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프랑스 파리(Paris) 여행 11편
앵발리드(Les Invalides)를 나와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니 길에 정말 사람이 없다. 관광지가 아니라서 더 한산하다. 카르티에 라탱(Quartier Latin) 지역에 있는 팡테옹(Pantheon)을 다음 목적지로 잡고 골목길로 들어서는데 일본풍의 특이한 건물이 있다. La PAGODE, 불교 사찰? 그런데 입구 벽면엔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것이 영화관인가? 내부를 보려고 문틈으로 얼굴을 밀어넣으니 안쪽에 직원이 앉아있다. 사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니 그러라해서 내부 사진도 하나 찍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듯한 건축물에 오래된 나무에 수풀까지 우거져 기괴한 느낌마저 든다. 뭐하는 곳인지 물어보는 것도 잊을만큼 파리와 어울리지 않는 낯선 건축이다.
1월 1일이라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았다. 상점 앞에 쓰레기가 뒹군다. 누군가가 이 길을 지나며 쓰레기를 버렸겠지, 인적이 드문 곳에서 사람은 더 비양심적이 되기 쉬운 게 아닐까. 그런거라면 파리지앵들은 무척 인간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일까. 뒷골목 마저 깨끗한 일본이 떠오른다. 무튼.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어벨 패드가 있어 사진으로 남겨본다. 마치 아파트 엘리베이터 버튼 같다. 이 건물에는 총 24가구가 살고 있다는 것인데 집집마다 거주자의 이름을 적어뒀다. 우리나라는 상가 건물에 있는 주택은 그 집 문 앞까지는 그냥 올라가도록 되어있는데, 유럽은 이렇게 건물 입구에서 도어벨을 누르도록 하고있다. 사유지와 사생활을 중요시 하는 문화가 적용된 것이겠지.
조금 더 걷다보니 Jardin du Potager 라는 작은 공원이 나온다.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텃밭도 가꾸고 하는 곳인 듯하다. 공원 반대편은 공사중인지 커다란 판넬로 가운데를 막아놨다. 공원 바로 옆에는 우리나라 아파트나 빌라 같이 생긴 깔끔한 신축 주택이 있다.
뤽상부르 공원(Luxembourg Gardens) 근처 팔레틴 거리에는 유명한 성당이 하나 있다. 생 쉴피스 성당(Eglise St. Sulpice)인데 파리에서 두 번째로 큰 성당으로 1646년부터 1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건축되었다고 한다. 유명한 예술품이 다수 소장되어 있고, 세계에서 가장 큰 6,700여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의 배경이 되는 교회로도 유명하다. 성당 앞에는 비스콘티(Visconti)가 1847년에 만든 카트로 포앵 카르디노 분수(La Fontaine des Quarter-Points Cardinaux)가 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는데 앞서 걷는 한 가족의 모습이 예뻐서 사진으로 남겨본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아빠와 딸의 손을 잡고 걷는 엄마. 이탈리아 같은 따뜻한 나라에서 여행 온 듯하다. 모두 털모자를 쓰고 두툼한 패딩을 입었다. 걷는 내내 엄마를 올려다보며 종알종알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여자아이가 귀엽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뤽상부르 궁전(Palais de Luxembourg)이 있는 공원(Luxembourg Gardens)이 나온다. 입구에는 미술관(Musee du Luxembourg)이 있는데 연 2회 전시회를 하고 대체로 20세기 회화와 사진, 여성 예술가의 작품에 주목하고 있는 곳이다. 미술관과 그 옆 박물관을 지나 공원 안쪽으로 들어간다.
넓은 공원의 가운데 뤽상부르 궁전(Palais de Luxembourg)이 위치하고 있다. 앙리 4세(Henri IV, 재위 1589~1610)의 왕비 마리 드 메디치(Marie de Medicis)를 위해 건조한 건축이다. 궁전은 좌우 대칭형 구도를 하고있다. 옛 왕실 거주지로 사용하던 곳인데 현재는 연회장 등으로 쓰이고 있다.
공원에는 관광객도 많고 산책 나온 파리 시민들도 많이 보인다. 추운날씨인데도 햇살이 좋아 벤치에 앉아 일광욕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공원 가운데 큰 연못이 있는데 수면이 살얼음이 얼었다. 그 틈을 비집고 물에 몸을 담근 새도 있고 얼음 위를 걸어다니는 새들도 있다. 날아다니는 걸 보면 오리는 아니겠고, 비둘기겠지.
공원에서 빠져나와 동쪽으로 조금 더 가면 팡테옹(Pantheon)이 있다. 프랑스의 위인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18세기에 지어진 국립묘지다. 약 70명의 학자, 정치인, 군인 들이 안치되어 있다. 돔 형 지붕은 보수공사 중이고, 앞쪽 신전은 내부 리모델링 중이라 출입도 못하고 완전한 형태의 팡테옹을 볼 수도 없었다. 유럽 여행을 다니다보면 수백년된 건축물의 보수공사는 수시로 있는 일이라 이젠 아쉬운 마음보다 레어템을 찾은 듯 반갑기 까지 하다. 파리 팡테옹의 입구는 앞 쪽에 6개, 좌우로 4개씩의 큰 석조기둥이 떠받치고 있다.
건물 외벽에 근사한 예술작품이 그려져 있다. 옆에 작품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는 듯하다. 나무, 계단, 풀, 건물, 물결, 먼지 등이 눈에 들어온다. 그림이 너무 예쁘다. 다이어리 표지나 책 표지, 엽서 같은 걸로 만들면 좋겠다.
가다보니 한국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몽쥬약국(Monge Pharmacy)이 나온다. 유럽은 약국에서 약 뿐만아니라 화장품을 팔기 때문에 관광오면 약국 쇼핑을 많이 한다. 숙소 애들 말로는 여기가 파리 중심지에서 멀어서 가격이 저렴하고,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 여기도 1월 1일이라 휴무다.
파리여행 12편으로 이어짐.
2022.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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