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포르투갈 여행 11편: 리스본(Lisbon) 여행 6화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Miradouro das Portas do Sol)에서 상 조르즈 성(Castelo de S. Jorge)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문제는 미로처럼 얽힌 골목이다. 길을 잃지 않고 잘 도착하길 바라며 구글맵을 켠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을 지나간다. 골목 담벼락에는 그라피티(graffiti)를 가장한 낙서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어두울 때 오면 무섭겠다. 한쪽 벽면에 Don't Be Mean이라고 크게 써져있다. 비겁하고 쩨쩨하게 굴지 말라. 음, 잘 알겠습니다.
미술관인 듯한 빨간대문의 집(Palacio dos Condes de Belmonte) 안쪽으로 들어가니 마당에 커다란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뭘까. 마치 바닷속 산호를 연상하게도 하고, 고개를 숙인 황소 같기도 하다.
부서진 집터가 있다. 전쟁으로 폭격이라도 맞은 듯 심하게 무너진 부분도 있다. 오래된 유적지라는데 아마도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곳이 아닐까 한다. 이 지역에 대한 설명을 기념비에 적어뒀는데 포르투갈어를 알지 못해 안타깝지만 읽을 수 없었다.
길을 잘 찾아왔다. 상 조르즈 성(Castelo de S. Jorge)에 도착했다. 역시 관광객이 많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티켓 창구가 있고 그 앞에 줄이 길게 이어져있다. 입장료는 €8.5인데, 나는 이 성의 내부를 둘러볼 만큼의 지식은 없는 터라 성 외벽만 둘러본다. 스페인어는 그나마 대충 읽히기라도 하는데 포르투갈어는 정말 모르겠다. 안내문 앞에서 눈만 뱅글뱅글 굴리다가 돌아선다.
알파마(Alfama) 지구를 벗어나 다시 리스본 시내로 내려가서 점심도 먹고 시내 구경도 하기로 한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신나게 걸어내려 간다. 알록달록 귀여운 소품을 파는 가게도 있고 예쁜 대문도 보이고, 벽면에 붙여놓은 크고 작은 타일 장식품도 있다. 소품 가게에 들어가 마그넷을 하나 골랐다.
볼거리가 많아서 좋다며 구경에 정신이 팔려있는데 뭔가 등 뒷쪽에 이상한 낌새가 느껴진다. 홱 돌아보니 소매치기다! 내 가방 지퍼를 반쯤 열었다. 놀라서 한국어로 고함을 지르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유히 내 앞으로 지나간다. 놀라서 씩씩대고 있는데 또 누가 가방을 건드린다. 그 일행이다. 다시 고함을 지르고 가방을 앞으로 돌려 멘다. 3명이 소매치기 팀이다. 1번이 시도해서 관광객을 당황시킨 다음 2번이 다시 시도하고, 마지막으로 3번이 마무리하는 식인가 보다. 우와. 내 가방을 노리던 무리는 남자 1명, 여자 2명 총 세명이다. 집시 같은 허름한 옷차림을 한 것도 아니고, 마치 관광객 차림으로 무리 지어 다닌다. 다행히 나는 다치지 않았고, 소지품도 잃어버리지 않았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곳이라 소매치기도 극성이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걷는다. 그런데 손에 지도를 든 여자 셋이 내 뒤에 따라붙는다. 또 소매치기인 듯해서 잠시 벽 쪽으로 붙어 서서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하는 척을 한다. 따라오던 세 여자가 다시 위로 올라가면서 계속 내 쪽을 힐끔힐끔 돌아본다. 내가 걸어가면 다시 따라오려는 듯하다. 몇 걸음 앞에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몰려가길래 일행 인양 그 사람들 틈에 섞여서 시내까지 내려간다. 여행 다니면서 실제 소매치기를 만난 건 처음이다. 예쁜 색깔 집들과 벽에 그려진 그라피티 마저 이젠 소매치기 하기 용이한 환경으로 보인다. 한눈파는 여행객 가방 털기, 무섭다.
미로 같은 구시가지를 도망치듯 빠져나오니 페드로 4세 광장, 호시우 광장(Rossio Square)이 나온다. 이 광장 옆에 리스본 중앙역인 호시우역(Rossio)이 있다. 광장에는 분수대도 있고 공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어 활기찬 분위기다. 광장 근처 카페에서 점심을 먹는다. 배가 부르고 탁 트인 광장에 있으니 조금 전 소매치기로 놀란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된다. 소매치기로 악명이 높은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아무 일 없었는데, 포르투갈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백팩을 메고 온 게 원인인 듯하다. 내일부터는 다시 크로스백을 메야겠다.
광장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어린이 전용 극장이자 영화박물관(Cinemateca Portuguesa-Museu do Cinema)이 나오는데 건축물의 형태가 독특하다. 그 옆 건물은 여행자 안내센터 겸 경찰서인데 앞에 서있던 경찰이 나더러 소매치기가 많으니 소지품 조심하라고 한다. 내가 이미 소매치기 두 팀이나 만났다고 하니까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좀 전에 한국인 여행객이 지갑이랑 여권 잃어버려서 신고하고 갔단다. 한국인들이 주 타깃인가 보다. 조심하는 수밖에. 저 멀리 언덕에 내가 소매치기를 만난 상 조르즈 성(Castelo de S. Jorge) 성곽이 보인다.
포르투갈 여행 12편: 리스본(Lisbon) 여행 7화로 이어짐.
2022.2.
글약방her 다녀와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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