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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프랑스여행⑬] 프랑스 파리(Paris) 12화ㅣHappy New Year (ft.해외여행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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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프랑스 파리(Paris) 여행 13화

 

아침에 일어나니 다행히 몸살 기운은 없다. 저녁에 생강차 마시고 따뜻하게 해서 일찍 자길 잘한 듯하다. 오늘은 드디어 집에 가는 날이다. 나랑 어제 야경 보러 가기로 했다가 잠들어버린 프로골퍼 친구도 오늘 한국으로 돌아간다. 둘 다 실컷 자고 6시에 일어나 같이 아침식사를 하고, 그 친구는 7시쯤 나가고 난 8시쯤 숙소에서 나왔다. 숙소에서 스태프로 일하는 아이가 1층 현관까지 따라 나와서 배웅을 해준다.

 

배웅길에 자기 이야기를 해준다. 올해 24살인데 대학교를 중퇴하고 프랑스에 10개월 단기비자로 들어와 이곳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조금 더 나은 일자리를 찾고 싶은데, 당장 머물 곳이 없어 이렇게 한인민박에서 스탭으로 있는데 나가서 놀지도 못하고 프랑스어도 전혀 배울 수가 없어 답답하단다. 미래가 불안한데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한다. 외롭고 힘든 그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분명 이 시간도 헛되이 흘러가는 건 아닐 것이라고, 지금의 경험이 좋은 것을 가르쳐줄 것이라고 말해주고 꼬옥 안아주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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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20대, 30대, 아마 80대, 90대가 되어서도 우린 방황할 것이다. 조금 괜찮은 날이 있고, 그 외엔 다 힘든날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금 괜찮은 시기에 있는 사람이 힘든 시기에 있는 사람을 붙잡아준다면 좋겠다. 모두가 삶을 잘 견뎌내길 바란다. 나도 그 친구도. 사람이라면 예외 없이 마음속에 약하고 외로운 아이를 데리고 살아간다. 부러워할 것도, 자랑할 것도 없다. 심지어 영원한 것도 없다. 일상에 감사하고 서로를 기뻐하며 주어진 삶에 충실한 것이 우리의 소명이 아닐까.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또 조금 자랐겠지. 내 마음을 조금 더 단단히 여밀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여행은 언제나 내게 훌륭한 스승이 되어준다.  



다시 뚱뚱한 가방을 메고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내 짐은 내가 씩씩하게 지고 가는 거다. 내 인생의 짐도 내가 씩씩하게 지고 가는 것이고. 마트에서 생수 한 병을 사서 마시고, 가방 옆 주머니에 꽂는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8시 30분. 파란색 메가버스 3대가 주차장에 있다. 맨 앞에 있는 버스에 가서 문을 똑똑 두드리니 기사님이 문을 열어주신다. 10시에 출발하는 런던행 버스가 어떤건지 물어보니 반대편에 주차된 버스라고 하며 체크인은 9시부터 버스기사가 바로 한다며 따뜻한 곳에 가있다가 9시에 다시 오라고 한다. 



버스정류장 옆 쇼핑센터로 가서 무거운 가방을 잠시 내려두고 화장실에 다녀온다. 쇼핑센터는 아직 영업 전이다. 나와 비슷한 상황인 듯한 사람들 몇 명이 쇼핑센터 화장실을 이용하러 내려왔고 그 앞에 마련된 소파에서 같이 시간을 보낸다. 

 

9시가 조금 넘어 버스를 타러 간다. 예약번호와 이름을 확인하고 탑승한다. 첫번째 탑승이라 좌석은 내가 선호하는 2층 앞에서 세 번째 줄에 앉아 옆좌석에 뚱뚱이 가방을 올려둔다. 부디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길 바라며. 10시 정각에 버스는 출발하고, 다행히 빈자리가 많아 편안하게 간다. 맑은 날씨 덕분에 차창밖 풍경도 화창하다. 그저께 윤서가 런던 가는 버스에서 먹으라고 준 한국 과자를 뽀시락 뽀시락 씹어 먹으면서 집으로 간다. 톨게이트도 지나고 버스는 씽씽 잘도 달린다. 



4시간쯤 달려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한다. 영국 국기가 붙어 있는 게이트를 지나고, 버스 승객은 모두 출입국 심사를 위해 모두 내린다.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가방 검사를 하고, 여권심사를 받는다. 우리가 타고 온 버스는 마약탐지견이 탑승해서 한바퀴 수색하고 내려온다. 탑승객이 적어 우리 버스는 30분 정도가 소요됐다. 다시 버스에 오르고, 버스는 도버해협(Strait of Dover)의 해저터널을 지나는 커다란 기차에 태워진다. 난 여기서부터는 기억이 없다. 그대로 잠이 들어 런던에 도착하고서야 눈을 뜬다. 

 

 

버스 창밖은 이제 밤이다. 런던 빅토리아 코치역에 도착한 시각은 저녁 6시. 파리와는 1시간 시차가 있으니 딱 9시간 걸렸다. 한번쯤은 버스가 기차에 실리는 재미있는 경험도 할 겸 버스로 런던에서 파리 정도는 다녀올만하다. 그렇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서 나처럼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면 시도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런던에 도착하니 긴장이 풀리고 피로가 몰려온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여행중엔 피곤한지도 모르고 다녔는데 버스 좌석에 앉으니 잠이 쏟아진다. 집 앞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집에 오니 저녁 7시 30분이다. 저녁 먹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샤워하고, 오늘은 정말 푹 자야지. 주인아주머니가 내가 없는 동안 침대시트와 이불을 세탁해놓으신 듯하다. 감사하다. 좋은 냄새가 나는 포근한 침대 속으로 파고든다. 긴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나 자신이 대견하다. 토닥토닥.   


파리여행 이야기 끝.

 

2022.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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