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포르투갈 5편: 신트라(Sintra) 여행 3화
페나성(Pena Castle)에서 버스를 타고 신트라(Sintra) 시내에 내린다. 점심도 먹고 시내 구경도 할겸 기차역 한코스 전에 내렸다. 마을 분위기가 정말 독특하다.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만큼 어딘가 기이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면서, 조화가 안 되는데 또 특유의 개성을 풍기는 그 모든 것들이 한 마을에 다 들어있다. 동유럽도 보이고, 홍콩도 보이고, 러시아도 있고, 북유럽도 있다. 상상력이 무척이나 풍부한 신께서 신트라를 만드신 듯하다.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는데 마땅히 내가 먹을만한게 보이지 않는다. 카페에 들어가 에그타르트 두개랑 레몬에이드를 주문한다. 친절한 가게주인이 와이파이 비번을 적어서 메모 꽂이에 꽂아준다. 먹는 중에도 몇번을 테이블에 와서 맛이 있는지 물어보고 이것저것 챙겨준다. 에그타르트 두개를 주문했는데 접시 4개를 챙겨주며 덜어먹으라고 한다. 내가 많이 흘리고 먹게 생겼나보다. 에그타르트는 내가 먹어본 중 최고로 손 꼽히는 맛이다. 가게주인이 굉장한 기술자인 듯하다.
먹고 나오는 길에 맛있게 잘 먹었다며 내가 꼭 홍보하겠다고 했더니 그럼 자기 사진을 찍어가라고 한다. 유쾌한 가게주인과 그분의 아들까지 세명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내게 신트라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으시더니 포르투갈에 대한 홍보도 잊지 않으신다. 신트라 뿐만 아니라 포르투갈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부자(父子)였다. (tmi.홍보해주겠다고 했는데 가게 이름을 모르겠다 셋이 셀카만 찍고 간판을 못 찍었네)
먹고 나오니 비 온다. 우산을 꺼내쓸까 하다가 그정도는 아닌 듯해서 외투에 달린 후드를 쓰고 걷는다. 관공서 느낌의 외형을 갖고 있는 이곳은 신트라 궁전(Palacio Nacional de Sintra)이다. 흰색 기둥 모양의 탑 2개가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 있다. 포트루갈에서 가장 오래된 궁전인데, 11세기 무어(Moors: 아랍)양식으로 지어진 곳이라고 한다. 궁전 앞으로 시내를 순환하는 트램 모양의 투어열차가 지나간다.
신트라역(Sintra Station)까지는 버스 한구역인데 기다렸다 버스를 탈까 하다가 그냥 걸어보기로 한다. 신트라는 왠지 구석구석 둘러보고 싶다. 산 중턱에는 드라큘라의 고향 루마니아(Romania)에 있을 법한 저택이 자리하고 있다. 경사가 심한 신트라의 지형상 도로에서 인접한 집의 지붕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곳도 있다. 현관은 어디로 나있는지 모르겠지만 집 앞 마당까지 훤히 내려다보인다. 가다보니 길이 나뉘고 이정표가 세워져있다. 나는 오른쪽 길로 올라간다. 주차장(Park)이 포르투갈어로 Parque 인가보다.
창문이 다 깨진 폐가처럼 보이는 건물이 많이 보인다. 재개발 지역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오래된 시골마을에 집을 버리고 도시로 이주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저녁이면 좀 무서울 듯하다. 건물 옥상에 달린 안테나가 부러진채 버려져 있다. 저 건물은 정말 버려진 건물인듯 하다. 낮이라 그런지 무섭진 않고 저 건물에서조차 멋스러운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긴다. 폐가로 보이는 건물이 있는 쪽 반대편으로는 관공서인 듯한 근사한 건물도 있고, 샛노랑색의 궁전도 보인다. 정말 재미있는 도시다.
신트라 기차역에 도착했다. 다음에 들를 곳은 호까곶(Cabo da Roca)인데 기차역 앞에 호까곶행 버스가 온다. 버스시각을 확인하는데 약 20분 정도 후에 버스가 도착한다고 되어있다. 기차역 안에 들어가 역사 내부의 화려한 타일 장식을 잠시 둘러본다. 자그마한 구멍 안에 역무원이 앉아있는 게 보인다.
역 반대편 쪽으로 나가본다. 기차역 앞에 가족인듯 보이는 사람들이 파티 복장을 차려 입고 서있다. 아기는 광대 분장을 했네. 누구 생일인가. 신트라의 건물색만큼이나 화려한 색감의 파티룩이다.
역에서 몇걸음 떨어진 곳에 전망대가 있다. 비가 부슬부슬 뿌리고 있어 멀리까지 또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저 멀리 산꼭대기에 무어인의 성(Castle of the Moors)이 보인다. 무어인은 옛말로 아랍사람들을 일컫는다. 무어인의 성은 중세 시대에 지어진 유서깊은 성인데 해발 420m의 산 정상에 자리잡고 있다. 8~9세기 무렵 이베리아반도로 넘어온 무어인들이 산 위에 저렇게 성을 세우고 신트라 일대를 지배했다고 한다.
신트라에는 3개의 성이 유명한데 페나성(Palace of Pena), 무어인의 성(Castelo dos Mouros), 헤갈레이라 성(Quinta da Regaleira)이다. 신트라 시내에서 페나성이 가장 멀고, 3개의 성이 모두 거리가 떨어져 있어 세곳 모두 가볼 순 없었다. 관광객들은 그래서 대부분 가장 예쁘고 독특한 페나성만 방문하는 듯하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분지처럼 푹 꺼진 지형에 건물들이 경사면에 세워져 있고, 안개가 분지를 가득 메우고 있으니 정말 동화속 풍경같다.
버스가 오고있다. 기차역 앞에서 호까곶(Cabo da Roca)으로 가는 403번 버스에 올라탄다. 호까곶은 유럽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소위 '땅끝 마을'이다. 내가 탄 버스 안에는 한국인 청년이 절반이다. 내 옆자리에도 한국인 여성이 앉았는데, 가는 내내 서로의 여행일정을 공유하느라 지루할 틈이 없었다.
포르투갈 6편: 호까곶(Cabo da Roca) 여행으로 이어짐.
2022.2.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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