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포르투갈여행 12편: 리스본(Lisbon) 여행 7화
내게 소지품 조심하라고 일러주던 경찰이 서 있던 곳에서 한블럭만 올라가면 언덕을 오르는 푸니쿨라 역(Gloria Funicular)이 있다. 급경사 지역이 많은 리스본은 곳곳에 푸니쿨라가 설치되어 있는데 거의 경사가 45˚는 될 듯 가파르다. 마치 트램이 뒷꿈치를 들고 서 있는 것 처럼 보인다. 푸니쿨라는 끼륵끼륵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힘겹게 올라간다.
내가 걷는 속도와 푸니쿨라의 속도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경사로를 따라 언덕을 오르면 노란색 호텔, 노란색 주택, 노란색 카페 들이 연이어 나온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쨍한 짙은 노랑색이다. 경사가 심해서 숨이 턱까지 찬다. 헉헉. 알파마(Alfama) 지역에 비해서는 길이 넓고 반듯반듯하지만 경사가 심한 걸로는 여기도 마찬가지다.
마을 광장에 플리마켓(flea market)이 열렸다. 직접 만든 소품을 팔고 간식거리들도 있다. 이곳은 카르모 광장(Largo do Carmo)인데 카르모 수녀원(Convento do Carmo) 앞에 위치해 있다. 수녀원은 1755년 리스본 대지진 당시에 파괴된 고딕양식의 유적이다. 지붕이 없는 특이한 형태이지만 훼손된 그 자체로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곳이다. 아쉽게도 내가 방문했을 때는 내부 보수기간이라 들어가볼 순 없었다.
가죽 공예품을 판매하는 곳이 있어 잠시 구경하는데 가죽이 아니라 와인 코르크를 납작하게 눌러 지갑, 가방, 악세서리 등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소품들이 모두 가볍고 깔끔하다. 판매는 할아버지가 맡고, 만드는 건 할머니가 하신단다. 손재주가 정말 대단한 분이다.
세련미는 없지만 개성이 넘치는 핑크색 트린다드 극장(Teatro da Trindade), 아줄레주(Azulejo)로 외관을 장식한 호텔, 지나는 길목마다 영화세트장 같은 독특한 건축들을 볼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는 리스본이다. 시계가 오후 5시를 가리킨다. 아침에 감기약을 한알 먹긴 했지만 아까 잠시 비를 맞아서 그런지 해질무렵이 되니 으슬으슬 컨디션이 안 좋아진다. 조금 더 돌아다니다가 저녁먹고 일찍 숙소에 가서 쉬어야겠다.
카르모 광장(Largo do Carmo)이 있는 낮은 지대와 높은 지대의 마을을 이어주는 엘리베이터(Elevador de Santa Justa)가 있다. 1902년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120여년 전에 이런 기술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도시 곳곳에 아랫길과 윗길을 이어주는 엘리베이터가 있어야할 만큼 리스본의 지형 조건은 고르지 못하다. 그러니 2차원 구글맵을 참조해서 길을 찾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호시우 광장(Rossio Square)이 내려다 보인다.
카몽이스 광장(Praca Luis Camoes)까지 내려왔다. 시위가 있는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고 마이크를 잡은 누군가가 연설 같은 것을 하고 있다. 무슨 내용인지는 알수 없지만 뭔가 집회를 하는 듯한 분위기가 불편해서 얼른 벗어난다. 예전에 스웨덴 스톡홀름 여행 중에 시위대를 만났는데 근처를 지나다가 시위대에 휩쓸려 놀랐던 기억이 있다. 시위대에서 되도록 멀리 벗어난다.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장난감 블럭처럼 층층이 쌓인 듯 보이는 건물이 이젠 정겹다. 정면에서 바로 바라다보이는 건물인데 그 입구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왼쪽 위에 있는 집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할지 한참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는 주변 사람에게 묻겠지. "How can I get there?" 정말 도시 전체가 미로같은 리스본이다.
근처 공원에는 야자수가 쓰러질 듯 말 듯 예술적인 형태로 서있다. 공원 주변으로 소방차와 구급차가 줄지어 주차되어있다. 아까 시위대랑 연관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내려가면 바다가 인접한 공원(Jardim Roque Gameiro)있다. 겨울이지만 초록이 가득한 잔디밭에 야자수? 소철? 무튼 그런류의 나무들이 공원을 장식하고 있다. 가운데 기념비 아래에 사자 동상이 있는데 일반적인 사자상이 아닌 축 늘어진, 마치 죽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무슨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하다.
포르투갈 여행 13편: 리스본(Lisbon) 여행 8화로 이어짐.
2022.2.
글약방her 다녀와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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