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소금성당 Catedral de Sal, 씨빠끼라 Zipaquira, 응급의료 서비스 이용, 버디버디 프로그램 (ft.현지적응훈련)
보고타 우사껜(Usaquén de Bogotá) 역을 출발한 지 약 1시간 30분 만에 씨빠끼라(Zipaquira) 역에 도착하고, 다시 버스로 15분 정도를 이동해 소금성당(Catedral de Sal) 입구에 도착합니다. 둘러보는 데는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돌아가는 기차 시각이 15시 15분이라 우선 소금성당을 둘러보고 기차역 근처로 내려가서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츄러스(Churros)를 간식으로 사 먹고 입구에 줄을 섭니다.
소금성당 입구에는 거대한 조형물이 있는데 소금을 캐는 광부의 모습입니다. 소금성당은 식민시절 소금 채취 노역에 시달리던 광부들이 지하 200m에 곡괭이로 13개의 성당을 건설한 것인데, 독립에 대한 염원을 담았을 듯합니다. 가이드 투어라 일정수의 인원이 함께 이동하며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형식으로 소금성당 관람이 진행됩니다.
어두운 소금광산(Catedral de Sal) 내부 갱도를 따라가다 보면 중간중간 거대한 십자가와 예배실이 나옵니다. 소금성당이 건설된 역사를 생각하니 현현하게 빛을 발하는 십자가 앞에 절로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전체 13개의 크고 작은 성당이 있고, 소금광산 가장 깊은 곳에 대성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명을 받은 십자가 주변 벽면은 지금도 곡괭이 자국들이 선명합니다. 수천번, 수만 번을 다듬어 십자가를 조각했을 광부들의 간절함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십자가의 높이는 약 5~6m로 사람 키의 2~3배 정도 됩니다. 거대한 십자가 앞에는 여러 개의 기도석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자세로 십자가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아래 갱도로 내려가는 가파른 계단이 보입니다. 십자가 뒤편으로 깊게 파낸 소금광산도 볼 수 있습니다. 폴란드 비엘리치카 소금광산(Wieliczka Salt Mine in Poland) 정도를 생각하고 왔는데, 비교할 수 없이 큰 규모에 감탄을 연발합니다.
꽤 오랜 시간을 걸어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대성당에 도착합니다. 십자가는 높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예배당도 그만큼 거대한 규모입니다. 유럽을 다니며 지상에 건축된 대성당을 많이 방문해봤지만 이곳이 가장 크지 않나 싶습니다. 지하 광산에서 소금을 캐내어 이런 큰 공간을 만들었다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잠시 앉아 기도를 드리고,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고 벽면을 둘러봅니다. 어느 칼럼에서 콜롬비아 소금광산을 '불가사의'라고 표현한 것을 봤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매끈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울퉁불퉁한 벽면과 천장이 당시 소금성당을 만든 광부들의 간절함을 보여줍니다. 위대한 예술은 자연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자연이 만들어낸 동굴과 이곳 소금성당의 광부들이 조각해낸 동굴의 차이를 누가 구분해낼 수 있을까요. 대성당에서 출구로 나가는 길에는 카페와 기념품 가게가 있습니다. 소금으로 조각한 작품들은 대부분 예수그리스도와 관련한 성물입니다.
출구로 나가려는데 약간 어지럽습니다. 숨 쉬기가 힘들고 다리에 힘이 풀립니다. 동기의 팔을 붙잡고 걷다가 결국 주저앉았습니다. 바로 옆 벽면에 들것이 걸려있어 주변 사람들이 모여 저를 들것에 올리고 출구까지 데리고 나갑니다. 밖에 나가 맑은 공기를 마시고 한참을 누워있으니 조금씩 좋아집니다. 고산증세일수도 있다며 의료진들이 소금광산에 있는 의료실로 저를 옮깁니다. 심박수, 산소포화도, 혈압, 혈당을 체크하고 알코올을 묻힌 솜을 코에 대줍니다. 제게 팔을 내주었던 동기는 과호흡이 와서 같은 의료실에서 처치를 받았습니다.
저혈압, 저혈당, 산소부족이 원인이었는데 점심을 거르고 공기가 부족한 소금광산에 오래 머물렀던 게 이유였습니다. 30분 정도 의무실에서 처치를 받고 안정을 취합니다. 둘 다 휠체어를 타고 승강장으로 이동해 택시를 타고 기차역으로 갑니다. 버디들이 아히아꼬(Ajiaco)와 물을 사다 줘서 먹고 보고타(Bogotá)까지 오는 내내 기차에서 푹 잡니다. 다행히 잘 회복되었고 주말이라 이틀 연속 숙소에서 푹 쉬었습니다. 도와준 동기들과 버디들에게 감사합니다.
2022.7.
글약방her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