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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아이러니스트ㅣ유영만 지음 (ft.본래성을 따라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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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스트, 유영만 지음, 2021, EBS BOOKS

ㅣ아이러니스트(The Ironist)

 

유영만 교수의 책은 믿고 보는 책 중 하나입니다.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 라는 책으로 처음 유영만 교수의 글을 만났습니다. 가벼운 언어유희를 통해 깊이있는 철학을 다루는 접근법이 좋았습니다. 저와 잘 맞는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아이러니스트>는 사실 제목만 보고 호기심이 들었는데 저자가 또 마침 유영만 교수라서 인연이라도 만난 듯 기뻐하며 읽었습니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는 부제는 이렇습니다.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 유영만 교수가 제안하는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이 궁금합니다.



유영만 교수는 글을 정말 잘 씁니다. 한줄 한줄 읽어내려갈 때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저자의 말처럼 제 "마음이 움직이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이겠지요. 이 페이지(위 좌측)를 통해 우울증의 원인을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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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머리는 거짓말을 합니다. 몸에 밴 행동지식이 축적되면 마음이 움직이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을 합니다. 몸이 정신을 지배합니다. 몸이 머리의 명령을 듣지 않는 이유는 몸으로 체득한 앎이 머리에 없기 때문입니다.... 마인드 컨트롤은 몸이 따라줄 때나 가능한 전략입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을 정도로 피폐해지면 몸은 마음의 통제권역을 벗어납니다. 신체성이 고갈된 상태에서 인간의 정체성은 심각한 위협을 받습니다. 몸은 마음이 거주하는 우주입니다. 몸이 망가지면 자기가 거주할 마음의 집이 없어지기 때문에 마음이 몸을 통제할 기력도 없어지는 것입니다."



아일랜드 출신 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1854-1900)의 명언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연기하라. 다른 배역은 이미 다 찼다.' 오스카 와일드 다운 단호하고 유쾌하며 정곡을 찌르는 말입니다. (tmi. 아일랜드 여행 중에 오스카 와일드의 기념비를 찾아갔었는데 커다란 바위 위에 반쯤 누운 무척 자유로운 자세의 오스카 와일드의 동상이 올려져 있습니다. 그 동상의 형상과 저 발언은 자연스레 오버랩됩니다.)

 

"본래의 나는 책상에 앉아서 인식만으로 찾을 수 없습니다. 다양한 실험과 모색,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실천하는 가운데 내 몸 속에 꿈틀거리던 자기다움이 드러날 때 발견됩니다. 나만의 고유함을 찾아가는 자기 배려의 여정에는 호기심과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아우라(Aura)가 있는 존재를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힘이나 품위가 느껴지는 사람, 혹은 예술작품일 수도 있습니다. 고유한 아우라가 있는 예술작품을 후대에 누군가 모작을 한 경우, 그 아우라(Aura)까지 담아낼 수 있을까요. 본래성이라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유일무이한 어떤 것. 우리 인생도 그렇다고 저자는 이야기 합니다. 

 

"아우라는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재현할 수 없는 당사자의 독특한 그 무엇입니다."



에토스(ethos; 심장), 파토스(pathos; 몸), 로고스(logos; 머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체험적 통찰력에 비추어 생기는 인간적 신뢰감인 에토스가 설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합니다. 체험적 은유법은 그래서 재미+의미 라고 합니다. 깊이가 있는 사람의 한 마디는 공부를 많이한 사람의 1페이지 짜리 논리적인 보고서 보다 설득력이 있습니다. '아!'하는 깨달음을 줍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자주 경험하는 일입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은 논리적으로 설명해서 머리를 공략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성적으로 설득해서 심장을 공격하는 사람입니다. 머리를 공략하는 사람들의 중요한 특징은 자기 체험이 없다는 점입니다. 설명을 계속한다는 것은 자기가 체험한 게 거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재미없는 의미는 견딜 수 없는 답답함이고, 의미 없는 재미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입니다." 

 

밀란쿤데라의 소설 제목을 또 이렇게 적절히 가져와서 씁니다. 유영만 교수는 체험적 은유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실천하는 철학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이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한 우물만 파라', '끈기 있게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다', 뭐 이런 말을 듣고 자랐기 때문일 겁니다. 유영만 교수는 이 부분에서는 니체의 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한 앉아 있지 말라,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생겨나지 않은 생각은 무엇이든 믿지 말라. 모든 편견은 내장에서 나온다. 꾹 눌러앉아 있는 끈기, 신성한 정신에 위배되는 진정한 죄.' 꾹 눌러앉아 있는 끈기를 가진 제게 깊은 찔림을 주는 페이지 입니다. 

 

"실천하는 생의 철학을 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 고민하는 관념적 철학을 거듭할수록 내 안에 쌓이는 것은 지식도, 지혜도 아닙니다. 수많은 편견만이 내장에서 만들어질 뿐이죠."


같은 책 한권을 읽더라도 그곳에서 얻는 지식과 지혜는 제각각입니다. 책을 만난 시기에 따라서도 제각각입니다. 우리는 결국 책이든 예술이든 지금 내게 필요한 메시지를 듣기 위해 끊임 없이 그들 사이를 배회하는게 아닌가 합니다. 제가 필요한 메시지는 이 책에서 다 찾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미 같은 메시지를 여러 책에서 여러 해에 걸쳐 듣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니체가 말하는 '꾹 눌러앉아 있는 끈기, 신성한 정신에 위배되는 진정한 죄'를 계속해서 짓고 있습니다.


2022.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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