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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KOICA 해외봉사 일기(41)ㅣ첫 출근, 첫 수업, 한-콜 우호재활센터(DIVRI), 콜롬비아 미술교육 (ft.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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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첫 출근, 첫 수업, 한-콜 우호재활센터(DIVRI), 콜롬비아 미술교육 (ft.파스텔)


현지적응교육이 끝나면 바로 다음날부터 봉사활동하는 기관에 출근합니다. 조금은 긴장되고 설레는 첫 출근날입니다. 임시주거지가 기관 바로 뒷편이라 7시 30분쯤 숙소를 나섭니다. 제 수업은 10시부터인데 인사도 하고 자리도 정리할겸 기관(DIVRI) 출근 시각인 8시에 맞춰 갑니다. 이 지역은 현지적응교육 기간에 머물던 우사껜(Usaquén)과 달리 외국인이 거의 없는 곳이라 힐끔거리는 시선이 많습니다. 입구에 도착해서 지문을 등록하고 출입확인용 얼굴 사진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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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워커 신디(Cindy) 선생님이 강의실에 수업 안내문을 붙여뒀습니다. <Taller de artes orientales y plásticas> 동양예술과 조형예술 워크숍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제 수업은 일주일에 여섯번, 월, 수, 금,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있습니다. 첫 날이라 보조교사 역할만 하면 될줄 알았는데, 바로 제 첫 수업이네요. 미술도구 보관해둔 곳에서 파스텔과 마카 등을 꺼내와서 수업 준비를 합니다. 어느정도 도구를 다룰줄 알고 그림을 그릴 줄 아는지 보기 위해 오늘은 상대적으로 간편한 도구를 선택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처음에는 네 분이 오셔서 이정도면 지도하기 좋겠다 생각하고 하는데 20분, 30분 지나가니 한분 두분 더 오시더니 어느새 강의실이 꽉 찼습니다.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분도 많고 주문도 많습니다. 아직 스페인어 실력이 부족한데 제 수준에 맞춰서 쉬운 단어로 천천히 말씀해주시니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분들이라 그런지 캔버스를 채우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특히 한분(Luis Gonzalez)은 그림을 꽤 잘 그리십니다. 






스페인어 사용이 원활하지 못한 초반에는 가능한한 긍정적인 단어들만 사용할 예정입니다. 미술수업에서 부정적인 표현은 예민하게 다룰 필요가 있는데 제 현지어가 아직 그정도 수준이 아니라 괜한 오해나 자신감 하락을 초래할 수 있으니까요. 오른손에 장애를 입은지 얼마 안된 분이 오셨는데 처음엔 능숙하지 못한 왼손으로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그림을 안그리고 계시다가 찬찬히 조금씩 그리기 시작하시는데 섬세하고 멋진 그림이 나왔습니다. 시각장애인 한분께는 코워커 신디(Cindy)가 파스텔에 테이프를 붙여주면서 색깔을 알려줍니다. 한쪽 손으로 파스텔이 칠해진 부분을 더듬어가며 다른 손으로 파스텔을 묻혀가는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역시 근사한 그림이 완성됩니다. 산, 나무, 물고기, 해, 구름이 조화롭게 캔버스에 담겼습니다. 




2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림을 다 완성하지 못한 분은 집에서 그려오겠다며 갖고가십니다. 한-콜 우호재활센터(DIVRI)에는 코로나 이전에 미술교육 단원이 있었고, 귀국 후 지금까지 정기적인 미술수업은 없었다고 합니다. 지체장애, 정신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미술 수업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많이 아쉬웠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제가 그분들의 모든 기대를 채워줄 순 없겠지만, 할 수 있는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싶습니다.



 



점심시간에는 1층 식당에서 12,000pesos(3,600원)에 점심을 먹습니다. 원래 DIVRI에는 구내식당이 없었는데 지난달 중순에 생겼습니다. 이곳 식당이 아니었음 매일 밖으로 나가거나 도시락을 싸왔어야 했을텐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수프, 치킨 볶음밥, 주스, 샐러드, 감자튀김, 전형적인 콜롬비아 정식입니다. 먹고 나오는데 DIVRI에서 키우는 개가 낮잠 중입니다. 움직임이나 외형을 볼때 퇴직한 경비견인 듯합니다. 




점심 후에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같이 참여합니다. 사회복지 코워커 리나(Lina)와 동기 한명, 신디(Cindy)와 같이 인형극 준비를 합니다. 대강당에 폴대를 설치하고 커튼을 칩니다. 인형극에 사용할 인형은 DIVRI 이용자분들이 각자 만든 것이고 대본을 따라 인형극을 진행합니다. 조금은 어설프고 체계도 없어보이지만 어쩌면 재활센터인 이곳에서는 이렇게 유연하고 편안한 수업들이 그분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완벽주의에 욕심도 많은 제가 어쩌면 많은 것을 내려놔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첫 출근, 첫 수업은 이렇게 무사히 마무리 합니다. Cindy가 지난번에 2개월 정도는 같이 수업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월요일 오후 수업부터 혼자하라고 합니다. 걱정이 되지만 초반에 바짝 고생하면 후반부에는 수월하겠지요. 주말에는 열심히 수업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아자.      


 

2022.9.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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