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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맑은 가난ㅣ법정 스님 (ft.무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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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1932-2010)의 에세이 66편을 엮은 단편집입니다. <무소유>(1976년)라는 책으로도 잘 알려진 스님의 글을 읽다보면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의 철학을 떠올리게 합니다. 실제 법정 스님은 생전에 강원도의 한 오두막에서 홀로 사는 삶을 사셨고, 법회때 가끔 산을 내려왔지만 어디에 사는지는 아무도 몰랐다고도 합니다. 이후 <오두막 편지>(1999년)를 저술하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2010년, 돌아가시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판하지 말라는 유지를 남겼습니다. 그래서 <무소유> 등 스님의 저서는 현재 구입할 수 없으며, 중고책으로만 구해볼 수 있습니다. 이 단편집은 스님이 책, 강연 등을 통해 남긴 말씀으로 에세이 66편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책꽂이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책 <무소유>에서 인용한 글입니다. 스님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무소유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스님은 이 책에서 뿐만아니라 여러 강연에서도 가난한 삶, 무소유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신 듯합니다. 

 

"무소유란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이것은 소극적인 생활태도가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우리가 만족할 줄 모르고 마음이 불안하다면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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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은 행복의 비결을 적게 가지는 것에 있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기위해 불필요한 것을 가지는 것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투철한 자기 질서를 지니고 사는 사람들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상태에도 얽메이지 않고 자유롭다는 것일겁니다. 

 

"가난한 삶. 삶에 곤란이 없으면 자만심이 넘치게 된다. 마음이 사치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보왕삼매론(글약방her; 중국 원나라 때 한 스님의 법문)은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고 일깨우고 있다. 또한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고 말한다. 자신의 근심과 걱정을 밖에서 오는 귀찮은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삶의 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 숙제로 생각해야 한다... 저마다 이 세상에 자기 짐을 지고 나온다. 누구든지 남들이 넘겨볼 수 없는 짐을 지고 있다. 그것이 그 인생이다. 그걸 딛고 일어서는 창의력과 의지력을 키우라는 우주의 소식(글약방her; 신의 선물)로 받아들여야 한다." 


갑작스레 몸이 심하게 아파본 사람이 있다면 위 글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얼마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했던 기억이 있어, 스님의 이 글이 더 와닿습니다. 

 

"병을 치료하면서 나는 속으로 염원했다. 이 병고를 거치면서 보다 너그럽고, 따뜻하고, 친절하고, 이해심이 많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고자 했다. 인간적으로나 수행자로서 보다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지나온 내 삶의 자취를 돌이켜 보니 건성으로 살아온 것 같았다. 주어진 남은 세월을 보다 알차고 참되게 살고 싶다... 앓게 되면 철이 드는지 뻔히 알면서도 새삼스럽게 모든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일었다."

 

법정 스님이 '건성으로 살아온 것 같다'라는 표현을 한 것을 보면 과연 나는 얼마나 건성으로 살아왔으며, 또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을만큼 건성으로 생을 대하고 있다는 걸 고백합니다. 심지어 아픈지 몇달 지나고나니 그때 했던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다짐들은 이미 흩어져버리고 없을 정도입니다. 


진로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나침반이 되어주는 글도 있습니다. 대학진학을 고민하는 10대, 취업을 고민하는 20대, 결혼을 고민하는 30대, 이직을 고민하는 40대, 퇴사를 고민하는 50대, 인생 2막을 고민하는 60대 등 모든 연령층이 삶의 진로를 고민합니다. 어떤 길로 나아가야할지, 열리지 않는 길에 답답하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해야만하는 현실에 좌절합니다. 

 

"영혼의 밭을 가는 사람. 목표를 향해 곧장 달려가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을 선택합니다.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행해하지 마십시오. 그 나름의 의미가 다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국도나 지방도를 달리면 훨씬 여유가 있습니다. 둘레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누가 무슨 소리를 하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은 좋은 일입니다." 

 

흔한 위로의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건네는 격려의 표현과도 닮았습니다. 그러나 법정 스님 역시 이러한 생각을 하셨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글을 보니 마치 막막한 인생길에 동행이 생긴 듯 든든합니다.


사람과 생명에 대한 기쁨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는 글입니다. 

 

"너무 가까이서 대하다 보면 자신의 주관과 부수적인 것들에 가려 그의 인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또는 풍경이든 바라보는 기쁨이 따라야 한다. 너무 가까이도 아니고 너무 멀리도 아닌, 알맞은 거리에서 바라보는 은은한 기쁨이 따라야 한다."

 

가끔 연락하는 오랜 친구와 옆 자리 직장 동료로 매일 만난다면 어떨까요. 때로 좋은 인연일수록 거리를 두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법입니다. 인간이란 본래 그런 존재라는 것을 스님은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그 공간에 사랑이 고이는가 봅니다. 


고독에 대한 스님의 철학이 담긴 글입니다. 스님이 하신 말씀 중 '홀로 사는 사람은 고독할 수는 있어도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 고독에는 관계가 따르지만, 고립에는 관계가 따르지 않는다' 라는 것이 있습니다. <월든>의 저자 헨리데이비드소로의 사상과 흡사합니다. 

 

"내가 외떨어져 살기를 좋아하는 것은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리듬에 맞추어 내 길을 가기 위해서다. 홀로 있어도 의연한 이런 나무들이 내 삶을 곁에서 지켜보고 거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홀로 있는 시간. 행복이란 무엇인가. 밖에서 오는 행복도 있겠지만 안에서 향기처럼, 꽃향기처럼 피어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그것은 지극히 사소하고 아주 조그마한 데서 찾아온다."

 

2021.12.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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