이 이사하는 동기와 마지막 호텔 조식을 먹고 머물던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합니다. 제가 구한 집이 오후 3시 이후로 입주할 수 있다고 해서 동기도 같이 오후에 가기로 합니다. KOICA 콜롬비아 사무소에서 이사할 때 차를 지원해주는데 오전, 오후 두 번 부탁드리긴 죄송해서 시간을 맞췄습니다. 오전에는 기관(DIVRI)에 출근해서 일하고 점심 후 숙소로 옵니다. 차에 짐을 싣고 동기네 집에 먼저 가서 짐을 내려주고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이제 각자 독립한다는 생각에 뭔가 뭉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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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네명중 제가 마지막으로 새 주거지에 입주하게 됐네요. 계속 집을 구하지 못하면 개인 돈을 보태서 호텔에 묵을까 생각했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날씨도 드물게 화창합니다. 집주인이 올 때까지 잠시 로비에서 기다립니다. 제 짐은 캐리어 두 개인데 KOICA에서 주는 추석 격려품, 구급상자, 생존 키트, 미술교육 물품 등 그동안 집을 못 구해서 사무소에 맡겨둔 짐들이 더해져 상당량입니다. 3시쯤 집주인이 도착하고 드디어 제 집으로 올라갑니다.





정남향에 큰 창이 있는 따뜻하고 밝은 집입니다. 원룸이라 청소하기도 쉽고 지은지 얼마 안 된 새 건물이라 가구도 깨끗합니다. 저는 집을 구할 때 밝은 집, 노을이 보이는 집(남향 또는 서향)을 선호하는데 이 집이 꼭 그렇습니다. 앞에 큰 건물이 없어 전망이 좋고 일출과 일몰을 다 볼 수 있습니다. 청소하다가 창 밖을 보니 노을이 집니다. 보고타(Bogotá)에 작은 처소를 마련할 수 있게 되어 그저 감사합니다.








집이 작지만 없는 게 없습니다. 드럼세탁기, 인덕션레인지, 전자레인지, 냉장고, 식기류, 압력밥솥, 오븐, 옷장, 소파, 책상, 스툴까지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은 다 있습니다. 집주인이 이것저것 안내를 해주면서 부족한 물건을 직접 챙깁니다. 급한 건 오늘 저녁에 갖다주고 나머지는 곧 해주겠다고 하면서 더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메시지 달라고 합니다. 사실 제 눈에는 지금 상태로도 부족한 게 없어 보이는데 참 꼼꼼한 집주인입니다. 저는 런던(Londres)에 살 때도 집주인이 참 좋았는데 이번에도 좋은 분을 만난 것 같습니다. 



청소하고 짐 정리하는데 아파트 관리소 직원이 왔습니다. 손에 헤어드라이어를 들고있습니다. 집주인이 갖다주라고 했다며 챙겨주고 갑니다. 마트 다녀와서 저녁을 간단히 먹고 씻고 나와 쉬는데 또 누가 벨을 누릅니다. 집주인과 관리소 직원이 새로 구입한 의자와 발 받침대, 책상용 스탠드를 갖고 와서 세팅해주고 갑니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아도 채워주시는 분은 예수님 뿐인데 아마도 오늘 주님이 바쁘게 움직이시나 봅니다.  




다음날 기관에 출근했다가 5시쯤 귀가했는데 잠시 후 벨이 울립니다. 빨래 건조대를 설치해준다고는 했었는데 제 스페인어 실력이 좋지 않아 언제 해준다고 한지는 못 들었는데 아마도 오늘이었나 봅니다. 관리소 직원분이 드릴을 갖고와서 빨래건조대를 설치해주고, 나사가 살짝 풀린 옷장을 손봐주시고 갑니다. 세탁기 위에 콘크리트 가루가 떨어졌습니다. 직원분이 청소까지 해주시겠다며 걸레를 달라고 합니다. 어제 이사해서 집에 아무것도 없으니 이따가 제가 치우겠다고 보내드렸습니다. 30분쯤 지나 벨이 다시 울리는데 아까 그 직원분이 새로 구입한 걸레와 멀티콘센트를 전해줍니다. 집주인에게 보내야 한다며 증거(?) 사진도 찍고 갑니다. 보고타에서 받아보지 못한 속도감 있는 서비스에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집을 깨끗하게 잘 사용해달라는 의미로 알고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2022.9.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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