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프랑스 파리(Paris) 여행 2편
파리(Paris)는 지하철역 입구 디자인도 신선하다. 마치 놀이동산의 놀이기구 안내판 같다. 핼러윈 시즌인 듯한 느낌도 난다. 지하철역(Metropolitan) 출입구 좌우에 달린 빨간색 조명까지 독특하다. 디자인의 근원이 궁금하다. 패션의 도시 파리에는 사실 어울리지 않는 공공 디자인이라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잠깐 걸은 듯한데 금세 몽파르나스 타워(Tour Montparnasse)에 도착했다. 파리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꼭대기 루프 테라스와 56층 전망대에서 파리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윤서가 전망대 입장료가 무료라고 해서 왔는데 얼마 전부터 입장료가 생겼다. €15. 잠시 고민하다가 오늘은 안 올라가기로 한다. 가성비를 따졌을 때, 그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파리의 전망을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파리의 전망은 몽마르트르(Montmartre)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윤서랑 은근히 마음이 잘 맞다.
슬슬 배도 고프고 춥기도 해서 버스를 타고 세인트 마틴 성당(Saint Martin desChamps Priory)이 있는 마레지구(Rue au Maire)로 이동한다. 버스요금은 편도 €2, 3천 원 정도. 마레지구에는 식당도 많고 쇼핑할 곳도 다양해서 많은 사람들로 늘 붐비는 곳이다. 점심 먹을 곳을 고르는데 대부분의 식당이 벌써 손님으로 가득하다.
파리도 인구 밀도가 높은 편인가, 오늘이 평일이라 그런가, 주위에 사무실이 많은가, 혼자 잠시 생각하는데 윤서가 발빠르게 서칭을 하더니 식당 한 곳을 고른다. 2인용 테이블 하나가 마침 비었다. 기쁜 맘으로 자리에 앉아 메뉴를 고른다. 나는 Quichi라는 애플파이 같은 거랑 샐러드를 고르고, 윤서는 파니니(panini)라는 바삭한 바게트로 만든 샌드위치를 고른다. 내가 고른 메뉴도 맛있고 윤서의 파니니도 맛있다. 프랑스어로 된 메뉴판이지만 친절하게 사진을 같이 넣어둔 덕분에 메뉴 선택이 성공적이었다.
1시간 조금 넘게 천천히 이야기하며 음식을 먹고 나왔다. 배도 부르고 하늘도 맑고 오후가 되니 그리 춥지도 않다. 추울까봐 옷을 많이 껴입었더니 움직임이 둔할 정도다. 센 강(Seine R.)을 따라 산책하며 파리의 공기를 찬찬히 느껴본다. 영국의 수도 런던, 프랑스의 수도 파리,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 대부분의 수도들이 도시 가운데 큰 강을 품고 있다. 한 도시의 아름다움을 잠시 둘러보는 것으로는 알 수 없지만 파리는 고집스럽고 도도한 공작부인 같은 도시다. 좋고 싫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나와는 잘 맞지 않는 도시라는 건 알 수 있다.
센 강(Seine R.) 가운데는 우리나라 여의도와 같은 섬이 두개 있는데, 시떼 섬(Ile de da Cite)과 솅루이 섬(Ile Saint Louis)이다. 시떼 섬이 솅루이 섬보다 크기는 더 크다. 시떼 섬에는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Cathedrale Notre-Dame de Paris)이 있다. 노트르담 성당은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02-1885)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유명한데, 13세기에 지어진 유서 깊은 건축이다.
성당에 들어가는 건 무료이고 타워 전망대는 입장료가 있다. 모든 전망대가 그렇듯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성당 앞엔 시즌에 맞게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있다. 성당의 규모도 상당하고 건축 형식이나 디자인이 바라보는 면마다 각기 달라 앞쪽, 옆쪽, 뒤쪽 모습이 마치 다른 건물처럼 보인다. 두 개의 쌍둥이 타워가 있는 앞쪽 모습이 우리가 주로 사진에서 보는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모습이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마주 보는 위치에 주 경찰본부(Prefecture de Police)가 있다. 잘은 모르지만 건물의 외관은 멋진데 행정업무처리에 대해서는 악명이 높은 기관으로 알려져 있지 아마.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이면 주 경찰본부 건물 외벽에 프랑스 국기 색깔의 조명을 비춰서 관광지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 위치한 덕분에 같이 유명세를 타는 듯하다.
프랑스 파리는 역사적으로 부유한 나라의 수도답게 도시 전체가 계획적으로 잘 조성되어 있고, 센 강변의 주요 건물들은 모두 웅장하고 화려하다. 그렇다면 조화롭고 균형 있는 느낌이 들어야 할 것 같은데, 도시 내부적으로도 묘한 이질감이 느껴지는 도시다. 여행자인 내겐 더욱 그러하고. 이유가 뭘까. 프랑스와 프랑스인에 대해 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시떼 섬(Ile de da Cite)에는 또 하나의 유명한 장소가 있는데 퐁녜프(Pont-Neuf) 다리다. 센 강 가운데 위치한 시떼 섬을 가로질러 파리의 남쪽과 북쪽을 연결하는 교량이다. 퐁녜프의 연인들(The Lovers On The Bridge)이라는 영화의 배경인데, 영화의 이름대로 이 다리는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다리의 난간에는 철조망을 설치해뒀는데 세계 각국의 연인들이 사랑의 증표로 자물쇠를 걸어놨다. 최근에 걸어둔 자물쇠는 반짝이고 예쁜데, 오래되고 녹슨 자물쇠들이 한가득 걸려있는 부분은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퐁녜프의 미래를 위해 철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무척이나 행정공무원 다운 생각을 해본다.
파리여행 2편으로 이어짐.
2022.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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