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프랑스 파리(Paris) 여행 10편
새해 첫날, 날씨는 맑음. 어제는 새벽 3시 넘어 잠드는 바람에 10시에야 일어나서 준비하고 나왔다. 오늘은 여행한 지 15일이 되는 날, 내일이면 집으로 간다. 좀 여유롭게 찬찬히 파리에서 그동안 못 가본 동네 구경을 해보기로 한다. 어차피 1월 1일은 웬만한 상점은 다 문을 닫으니 조용한 파리의 뒷골목을 감상하게 될 것 같다. 공영자전거가 일렬로 줄 맞춰 세워져 있다. 공무원들이 오늘 새벽부터 나와서 정리해둔 것인지, 분명 어제 엉망이 되었을 텐데. 런던으로 돌아가는 버스는 숙소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쇼핑센터 뒷편에 정류장이 있다. 내일 헤매지 않기 위해 미리 가본다.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샹젤리제거리(champs-Elysees) 쪽으로 간다. 어젯밤 새해맞이 행사로 도로는 좀 지저분하다. 아침이라 샹젤리제 거리 양쪽에 늘어선 노상 마켓도 조용하고, 전날 밤의 휘황찬란했던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로운 풍경이다.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도시의 이른 아침을 좋아한다. 주변의 소리, 사람들의 움직임과 시선, 자동차, 상점의 조명 같은 환경에 무척이나 예민한 내게 잠시나마 온전한 휴식을 주기 때문이다. 차갑도록 맑고 파란 하늘, 잎이 다 떨어지고 가지는 바짝 마른 겨울나무의 숭고한 생명력도 느낄 수 있다.
그랑 팔레(Grand Palais)는 새해 첫 날에도 문을 여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Phalle)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중앙 분수대에도 니키 드 생팔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본고장 파리에서 니키 드 생팔을 보고 싶지만 입장객 줄이 너무 길어 이번엔 포기한다. 1월 1일 휴일에 갈 곳 없는 관광객이 모두 여기로 모인 듯하다. 이곳 그랑 팔레(Grand Palais)와 바로 건너편 프티 팔레(Petit Palais)는 1900년 만국 박람회 때 지어졌는데 예술 작품 소장을 위한 공간이다.
비상근무 중인 순찰차도 곳곳에 보인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인기를 끌지 못하는 시트로엥(citroen)이 파리 경찰차로 주로 사용되는 듯하다.
그랑 팔레와 프티 팔레 바로 옆은 센(Seine R.) 강변을 따라 길게 조성된 라헨느 광장(Cours La Reine)이다. 크고 잘생긴 나무들이 양쪽으로 늘어서 울창한 숲길을 만들어낸다. 센 강이 바로 옆에 흐르는 시원하고 예쁜 공원을 한가로이 걷고 있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야경으로만 봤던 알렉상드르 3세 다리(Pont Alexandre III)의 황금빛 동상은 멀리서도 눈에 띤다. 이 다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센 강변에 포함되는데,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알려져 있다. 다리 중간쯤에 위치한 청동 조형물도 근사한데 팔을 뻗어서 앞모습을 찍어보려고 했지만 무리다. 걷는 곳마다 예술작품과 마주친다. 파리도 로마처럼 도시 전체가 미술관이고 박물관이다.
다리를 건너 반대편 앵발리드 군사 박물관(Hotel des Invalides)으로 간다. 1670년 루이 14세가 퇴역 군인을 위한 요양소로 지은 곳인데 지금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1677년에 지어진 웅장한 전쟁 박물관에는 나폴레옹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 군사 박물관(The Army Museum)으로 가는 길은 전체가 공원(Esplanade des Invalides)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한 겨울에도 초록빛을 띤 잔디가 눈이 부실 정도다. 여행 중엔 선글라스가 필수다. 앵발리드로 가는 내내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걷는다.
앵발리드(Les Invalides)는 군사 박물관, 군사 입체모형 박물관, 해방훈장 박물관, 현대사 박물관, 생 루이 데 앵발리드 교회, 전쟁 박물관 등이 한 곳에 모인 군사 박물관 단지로 1671년 건축이 시작되어 1676년에 완공되었다. 입구로 들어서면 너른 마당이 펼쳐지고 앵발리드(Hotel des Invalides)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가 뒷 쪽으로 나가면 생 루이 데 앵발리드 교회(St. Louis des Invalides Cathedral)가 이어지고, 그 뒤로는 나폴레옹의 시신이 안치된 돔형 건물(Tomb of Napoleon Bonaparte)이 위치해 있다. 규모가 상당하다. 나폴레옹의 유해는 1840년 이곳에 안장되었는데, 당시 루이 필리프(Louis Philippe) 프랑스 국왕이 영국 정부와 7년간의 협상 끝에 세인트 헬레나섬(St. Helena I.)에 있던 나폴레옹의 유해를 이곳으로 이장했다.
1월 1일은 박물관 전체가 휴관이라 1층에 공개된 공간만 둘러볼 수 있다. 황금빛 돔으로 장식 된 아름다운 건물이 프랑스인들의 자국 역사에 대한 높은 자존감을 드러내는 듯하다. 앵발리드 정문으로 들어가 전체를 둘러보고 후문 뜰로 나온다. 후문 뜰에서 바라본 앵발리드는 태양빛을 받아 더 선명하게 보인다.
파리여행 11편으로 이어짐.
2022.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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