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KOICA 해외봉사 일기ㅣ콜롬비아 미술교육
대사관 방문, 한식당 아리랑 Arirang, 우사껜 Usaquén 산책 (ft.현지적응훈련)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현지적응훈련을 진행하는 지역(우사껜; Usaquén)은 외국인이 많이 사는 번화가입니다. 그래서 식당이 늘 붐비고, 음식도 늦게 나와 점심 후 쉴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도시락을 싸오는데 30분이면 다 먹고 남는 시간은 스페인어 공부도 하고 잠시 인근 산책도 합니다. 현지에서 배탈 날까 봐 아이스크림은 먹고 싶어도 참았는데 오늘은 젤라또를 하나 사 먹습니다.
햇살이 따사로워 산책하기 더없이 좋은 날입니다. 키가 크고 잎이 무성한 나무 아래는 완벽한 그늘입니다. 가끔 큰 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똥을 싸기 때문에 나무 그늘에 오래 있는 건 위험(?)합니다. 오늘도 검은 고양이를 만나 인사하고 갑니다. 이제보니 한 마리가 아니고 검은고양이 두 마리입니다. 친구인지 형제인지 나란히 누워 일광욕 중입니다.
스타벅스에 잠시 들어가 보고타(Bogotá) 머그컵을 찾아봅니다. 구입할 생각은 없고, 기록용으로 사진만 찍습니다. 우리나라 스타벅스만큼 구색이 다양하진 않습니다. 동기가 숙소에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고 향초를 찾는데 마침 가게가 있습니다. 입구 창살문은 잠겨있고 "ABIERTO(영업 중), Por favor timbrar(종을 울려주세요)"라고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주인이 나와서 문을 열어줍니다. 적당한 향을 못 찾아 구입은 하지 않고 구경만 하고 나옵니다.
화가의 개인 작업실 겸 갤러리도 있습니다. 그림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을 설명해주고, 같이 작업하는 동료도 소개해줍니다. 허락을 구하고 마음에 드는 그림 몇 장을 사진으로 남깁니다. 여유롭고 자유로워 보이는 두 화가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그 모습이 캔버스에 그대로 구현된 것이겠지요. 잘 봤습니다.
이번 주에는 대사관(Embajada De Corea del sur) 방문 일정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사관은 각국 대사관이 모여있는 고급 주택가(Calle 94, Bogotá)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보고타에 와서 처음으로 길을 걸으면서 '안전하다'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KOICA 봉사단원으로 주 콜롬비아 대사관을 찾는다는 게 더없이 흥미로운 일입니다. 현재 주 콜롬비아 대한민국 대사는 추종연 대사님이신데 2017년 국무총리실에서 외교보좌관을 역임하셨던 분입니다. 인사를 나누는 동안 대사님의 콜롬비아에 대한 애정, 양국 관계에 대한 깊은 관심이 느껴집니다. 봉사단원에 대한 기대와 바람도 함께 전해주십니다.
일정 후에는 KOICA 콜롬비아 소장님과 봉사단 코디님들과 오찬을 같이 합니다. 장소는 한식당 아리랑(Arirang), 대사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 미리 주문해둔 음식이 나오고 저는 된장찌개를 받아 듭니다. 기대에 못 미치는 맛이지만 우리나라의 반대편 남미에서 된장찌개를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사이드 메뉴로는 모둠 고기와 떡볶이를 주문해서 나눠먹습니다. 푸짐하게 한식을 먹고 오후에는 다시 스페인어 수업을 위해 위워크(WeWork)로 복귀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같이 탄 현지인들에게 된장 냄새가 나지 않을까 마음이 쓰입니다. 한식은 맛있지만, 그만큼 잔향이 강렬합니다.
2022.7.
글약방her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