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프랑스 파리(Paris) 여행 12편
오후 3시가 조금 넘었다. 다시 센 강(Seine R.) 쪽으로 이동해서 시내로 간다. 다리를 건너다 보니 시테섬(Ile de Cite) 위의 노트르담 대성당(Cathedrale Notre-Dame de Paris)이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크고 웅장한 모습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1월 1일이 되었지만 거리 곳곳엔 여전히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 남아있다. 1월 초중순까지는 이 분위기가 이어지겠지. 어제 에펠탑(Eiffel Tower)에서 자정에 새해맞이 행사 구경하고 늦게까지 밖에 있었던 탓인지, 내일이면 집에 갈 생각에 긴장이 풀린 탓인지 몸살기운이 있는 듯하다. 문을 연 카페를 찾아 안쪽에 자리를 잡고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몸을 덥힌다.
숙소에서 만난 친구 중 한명이 어제 이탈리아로 이동하면서 남은 버스티켓을 몇장 줬다. 티켓도 사용할겸 에펠탑 쪽으로 가는 버스를 한번 타본다. 30분 넘게 가야하니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다리 밑에서 히터도 나오는 자리다. 거의 앉자마자 잠이들었다.
한참을 잤나보다. 버스기사가 종점이라고 내리라는 안내방송을 한다. 다행히 내가 내리는 곳이 종점이라 가방을 챙겨 내린다. 히터 위에 앉아서 푹 자다 일어났으니 더 춥다. 내내 걸어다닐땐 추운줄 모르고 다니는데, 역시 겨울엔 도보여행이 여러모로 좋다.
버스를 타고 에펠탑을 지나 파리의 남서쪽까지 왔다. 내가 가려는 곳은 파리 16구역 그르넬 교(Pont de Grenelle)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파리 자유의 여신상(Statue de la Liberte Paris)이 있는 곳이다. 에펠탑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에펠탑 남쪽 지역은 부촌이라 높은 빌딩도 많고 강 건너로 고급 주택도 많이 보인다. 5시가 넘어가니 해가 지고 빨갛게 노을이 진다.
드디어 도착. 파리 자유의 여신상(French Statue of Liberty)은 미국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 축소판인데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11m정도 크기의 동상이다. 뉴욕 자유의 여신상 방향을 바라보고있다. 1886년 프랑스는 미국과의 우호를 돈독하게 하고자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거대한 자유의 여신상 선물을 보냈고, 3년 후 파리 자유의 여신상을 보답으로 받았다고 한다.
이쪽은 파리 남동쪽이나 북쪽과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고급 아파트와 빌등이 가득한 우리나라 서울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에펠탑으로 가는 42번 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맥도날드 입구가 눈길을 끈다. 아이스크림 콘인가. 귀엽다. 버스 전광판에 42번 버스 도착시각이 20분 후로 찍힌다. 이곳에 서서 20분 기다리느니 걸어가는 걸 택한다. 추울때 몸을 덥히기 위해선 따뜻한 곳에 들어가는 것보다 걷는 게 효과가 더 좋다는 걸 여행을 다니면서 체득하게 된다.
에펠탑 아래 유리로 된 돔 안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다. 초록색 조명을 밝힌 돔은 멀리서 보면 지구 같기도 하고, 황금빛 에펠탑과 무척 잘 어울리는 트리 조형물이다. 며칠전 윤서랑 낮에 왔을 땐 예쁜지 몰랐는데, 역시 조명이 있는 밤에 더 빛을 발하는 듯하다.
에펠탑 근처 벤치에 앉아 한참을 바라본다. 언젠가 문득 이 시간이 그리운 날이 올때 더 잘 기억하기 위해서. 6시 30분쯤, 다시 숙소로 간다. 몸살기운이 있어 오늘은 저녁을 먹고 따뜻한 생강차를 한잔 마시고 일찍 자야겠다.
저녁을 먹고 몇 명은 바토무슈(Bateau-mouche) 유람선을 타러 나가고, 프로골퍼인 아이가 나더러 10분만 누워있다가 야경보러 나가자더니 그대로 누워서 곯아떨어져버렸다. 깨울까 하다가 나도 피곤하고 해서 씻고 숙소에서 쉬었다. 5일 내내 들고 다녀서 너덜너덜해진 파리 지도를 사진으로 남겨본다. 디테일은 구글맵을 이용하지만, 전체적인 일정을 짜는데는 종이 지도가 아주 유용한 가이드가 된다. 프로골퍼 친구는 결국 옷도 갈아입지 않고 샤워도 하지 않은채 다음날 아침까지 숙면했다. 파리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한다.
파리여행 13편으로 이어짐.
2022.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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