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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포르투갈⑨] 포르투갈 리스본(Lisbon) 여행 4화ㅣ알파마Alfama 지구 (ft.해외여행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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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포르투갈 9편: 리스본(Lisbon) 여행 4화

 

숙소에서 조금만 걸어내려가면 바다를 접한 광장이 있다. 리스본에서 최대 규모인 코메르시우 광장(Praca do Comercio)인데 이른 시각이라 한산한 광장에서 맑은 아침 공기를 한껏 들여마신다. 광장을 디귿자로 둘러싼 노란색 건물이 광장을 더 시원한 이미지로 만들어 준다. 광장 중앙에 있는 기마상은 리스본 재건에 기여한 주재1세의 동상이라고 한다. 광장 북쪽에는 내가 첫날 밤에 산책하면서 지나간 19세기에 세워진 개선문(Arco da Rua Augusta, 승리의 아치)이 있다. 



어제 비가 많이 와서 아침까지 바닥이 빗물에 젖어있다. 노란색 건물 앞을 지나가는 와인색 트램, 그 위로 거미줄처럼 얽힌 트램 전선, 뭔가 리스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명예를 지키려는 고집이 보인다. 그 부분이 내 아날로그 정서와 잘 맞다. 길이가 짧은 1량짜리 트램은 리스본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형태인데 색깔을 빨강, 초록, 노랑색이 있다. 도로가 좁고, 경사가 심하고, 길이 꼬불꼬불한 리스본에서는 이런 미니 트램이 유용하다. 승차감은 말할 것도 없이 좋지 않다. 덜컹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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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오른편으로 돌아나가서 알파마(Alfama) 지구로 간다. 알파마는 리스본이 발전하기 시작한 최초의 땅이다. 언덕에 조성된 미로같은 골목길에 수백년 된 주택과 건축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알파마 지구 중턱 쯤에는 산타루치아 전망대(Miradouro de Santa Luzia)와 포르타스 전망대(Miradouro das Portas do Sol)가 있고, 언덕 가장 위쪽에는 11세기 무어인 양식의 세인트 조지 성(Castelo de S. Jorge)이 있다. 알파마 지구는 길을 잃지 않는 여행객은 없을만큼 복잡하고, 또 길을 잃어도 좋을만큼 다채로운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대체 사람이 사는 건물인지 알 수 없는 폐가같은 건물과 창문 밖에 빨래가 널려 있는 주택, 수백년은 된 듯한 유적지 같은 건물들이 아무런 구획도 없이 뒤섞여있다. 그런데도 음침하고 스산한 느낌이 없다. 오히려 뭔가 흥미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건물의 색깔이나 디자인이 낡았지만 섬세하고 화려함을 갖고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집들이 블럭을 쌓은 듯 빽빽하게 들어서있고 그들 사이를 좁고 긴 계단형 골목들이 이어주고 있다. 아이들이 놀기 좋은 구조라는 생각이 든다. 어둡고 좁은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다음 동네가 모습을 드러낸다. 집집마다 창문 밖에 걸어 둔 빨래줄에 빨래를 널어놨다. 건물이 촘촘하게 붙어있어 집 안에서는 빨래를 말리기 어려울 듯하다. 



수백년 역사를 가진 주택들이 가득한 골목을 지나다 보면 그 끝에 웅장한 외관의 17세기 판테온(National Pantheon)이 있다. 마치 알파마 지구의 마을을 지키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판테온은 포르투갈 유명인사들의 무덤이 있는 교회다. 이곳 알파마는 겉보기엔 마치 '산동네' 같지만 1755년 리스본 대지진 때에도 피해를 입지 않았을 정도로 견고한 지대에 견고하게 조성된 유서깊은 마을이다. 판테온 테라스에서 알파마를 내려다보니 지나다니는 길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을만큼 빽빽한 집들이 그림동화의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하다. 



오늘이 일요일이고 아침이라 주민도, 관광객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잠시 테라스에 서서 경치를 감상하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건다. 일본사람인데 일본에서 오늘 아침 비행기로 리스본에 도착했다면서 너무 피곤해서 멍하게 앉아 있었다고 한다. 시차도 안 맞고, 심지어 밤새 비행했으니 얼마나 졸릴까. 가방에 갖고 다니던 사탕이랑 초코바를 건네줬다. 일러스트작가라고 본인을 소개하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려고 그냥 계획없이 훌쩍 포르투갈행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사람은 견딜만할 때는 '훌쩍'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 견딜만한 한계선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훌쩍' 어떤 일을 저지르는 것 같다. 내가 영국으로 '훌쩍' 떠나온 것처럼 말이다. 서로의 여행에 축복을 빌어주고 헤어진다.   




이제 리스본 세인트 조지 성(Castelo de S. Jorge)으로 가기로 한다. 그런데 구글맵을 봐도 골목길의 모양과 매칭이 안 된다. 일단 나침반을 보고 그쪽 방향으로 직진 하기로 한다. 문제는 직진도 쉽지가 않다. 가다가 아래위로 느닷없이 갈라지는 골목, 막다른 골목, 구글맵과 전혀 다른 골목길이 당황스럽다. 다시 조금 큰 길로 내려왔다가 다른 계단으로 올라가보고, 다시 내려왔다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스스로 길을 찾아나간다.




아무리봐도 신기한 것은 저 빨래들이다. 어떻게 널었을까. 빨랫줄을 집 안으로 들여와서 빨래를 널고 밖으로 밀어낸걸까, 아니면 기다란 막대기로 밖에 늘어진 빨랫줄에 빨래를 널었을까. 생활의 지혜가 묘기 수준이다. 심지어 빨랫줄에 걸쳐놓은 게 아니라 옷 형태 그대로 빨래 집개 같은 걸로 집어놓은 듯한데 옷이 하나도 늘어지지 않았다. 한참을 남의 집 빨래를 올려다 보자니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듯 해서 사진으로 남기고 가던 길을 다시 간다. 



포르투갈 10편: 리스본(Lisbon) 여행 5화로 이어짐.

 

2022.2.

글약방her 다녀오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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