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영국 여행
ㅣ세븐시스터즈(Seven Sisters) 여행 2화
세븐시스터즈 절벽 가운데 7개 모두를 넘어가긴 무리고, 1개 절벽만 넘어가보기로 한다.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 다음 절벽으로 건너가니 먹구름 사이로 해가 비치고, 해수면에 반영된 모양이 꼭 하트♥ 같다. 친구랑 그 장면을 감탄하며 바라본다. 눈 앞으로는 수평선이 펼쳐지고, 그 옆으로는 지평선이 펼쳐진다. 자연은 인간이 흉내낼 수 조차 없는 완벽한 예술이다.
절벽 위 초원을 따라 걷는데 저 멀리 하늘에서 무지개가 내려온다. 하늘, 바람, 비, 구름, 햇빛, 무지개, 초원, 바다, 나무, 풀, 절벽, 파도, 방해 받지 않고 자연을 오롯이 누린다는 게 이런 것일까. 내면에서부터 일어나는 온전한 행복감을 느낀다. 해가 지려나보다. 등 뒤의 지는 해가 만들어낸 긴 그림자가 초원에 새겨진다.
왔던 길로 다시 돌아 내려간다. 대중교통으로 오는 사람들은 몇개의 절벽을 걷고 다른 쪽 방향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반대편 하늘에는 비구름이 완전히 걷혔다. 해수면 가까이 까지 넘어온 태양이 하늘을 노랗게, 붉게 물들이고 있다.
언덕길을 내려가는 건 수월하다. 비도 오지 않고 바람도 없으니 다리만 움직이면 저절로 내려간다. 올라올때 비 바람을 생각하면 지금이 더없이 평온하다. 역시 사람의 생각은 외부가 아닌 우리 내면의 어떤 것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게 틀림없다. 언덕 중간쯤 맥락 없는 위치에 십자가가 세워져있다. 아까 올라올 땐 우산으로 비바람을 막느라 못 본 것 같다. 해수면에 비친 하트모양 햇빛, 무지개, 십자가, 뭔가 큰 사랑과 위로를 받고 가는 기분이다.
다녀오는데 2시간 30분쯤 걸렸다. 주차장까지 내려오니 오후 4시. 영국의 11월에 오후 4시는 초저녁이라 벌써 어둑어둑해진다. 세븐시스터즈 국립공원을 빠져나와 브라이튼 쪽으로 차를 몰아간다. 전에 다른 친구랑 브라이튼 항구(Brighton Pier)는 가본 적이 있는데, 오늘은 그 근처 브라이튼 마리나(Brighton Marina & Boatyard) 빌리지 쪽으로 왔다. 요트 계류장이 바라다 보이는 야경이 근사하다.
말메종(Malmaison)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들어갔는데 화려하지 않고 조용하고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다. 파스타, 스테이크, 샐러드를 하나씩 주문했는데 다 맛있다. 3시간 가까이 세븐시스터즈를 걸어서 식사가 더 입에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야경, 맛있는 음식, 좋은 친구, 기쁜 맘으로 식사를 하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간다.
2022.3.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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