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영국여행
l 세븐시스터즈(Seven Sisters) 여행 1화
요즘 계속 비오고, 바람 불고, 흐리고, 오후 4시면 해가 지고, 11월 중순의 전형적인 런던 날씨다. 친구들도 저녁 9시면 자고, 그런데도 낮엔 늘 졸리고 피곤하고 의욕이 없다고 한다. 나 역시 그렇다. 해를 보는 게 이렇게 중요한 것인지 몰랐다. 일조량이 적으니 몸도 마음도 힘들다. 런던 현지에 주재원으로 파견 나와있는 대학동기에게 연락이 왔다. 이번 주말에 같이 바람쐬러 가자고. 기분전환도 할 겸 그러자고 했다.
오전 11시 30분쯤 친구가 차로 집 앞까지 데리러 왔다. 런던에서 남쪽으로 90km정도 떨어진 남부 해변에 위치한 석회로 된 절벽인 세븐시스터즈(Seven Sisters) 구경을 시켜주겠단다. 세븐시스터즈는 하얀색 석회 절벽 7개가 이어져 붙여진 이름이다. 런던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린다. 다행히 오늘은 해가 살짝 비친다.
1시간 정도 차를 달려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지점까지 왔다. 잠시 쉴 겸 길가에 차를 세운다. High and Over car park, 수평선이 보이는 곳까지 평원이 펼쳐져있다. 안내판에 'viewpoint'라고 씌여있다. 인정! 다시 차를 타고 30분쯤 달리니 예쁜 주택들이 늘어선 마을이 나온다. 친구랑 둘이 여기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며 먹고 살까.. 하며, 평온한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시선을 보낸다.
세븐시스터즈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해안쪽으로 걸어간다. 해안까지 펼쳐진 평원에 완만한 경사로의 언덕이 보인다. 언덕길을 따라 30분쯤 올라가면 세븐시스터즈가 보인다. 길 초입에 마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양으로 자란 나무들이 서있다. 이곳에 바람이 얼마나 강한지 저 나무들이 자란 모양으로도 알 수 있을 듯하다. 친구도 지난번에 왔을땐 비, 바람에 신발은 진흙에 젖고 힘들었다고 한다. 세븐시스터즈로 가는 나무 문을 열고 언덕길로 들어선다.
언덕길을 올라가는 동안 풀 뜯는 소를 만나고, 염소 방목지도 지나간다. 소가 정말 크다. 요즘 답지 않게 날이 좋아 기분 좋게 걷는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언덕길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관광지인데도 일부러 길을 내거나 주변에 장식을 하거나 사진 촬영용 조형물을 놓거나 하지 않았다. 영국은 그런 점이 참 좋다. 자연 그대로. 이름난 관광지 지만 몇십 년이 지나도 항상 같은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조금 유명해지면 카페가 들어서고, 조형물, 홍보현수막, 데크 조성 등으로 자연을 훼손하는데 볼수록 안타깝다.
언덕을 올라가는데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금세 빗줄기가 굵어진다. 가져온 우산을 친구와 같이 쓰고 강한 바람에 맞서 방패처럼 우산을 앞으로 막아들고 올라간다. 세븐시스터즈 절벽에 도착했다. 5분쯤 비가 왔나, 하늘이 밝아지더니 갠다. 먹구름 사이로 해도 나고, 다행이라 여기며 물기를 머금은 풀밭위를 산책한다. 세븐시스터즈는 1억 5천만년 전 작은 해조류와 조개껍데기로 이루어진 석회질이 해저에서부터 백악질 산을 이룬 웅장한 절벽이다. 7개의 석회질 절벽 중 가장 높은 게 헤이븐브라우, 그 옆으로 쇼트브라우, 러프브라우, 브래스포인트, 플래그스태프포인트, 베일리스브라우, 웬트힐브라가 나란히 서있다.
조심스럽게 절벽을 줌인해서 찍어보니 아찔하다. 바닷물이 절벽에 부딪히면서 수시로 낙석이 발생하고, 절벽 모양도 그래서 계속 바뀐다. 절벽도 매년 30cm정도씩 뒤로 밀려난다고 하니 절벽 끝에 올라서거나 앉는건 위험하다고 친구가 얘기해준다. 그런데 따로 안전펜스도 없고, 절벽에서 추락을 조심하라는 경고 표지판도 없는 것이 또 신기할 따름이다.
11월의 영국여행: 세븐시스터즈 여행 2화로 이어짐.
2022.3.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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