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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영국 여행 레이크디스트릭⑥ㅣ혹스헤드 Hawkshead, 힐탑 Hill-Top, 피터 래빗, Lake Distr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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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영국 여행, 레이크디스트릭(Lake District National Park) ⑥

ㅣ혹스헤드 Hawkshead, 힐탑 Hill-Top, 피터 래빗 Peter Rabbit


아침에 일어나니 예보대로 비가 많이 내린다. 침대에 누워있는데도 빗소리가 들릴 정도다. 친구들이 오늘은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자고 한다. 그러자고 하고 조식을 먹고 창 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보며 커피를 마시다가 '피터 래빗(Peter Rabbit)' 이야기가 나왔다. 레이크 디스트릭에서 생의 대부분을 보낸 동화작가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 1866-1943)의 생가가 이 근처에 있다. 구글 지도로 보니 반나절만 하면 충분히 다녀올 거리에 있다. 내셔널 트러스트(The National Trust)에 등록된 Hill-Top이라는 곳인데, 설렁설렁 다녀오기로 한다. 



힐탑(Hill-Tpo)에 가려면 첫날 갔던 보니스-온-윈더미어(Bowness-on-Windermere)에서 호수를 건너가야 한다. 우산을 쓰고 호숫가로 걸어내려가는데 정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잠시 비도 피할 겸 피터 래빗 박물관(The World of Beatrix Potter Attraction)에 들어간다. 입구에는 토끼 토피어리(topiary)가 세워져 있다. 내부에는 포터의 동화책이 전시돼있고, 체험용 물감과 스케치북도 비치되어 있다. 피터 래빗은 어릴 때 우리 집 세숫대랑 바가지에 그려져 있었는데, 원산지(?)에 와서 만나다니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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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탓인지 윈더미어 호숫가에 오늘은 사람이 안보인다. 관광객 유람용 나무배도 모두 뭍에 올라와있다. 폭우에 모두가 몸을 피한 조용한 호숫가, 뭔가 낭만적이다. 여기서 10분쯤 걸어내려가면 호수를 건너는 배를 탈 수 있다. 빗줄기가 세찬 바람을 타고 가로로 내린다. 우산을 써도 옷이 다 젖을 것 같아서 비옷 하나씩 사 입고 배 타러 간다. 



저 멀리서 넙적한 배가 다가온다. 바닥에는 사람, 자전거, 자동차 그림이 그려져있다. 차도 싣고 사람도 탄다. 편도 1인 £0.5, 우리 돈으로 8백 원 정도.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넌다. 7명 정도가 탔는데 다들 폭우에 옷이며 머리며 다 젖었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신혼부부도 있다. 하류로 흐르는 물살을 가르고 배는 힘차게 호수를 건넌다.



배에서 내려 버스를 타려고 하니 선장님이 30분만 걸으면 된다고 경치 감상하면서 걸어가라고 조언하신다. 같이 배를 탄 사람들 모두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우리는 걷기로 한다. 비옷 입고 우산 쓰고 언덕길을 오르고 또 오른다. 가도 가도 목적지는 보이지 않고, 비는 점점 더 많이 오고, 구시렁대며 30분을 걸었는데 그제야 힐탑(Hill-Top) 이정표가 나온다. 구글맵을 보니 여기서부터 30분을 더 가야 한다. 선장님의 30분은 '잘 걷는 건장한 사람' 기준인 듯하다. 다행히 중간지점부터는 평지다!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우거진 풀숲에서 벌레 울음소리가 들린다. 초록이 가득한 잔디밭에는 엉덩이에 빨간 도장을 찍은 양들이 폭우속에서도 풀을 뜯고 있다. 촉촉한 풀이 더 맛있을까. 걷다가 만난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앞으로 20분을 더 가야 한단다. 폭우 + 바람 + 걸음느린사람, 이 조합이면 도보 30분 거리가 도보 1시간으로 훌쩍 늘어난다. 걷기 시작한 지 40분 만에 식사할 곳을 발견했다. 몸도 녹이고 점심도 먹으러 들어간다. 이름은 Cuckoo Brow Inn(뻐꾸기 우는 산장), 정겹다. 




내부가 무척 고급스럽다. 수백년 된 건물을 후손이 물려받아 호텔로 운영 중이란다. 웨이터는 그리스 출신인데 약간 수다스럽지만 친절하다. 요리 2개와 수프, 맥주를 주문했다. 따뜻한 곳에서 배를 채우니 살 것 같다. 호텔 주인의 안내로 내부 구경을 하는데 수백 년 전에 사용했다는 '사우나 시설'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구들장과 비슷한 구조로 되어있다. 




기다려봐도 비는 잦아들 기미가 없다. 다시 힘을 내서 걷는데 아까보다 비가 더 심하게 와서 시야가 흐릴 정도다. 1시간을 걸어 마침내 힐탑(Hill-Top)에 도착했다. 같이 배를 탔던 사람들은 이미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힐탑은 작은 별장처럼 보인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이 있고, 정원을 지나면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가 살았던 고택이 나온다. 포터는 레이크디스트릭의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자비로 500만 평의 땅과 집 20여 채, 농장 14곳을 구입해서 내셔널 트러스트에 기증했다. 부유한 집안의 외동딸이었지만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았던 그녀의 삶이 '피터 래빗(Peter Rabbit)'에 담긴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버스를 타자고 한다. 1인 £2.9에 미니버스를 타고 5분만에 선착장에 도착했다. 


 


10월의 영국 여행 레이크디스트릭 7화로 이어짐. 

2022.5.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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