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포르투갈 7편: 까스까이스(Cascais) 여행
호까곶(Cabo da Roca)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객과 까스까이스(Cascais)로 가는 버스에 나란히 앉았다. 한국에서 직장생활 중인데 설 연휴에 휴가를 며칠 붙여서 포르투갈로 1주일 여행을 왔단다. 멋지다. 그러면서 이번 여행의 목적이 진로에 대한 고민에 답을 얻기 위해서라는데..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 길에서 자신만의 보물을 찾아내길 바란다.
버스로 20분쯤 달려 오늘 마지막 코스인 까스까이스(Cascais)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만난 친구와 같이 이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여름철 해변 휴양지로 이름난 곳인데 한겨울인 지금은 관광객도 없고 어딘지 도시가 텅 빈 듯 썰렁하기까지 하다. 다행히 비는 안 오고 바람만 좀 분다. 버스에서 내려 바닷가 쪽으로 걸어내려 가는데 바닥은 역시 무늬가 있는 타일을 모자이크 형식으로 장식해뒀다. 한겨울인데도 커다란 야자수 나무가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곳이 대서양 휴양지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듯.
아름다운 포르투갈 남부의 해변이 펼쳐진다. 한겨울에 흐린 날씨 탓으로 탄성이 나올 정도의 경치는 아니지만 충분히 매력 있는 휴양지다. 파도를 형상화한 듯한 바닥 타일 문양에 일정한 간격으로 서있는 커다란 야자수가 근사하다. 모래사장에는 내려가지 않았다. 비에 젖은 모래가 내 매쉬 소재 운동화를 뚫고 들어올 것만 같아서 도로를 따라 해변가를 걷는다.
중남미에서나 볼 듯한 작고 독특한 모양의 집들이 해변을 따라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다. 그 가운데 카페도 있고 클럽도 있고 와인바도 있다. 여름이면 노천에 테이블을 놓고 한여름을 즐기겠지. 한쪽에는 다 부서진 건물이 귀여운 벽화를 품고 있다. 철거하지 않고 놔둔 것은 그 자체로 역사적인 자원이라 여기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버려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 그림이 꼭 한글 히읗 같이 보인다. "ㅎㅎㅎㅎㅎㅎㅎ" 이렇게 적어놓은 듯하기도 하고 "히히히히히"라고 적은 듯하기도 하네. 한글이 아니겠지만, 한글을 만나니 반갑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 예보가 있었는데, 다니는 동안 우산을 한 번도 펴지 않았다. 호까곶(Cabo da Roca)에서 받은 방문 인증서까지 들었는데 비가 왔으면 다 젖을 뻔했다. 감사합니다. 해변에는 모래조각을 하는 예술가가 있다. 60~70대로 보이는 여성 예술가인데 작품의 디테일이나 예술성이 나이에 걸맞게 정말 훌륭하다. 거미인지 개미인지 제3의 생명체인지 알 수 없는 곤충과 그 옆에는.. 음.. 나의 예술적인 감각이 부족한 탓에 작품을 이해하지 못해 아쉽다.
까스까이스(Cascais)에는 크고 작은 해변이 여러 개 있다. 요트계류장이 있는 마리나 센터도 있고, 낚시할 수 있는 장소도 있고, 성곽처럼 보이는 건물도 있다. 다채롭고 독특한 도시의 분위기가 볼수록 매력 있다. 기온이 따뜻한 나라들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자유로움이 곳곳에 묻어있다.
마을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 본다. 각기 다른 모양과 장식이 된 집들이 핑크색, 노란색, 주황색, 알록달록한 색깔을 하고 있다. 문득 이런 풍경이 일상인 사람들이 똑같은 모양의 회색 아파트가 즐비한 우리나라를 방문한다면 얼마나 충격을 받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산업화와 자본주의는 때때로 개성을 무시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골목골목 걷다 보니 주택으로 보이는 노란색 건물이 눈에 띈다. 발코니 모양이 독특하다. 따뜻하고 날씨가 좋은 포르투갈의 해안 마을답게 대부분의 건물에 발코니가 있다. 시계를 보니 오후 5시가 넘었다. 이제 리스본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까스까이스 기차역 모습은 약간 동유럽 느낌이 난다. 플랫폼에 들어와 있는 열차 색깔마저 노란색이다. 사실 내가 포르투갈을 좋아하게 된 이유 가운데 '색깔'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원색, 그중에 쨍한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을 좋아하는데 포르투갈에서는 어디에서나 이 색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포르투갈 8편: 리스본(Lisbon) 여행 3화로 이어짐.
2022.2.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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