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영국 여행, 레이크디스트릭(Lake District National Park) ⑦
ㅣ윈더미어 트레킹, 오레스트 헤드 Windermere Orrest Head
혹스헤드(Hawkshead)에서 다시 배를 타고 윈더미어(Windermere)로 건너오니 4시쯤 되었다. 숙소로 가서 쉴까 하다가 오늘 우리를 뺀 나머지 두 명이 숙소에서 쉬겠다고 한 게 기억나서 서로 편하게 쉬자 싶어 우리도 근처 커피숍에 갔다. 따뜻한 차에 빵을 주문해놓고 2층 창가에 앉았다. 문득 이 시간이 선물처럼 느껴진다. 6시쯤까지 머물다가 숙소로 가는데, 한밤중인 듯 깜깜하다. 셋다 추위와 비바람에 지쳐 저녁을 차려먹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오늘은 오후 1시 40분 기차로 스코틀랜드 북부 인버네스(Inverness)로 간다. 오전에도 역시 비+바람 예보가 있긴하지만 윈더미어 빌리지(Windermere Village)의 야트막한 언덕 트레킹(trekking)을 하기로 했다. 기차역 바로 맞은편 언덕(Orrest Head)인데 정상에 오르면 윈더미어가 호수까지 다 내려다 보인다. 여유 있게 아침을 먹고 창밖에 비 오는 거 보면서 커피를 마신다. 짐을 다 챙겨서 숙소 무인 락커에 보관해두고 나간다.
오레스트 헤드(Orrest Head) 트레킹 시작지점은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다. 입구 안내판을 보니 정상까지 20분 걸린다고 되어있다. 어제 힐탑(Hill-Top) 기억(도보 30분 거리를 1시간 걸었음)을 떠올리면, 우리 걸음으로는 40분 이상 걸린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급할 건 없으니까 40분, 가뿐한 마음으로 언덕길을 오른다.
비도 오고, 숲속에 안개도 끼고, 옷도 젖고, 낙엽이 떨어져 질퍽거리는 흙길에 신발도 젖었지만 싱그러운 흙냄새, 풀냄새,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참 좋다. 우리 셋은 서로 아무 말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느낌을 받으며 숲길을 걸었다. 올라가는 사람도 없고, 내려오는 사람도 없다. 눈부실만큼 깨끗한 초록빛을 내는 이끼들이 돌담에 꼭 붙어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토토로(My Neighbor Totoro, 1988)에 나오는 숲의 정령들이 사는 곳에 온 기분이다.
20분쯤 걸어 올라가니 수풀 틈새로 윈더미어 마을(Windermere Village)이 살짝살짝 내려다보인다. 중턱쯤 온 듯하다. 십자가 모양 이정표가 나오고,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오레스트 헤드(Orrest Head), 오른쪽으로 가면 윈더미어 마을이다. 여기서 내려오는 사람 한 명과 마주쳤는데 등산화에 등산스틱을 갖추고 비옷까지 챙겨 입었다. 우리를 보고 반갑게 인사해주고는 5분만 더 가면 정상이라고 격려해준다. 우리 기준으로는 20분은 더 가야 하지 싶다.
예상대로 아까 등산객을 만난 곳에서 20분, 초입에서 부터는 40분이 걸려서 정상에 도착했다. 꼭대기 답게 비바람도 더 세차게 분다. 전망은 비할 데 없이 멋지다. 저 멀리 윈더미어 호수까지 내려다보인다. 물안개가 산 중턱에서 하얗게 피어오른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셋이서 동시에 고함을 질러본다. '야-호'라고. 입을 벌렸더니 입 속까지 비가 들어온다. 서로 사진 한 장씩을 찍어주는데 우산이 거의 10번은 넘게 뒤집어졌다.
과업(?)을 마치고 다시 숲길을 따라 내려간다. 내려오니 11시 30분. 점심은 간단하게 샌드위치랑 수프로 해결하고 숙소에서 짐을 찾아 윈더미어(Windermere) 기차역으로 간다. 여기서 스코틀랜드 인버네스 (Inverness)까지는 기차로 7시간 30분이 걸린다. 1시 40분 출발이니 도착하면 밤 9시쯤 될 것같다. 마트에 들러 기차에서 저녁으로 먹을 음식을 구입했다.
10월의 영국 여행 레이크디스트릭 이야기(1~7화) 끝.
2022.5.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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