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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KOICA 해외봉사 일기(25)ㅣ콜롬비아 성모승천의날 la Asunción de la Virgen, 위워크 스페인어 공부, 우사껜 동네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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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콜롬비아 성모승천의날(8.15) la Asunción de la Virgen, 우사껜 동네 산책


우리나라는 8월 15일이 광복절로 공휴일이고, 콜롬비아는 같은 날 성모승천의 날(La Asunción de la Virgen)로 공휴일입니다. 양국 모두 기쁜 날, 국경일입니다. 스페인어 수업이 없는 날이지만 KOICA에서 강의실을 빌려 쓰는 공유 오피스(WeWork)는 오늘도 문을 엽니다. 아침을 먹고 8시 30분쯤 동기 한 명과 공부하러 갑니다. 공휴일이라 시클로비아(Ciclovía), 자전거 전용도로가 운영 중이고, 도로에 차도 거의 없고 사람도 없습니다.




위워크(WeWork)는 문은 열었지만 공휴일이라 직원은 경호팀 일부만 나와있고, 카페도 운영하지 않습니다. 강의실이 있는 4층은 어두워 6층 카페로 올라갑니다. 채광이 좋은 창가에 자리잡고 노트북과 책을 폅니다. 따뜻한 차 한잔과 우유 한잔을 데워와서 앉습니다. 보고타는 해발 2,700m에 위치한 도시라 주변 산들은 3,000m에 가까워 산세 자체가 우리나라와 다릅니다. 밀림을 연상하게 할 만큼 나무는 키가 크고, 식물의 잎도 넓고 두껍습니다. 우사껜(Usaquen)은 산 중턱에 고급 아파트와 주택이 자리하고 있는데 조용하고 공기 좋고 자연채광에 유리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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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촌을 바라보다 시선을 아래로 옮기면 허름한 판자촌이 보입니다. 사람이 사는 곳인지 폐가인지 모를 정도로 낡고 부실해 보이는 집들입니다. 주민들이 옥상에 빨래를 널러 나오고, 꽃에 물을 주고, 양동이에 고인 빗물을 집으로 갖고 들어갑니다. 슬레이트 지붕 위에 올려진 동그란 통은 저수조인지 집집마다 올려져 있습니다. 현대식 6층 빌딩 바로 뒤에 판자촌이 있고, 건너편 산중턱에는 부촌이 위치한 전형적인 대도시의 모습입니다.



3시간 정도 공부하고 점심을 먹으러 나갑니다. 식당 가는 길에 위워크에서 내려다보이는 집들과 골목이 궁금해서 뒷길로 가봅니다. 골목은 생각보다 잘 꾸며져있습니다. 노란색 벽면을 따라 잘 정리된 화분이 놓여있고 한쪽에는 호스텔(Hostel)도 있습니다. 구시가 골목 끝에 위치한 현대식 빌딩(WeWork)이 오래된 집들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오늘 점심도 단골 로컬식당(Aracelly)으로 정했습니다. 동기가 어제 햄버거를 먹고 탈이 났다며 속 편한 음식을 먹고 싶다 해서 데리고 갑니다. 대부분의 로컬 식당은 메뉴판이 없습니다. 당일에 조달되는 식재료들을 이용해 매일 다른 음식을 제공합니다. 아히아꼬(Ajiaco), 생선 구이, 야채샐러드, 주스가 오늘 점심입니다. 푸짐하고 맛있습니다. 다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10,000 pesos(3천 원)라고 합니다. 인당 금액인 줄 알고 더 드리려고 했더니 전부 해서 그 금액이랍니다. 우리가 남길 것 같아 양을 적게 해서 줬다며 음식값도 절반만 내면 된다고 합니다. 좋은 음식을 이렇게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니, Mary 선생님 덕분에 굉장한 식당을 발견했습니다. 여긴 앞으로 제 '구내식당'이 될 듯합니다.      



위워크로 돌아오는 길에 오블레아스(Obleas) 와플 파는 곳을 지나갑니다. 얇은 와플 두 개 사이에 땅콩버터, 코코넛 가루, 치즈, 땅콩가루, 시럽 등을 넣어 먹는 간식인데 달고, 달고, 무척 달달한 맛입니다. 동기가 단 음식을 좋아해서 하나 사 먹었는데 결국 너무 달아서 절반은 버렸습니다. 가격은 1개 5,000 pesos(1,500원), 보통은 2,000 pesos정도인데 우사껜 이라 오블레아스도 비쌉니다. 




우사껜에는 아이리시 펍(Irish Pub)이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한 블록에 하나씩 있는 펍인데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에서 만나니 반갑습니다. 간판명은 영어 Irish에 스페인어 정관사 El을 붙인 El Irish입니다. 내부도 영국 펍과 비슷하게 꾸몄는데 의자와 테이블이 키가 작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영국 펍은 의자가 높아 등산하듯 올라앉았는데 제 체형에는 이곳이 더 잘 맞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나중에 음식 맛을 한번 보러 와야겠습니다.    




사람이 없으니 위워크(WeWork) 카페가 더 춥습니다. 입고 온 망토에 모자까지 쓰고 공부하고 있으니 동기가 기이한 장면이라며 사진을 찍습니다. 한국에서는 입고 돌아다닐 수도 없는 옷을 대범하게 입고 다닌다며 칭찬(?)해줍니다. 4시쯤 까지 공부하다 숙소로 돌아옵니다. 요 며칠 계속 비가 내려서인지 더 쌀쌀합니다. 보고타에 있는 동안 망토를 잘 입을 것 같습니다. 좀 무겁긴 하지만 따뜻한 건 두말할 게 없습니다. 



밤하늘이 그림같습니다. 지대가 높아서 구름도 가깝고, 해도 가깝고, 달도 가까운 걸까요. 보고타(Bogotá)에서 지내는 동안 하늘이 늘 가깝게 느껴집니다. 산 꼭대기에 구름이 이불처럼 덮여 있습니다. 달이 정말 또렷하게 보이는데 사진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2022.8.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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