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수업준비, 보고타 공립 도서관 Biblioteca Pública Virgilio Barco
새벽에 우박이 쏟아져서 3시쯤 잠에서 깼습니다. 폭죽이 터지는줄 알았는데 밖을 보니 하얀 얼음 덩어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여러차례 우박이 창문을 때리는 소리에 깼는데 잠결에 우박 말고 눈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7시에 일어나 블라인드를 걷습니다. 바닥이 밤새 내린 우박에 바닥이 젖었을줄 알았는데 소리만 요란했네요. 아침식사를 하러 갑니다. 오늘은 깔도(caldo) 수프가 다시 나왔습니다. 좋아하는 파파야(papaya)는 오늘도 한 접시 가득 담아옵니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혼자 수업을 해야하니 수업 준비도 하고 스페인어 공부도 할겸 도서관에 갑니다. 숙소에서 가까운 곳이 보고타(Bogotá)에서 가장 큰 공립도서관인 비르힐리오 바르코(Biblioteca Pública Virgilio Barco)인데, 버스로 20분정도 걸립니다. 일요일에는 10시에 문을 여니까 9시 조금 넘어 숙소에서 나갑니다. 보고타에서 버스는 처음 타는데 긴장됩니다. 버스정류장 표지판이 이렇게 생겼네요.
저는 674번 버스를 탑니다. 버스카드(TuLlave)를 찍으니 2,450pesos(750원)가 차감됩니다. 입구에는 마치 지하철 개표구 같은게 설치돼있어 모르고 들어가려다가 걸려 넘어질뻔했습니다. 그 아래 노란색 차단막은 또 뭔가요. 무임승차 방지용인것 같은데 몸집이 큰 사람은 버스타기 힘들것 같습니다. 주일 아침이라 버스가 한산합니다. 적당한 곳에 앉아 바깥 경치도 구경하고 버스에 탄 사람들도 구경합니다. 버스 내부에는 노선도도 없고 안내방송도 없습니다. 맨 앞 전광판에 무심하게 자막이 흘러갈 뿐입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있다가 알아서 내리는 시스템입니다. 얼른 구글맵을 켜서 버스 위치를 추적합니다. 도서관 근처쯤 온 듯해서 벨을 누르고 내립니다. 다행히 제대로 내렸습니다.
날씨가 화창해졌습니다. 도서관 앞 공원에는 가족단위로 피크닉 나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보고타는 집집마다 개를 키우는지 사람만큼 개도 많습니다. 도서관 주변으로는 얕은 연못이 흐르고 있는데 개들이 자유롭게 들어가서 수영하고 뛰어놉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10시에 문을 여는데 5분전입니다. 앞에 잠시 서 있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갑니다.
비르힐리오 바르코 도서관(Biblioteca Pública Virgilio Barco) 모형이 2층 홀에 전시돼있습니다. 달팽이 모양이네요. 물품보관소에 가방을 맡기고 책이랑 노트북만 꺼내서 열람실로 들어갑니다. 도서관 이용은 무료이고 물품보관소 역시 무료입니다. 도서관에 오면 늘 마음이 편안합니다. 자리에 앉기 전에 혹시나 우리나라 책이 있나 해서 데스크에 물어보니 없습니다. 아쉽네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는데 탄자니아(Tanzania)에 파견 간 동기가 연락이 와서 잠시 카톡을 합니다. 다들 어려운 환경에서도 역할을 잘 해내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 비하면 중남미는 환경이 정말 좋은 편입니다.
1시쯤 되니 배가 고픕니다. 도서관 1층에 카페테리아가 있는데 간단한 식사도 있습니다. 몬동고(Mondongo) 수프와 치킨, 야채 샐러드와 감자, 레모네이드 까지 해서 12,000pesos(3,600원) 입니다. 곱창을 잘 못먹는데 역시 곱창이 들어간 몬동고는 제 입맛에는 안맞습니다.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누가 제 이름을 부릅니다. 여기서 누가 날 부르나 하고 돌아보니 버디버디 프로그램을 함께 한 현지인 친구 라우라(Raura)네요. 서로 너무 놀라서 반갑게 인사합니다. 혼자 버스타고 왔다고하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랍니다. 왜 놀라는 걸까요? 이유는 모르지만 제가 대단한 일을 했나봅니다. 대학생인 라우라(Raura)는 지금 학기중이고 집이 근처라 여기 자주 온다고 합니다.
다시 들어가서 공부를 더 할까하다가 근처 공원에 산책하러 갑니다. 시몬 볼리바르 공원(Parque Metroplitano Simon Bolívar)이 도서관 바로 뒷편이라 걸어서 넘어갑니다. 공원 가운에 커다란 십자가 조형물이 세워져있습니다. 서서 한참을 바라봅니다. 공원 중앙에 호수가 있는데 가방이 없으면 거기까지 걸으려고 했는데 노트북이랑 책이 든 가방이 너무 무겁네요.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버스정류장이 있는 도서관 쪽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주변을 둘러보며 걷는데 현지인 가족이 도서관 입구가 어디냐며 제게 묻습니다. 왜? 나한테?? 소매치기 일당인가??? 잠시 여러 생각이 스쳤지만 제 차림새가 도서관에서 나온 사람이라는걸 깨닫고 방향을 알려드립니다. 제가 관광객으로는 보이지 않나봅니다. 2개월 동안 완벽히 현지화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탑니다.
2022.9.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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