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프랑스 파리(Paris) 여행 5편
길가에 꽃가게가 많이 보인다. 꽃도 포장도 너무 예쁘다. 가격은 무척 저렴하다. 영국도 그렇고 프랑스도 가드닝에 관심이 많고 관련 산업이 활발해서 꽃모종도 다양하고 쉽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 같다. 내 집 앞 작은 정원에 예쁜 모종을 사다 옮겨 심는 상상을 해본다. (tmi. 지금 집은 테라스 없는 아파트다) 근처에 영화관이 있나 보다 영화 포스터가 붙은 티켓부스가 있다.
드디어 이정표에 몽마르뜨(Montmartre)가 나왔다. 길을 제대로 찾아왔다. 파리도 런던처럼 Zone으로 구역을 나누고 있다. 1~9 존으로 나뉘고 그것이 다시 20구역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의 통, 반, 번지 개념이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18~20구역이 흑인이나 인디언이 많은 지역으로 파리 시내에서도 약간 우범지역으로 분류된다.
18구역에 들어섰다. 숙소가 있던 지역이랑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건물의 외형도 다르고 간판 디자인도 다르다. 게다가 여기저기 벽면이나 바닥에 낙서가 있고 오르막길(!)도 많다. 이번에도 나는 오르막길에 당한다. 다리 근력을 길러보자.
계단과 오르막길이 교대로 등장한다. 사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몽마르트 언덕 앞 쪽에서 올라간다. 그래서 이런 오르막은 없는데 나는 수많은 관광객과 수많은 소매치기들을 피해 뒷길로 올라가는 중이라 가는 길이 다소 험난하다.
어제 숙소에서 현직 골프선수인 아이가 경험담을 이야기 해줬는데, 어떤 여자가 몽마르트르에서 설문조사를 한다고 다가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옆으로 계속 밀고 몸을 기대고 하더란다.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재킷 호주머니에 손을 대니 지퍼가 이미 반이상 열려있더라는 것이다. 여러 명이 옆에서 말을 시키면서 정신없는 틈을 타 지퍼를 열고 소지품을 훔쳐갈 요량이었던 거지. 한국말로 욕을 막 해대니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설문지를 들고 또 다른 표적을 찾아가더라란다. 무튼 그래서 나는 이렇게 먼 길을 돌고 돌아 몽마르트르로 가는 중이다.
드디어 도착. 몽마르뜨 언덕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하얀색 석조의 사크레쾨르 대성당(Sacre-Coeur)이다. 성당 뒤편이라 한산하다. 이 성당 앞쪽으로 돌아나가면 그 아래로 초록색 잔디가 몽마르트르 언덕을 따라 펼쳐져있다. 잠시 서서 성당을 올려다보는데 한국인 남자 둘이 다가오더니 "한국인이세요?" 묻는다. 목적은 사진이므로 서로 기념사진을 한 장씩 찍어주고 헤어진다. 성당 건물이 너무 멋지다. 1914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니 그리 역사가 오래되진 않았다. 밝은 회색의 돔형 건물, 하얗게 보이는 석조건물, 근사하다.
사크레쾨르 대성당(Sacre-Coeur) 앞쪽으로 가려고 건물을 돌아 골목으로 들어서는데 사람이 북적북적, 한적한 성당 뒷편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즉, 긴장해야 한다. 저 인파들 가운데 관광객은 10%도 안 될 거다. 대부분이 소매치기들. 역시나 동양인 여자 혼자 걸어 들어가니 설문조사해달라는 여자, 수제 실 팔찌 해보라고 들이대는 어린 남자, 시간 물어보는 노인 등 아주 정신없이 들러붙는다. 여행을 꽤 많이 다녀봤고 소매치기도 많이 만나봤지만, 이곳이 최고 험지다. 무튼 나는 입을 꾹 닫고 재빠르게 직진해서 성당 앞쪽으로 간다.
와우! 성당 앞쪽으로 나오니 파리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지평선이 내 시야 아래에 있는 걸 보면 이곳 언덕의 높이가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래로 펼쳐진 초록의 잔디밭에 사람들이 앉아있다.
사크레쾨르 대성당(Sacre-Coeur) 앞에 서서 꼭대기까지 잘 나오게 각도를 맞춰가며 셀카를 찍고 있는데 중년의 외국인 부부가 오더니 사진 찍어주겠단다. 이왕이면 발끝까지 나오게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고 이리저리 포즈를 잡아본다. 발 나오게 한 장, 꼭대기 나오게 한 장 찍었다며 맘에 드는 걸로 골라 쓰라고 하신다. 다정하고 친절한 분들이다. 돌아서 내려가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울 엄마 아빠 보고 싶네.
사크레쾨르 대성당(Sacre-Coeur) 내부 입장은 무료라 잠시 들어간다. 마침 예배 중이다. 사진 촬영은 금지인데 빛이 가득한 돔형 천장 한 장만 딱 찍었다. 뒷자리에 앉아 기도를 드리고 잠시 앉아있다가 나온다. 매 순간 겸손한 마음으로 감사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분이 계시니 여행 중에도 늘 평안할 수 있다.
몽마르트르(Montmartre) 언덕 전망대에 서서 파리 시내를 내려다본다. 나는 얼마나 작은가. 우리 삶은 얼마나 사소한가. 하늘에 닿을 듯 높은 곳에서 티끌 같은 우리의 일상을 내려다보면 드는 생각이다. 사람들이 전망대를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자연은 나의 걱정과 불안이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해 주고, 무한한 격려와 위로를 나눠준다.
파리여행 5편으로 이어짐.
2022.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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