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ㅣ애덤니컬슨, 불확실성의 시대에 진리를 붙잡는 법 (세종서적)
"아름다움은 언제나 단순하지요."
호메로스에 나오는 인물들의 신선함과 아름다움의 비밀을 '단순함'이라 이야기하는 이(생-빅토르, p.36)의 말입니다.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 저자는 호메로스가 현대에도 가치 있는 이유를 삶의 모든 면을 명료하고 차분하게, 그러면서 사랑을 담은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잘못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끌어안고, 각기 제 방식대로 삐뚜름하게 서 있는 특정 세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다는 것이 우리가 호메로스를 사랑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수용하는) 가치관은 마치 성경의 가르침과도 닮았습니다.
아킬레우스나 오디세우스, 페넬로페나 헬레네를 통해 우리 삶의 모델을 고찰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은 호메로스의 '지혜'입니다. 사랑을 사랑하고, 죽음을 미워하고, 넉넉한 포용력을 지향하며, 밝음을 보고자 하는 것. 성경에 나오는 많은 인물들 역시 "이것이 신앙을 가르치는 '경전'이 맞나?"할 정도로 타락한 인간 본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소위 '믿음의 사람'들이 추악한 성범죄를 저지르고 잔혹한 살인으로 '복수'를 일삼는 것을 성경에서는 가감 없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호메로스와 같이 끔찍한 현실, 인간의 본성을 두려움 없이 만나게 해 결국 그것을 통해 진실한 '빛'과 '지혜'를 보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사는 21세기에 수천년전의 호메로스가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하는 것은 그래서 그리스도인에게는 답하기 수월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호메로스는 확고부동한 원칙들이 흔들리는 시대의 물음에 답하고자 합니다. 일리아스에서는 전쟁과 좌절(궁극적으로는 화해)을, 오디세이아에서는 유연성과 통합을 보여줍니다. 더는 어떠한 것도 분명치 않아진 시대. 대체 진실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호메로스가 묘사한 난관투성이 세상이 지금 현재의 삶에서도 전혀 낯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지?
저자는 '서사시'가 지향하는 것은 머나먼 과거를 바로 지금 우리 자신의 삶에 중요한 의미를 주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 합니다. 성경을 읽으며 수천년전에 있었던 이야기로서가 아니라 지금 나와 이 세상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듯이 말이죠.
개인적으로 '오디세우스'의 삶에 강한 애정을 느낍니다. 복잡한 면모를 지니고 변덕스럽고 술수가 뛰어난, 그래서(?) 하지만(?) 온갖 우여곡절을 겪는 인간. 뒤틀린 인생이며 결코 지고의 평온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는 '나'를 닮았습니다. 하지만 고통을 겪을 지언정 무릎 꿇지 않으며 유연성과 끝없는 활력을 미덕으로 살아가는 오디세우스. 필요에 따라 단호하고 매섭고 파괴적인 사람이 될 줄도 알고, 영리하고 재미있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될 줄도 압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도 없으며, 무엇이 더 나은 것도 아닌, 그 모든 면을 사용할 줄 아는 한 인간의 아름다운 모델이 될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저자는 아킬레우스처럼 자신의 신념이 가리키는 대로 행동할 수도 있고, 오디세우스처럼 삶의 길에 던져진 장애물을 피해 슬기롭게 자신의 길을 찾아내 갈 수도 있다고 제안합니다.
나는 어느 쪽인가? 그리고 어느 쪽이 진실한 나 자신이며 지혜로운 행동인가? 호메로스가 던지는 질문에 저의 답은 '둘 다'일 것이다. 믿음(신념)을 고집하되, 내게 주어진 과제(장애물)를 부정하지 않고 수용(집중)하는 것. '빛'과 '지혜'를 따르는 삶이겠지요. 호메로스에도 불구하고 진리는 여전히 불확실한 채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호메로스는 근본적으로 잃어버린 것과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 사이의 과도기적인 모습이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내는 무언가를 그리고 있다고 합니다.
인생의 안내서 처럼 여겨지는 호메로스. 실수투성이, 제멋대로, 허영덩어리 인간의 실체를 알고 진실하고 올바르게 행동하는 인간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각 사람의 인생에 진리는 각기 다른 모습일 것이고, 그래서 '진리'를 '무엇인가'로 드러내고 있는 호메로스의 가치가 시대를 넘어서도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요.
원칙이 흔들리는 불확실성의 시대, 인생에 '최초'는 없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는 역사 속에 늘 있어왔고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와있습니다. 저자 나름의 '답'을 내려버리는 얕은 지식이 아닌 독자들로 하여금 '답'을 구하도록 이끄는 호메로스. 정보화시대를 지나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사는 우리는 또다시 불확실성에 놓여있습니다.
직업, 학업, 결혼, 투자 등 다양한 선택의 상황과 크고 작은 고난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각자 알아내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1.4. 씀.
'[책] 소설 시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결단ㅣ롭무어, 30대 백만장자 성공비밀 (aka 파이어족) (0) | 2021.04.22 |
---|---|
[책] 오늘부터 내 인생, 내가 결정합니다ㅣ마르틴베를레, 파이어족 (갈매나무) (0) | 2021.04.21 |
[책]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ㅣ아니타 무르자니, 임사체험을 통한 말기 암 치유, 웨인다이어 (샨티) (0) | 2021.04.19 |
[책] 먼지의 여행ㅣ신혜, 삶의 진로를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샨티) (0) | 2021.04.18 |
[책] 장자ㅣ오강남 풀이, 본래성을 중시하는 장자 철학, 강신주 박사 (현암사) (0) | 2021.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