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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벨기에_8] 벨기에 브뤼셀(Brussels) 여행 5화ㅣ크리스마스 시즌 (ft.해외여행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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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브뤼셀 중앙역(Bruxelles-Central)에 내려 밖으로 나오면 어제 눈이 펑펑 내리던 때 눈바람을 맞으며 걸어 내려온 언덕길이 바로 앞이다. 오늘은 춥긴 하지만 눈이 오지 않으니 경치가 제대로 보인다. 몽데아흐공원(Jardin du Mont des Arts)을 돌아보고 있는데 아프리카 지역에서 온 듯한 흑인 남자 3명이 옷을 나만큼이나 많이 껴입은 채로 다가온다. 공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길래 그럼 나도 찍어달라고 하며 서로 기념촬영을 해준다. 헤어지고 걸어 내려오다 뒤돌아보니 똑같은 자리에서 다른 사람에게 또 사진을 부탁하고 있다. 흠. 내가 사진을 너무 대충 찍어줬나, 맘에 안 들었나, 내 사진은 잘 찍혔던데, 그들의 카메라가 문제였겠지, 생각하며 자리를 뜬다.   

건물 외벽마다 거의 시계가 붙어있고, 이번에도 시각이 잘 맞다. 오후 4시 30분. 겐트에서 출발하기 전에 점심을 먹고, 기차에서 간식을 먹어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벨기에에 왔으니 와플은 하나 먹어봐야겠다 싶어서 어제 미리 봐 둔 와플가게로 간다. 


간판에는 €1 와플이라고 홍보를 엄청 하더니, 이것저것 토핑 올리니 €7를 내란다. 주문한 와플을 받아 들고 보니 토핑을 너무 많이 올렸다. 아래에 깔린 와플 빵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당연히 2인분이라고 생각했는지 포크도 두 개를 꽂아준다. 양이 많아서 반쯤 먹었는데 벌써 숙소에 도착했다. 로비에 앉아서 마저 먹고 방으로 올라간다.  


1시간 정도 따뜻한 물을 틀어놓고 샤워를 한다. 꽁꽁 얼었던 몸이 녹는다. 샤워하고 나와서 라디에이터 온도를 높여두고 침대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쉴라가 들어온다. 어제 나에게 겐트 당일여행을 추천했던 뉴질랜드 출신 친구인데 저녁 안 먹었다고 같이 내려가잔다. 1층 카페에 앉아서 쉴라가 사 온 소시지랑 칩스를 먹고 있는데, 한국인처럼 생긴 아이가 냄비에 라면을 끓여온다. 독일에서 유학 중인 일본인이고 저녁을 못 먹어서 라면을 끓였다고 같이 앉아도 되냐고 물으며 우리 테이블에 앉는다. 셋이 나이도 비슷하고 해서 쉴라가 가져온 맥주에 같이 음식을 나눠먹으며 한참을 떠들었다. 쉴라는 내가 뉴질랜드에 가면 차로 뉴질랜드 일주를 시켜주기로 했다. 일본인 친구는 이름이 시호, 시원시원하고 털털한 성격이다. 독일에서 건축학 석사과정 중인데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벨기에랑 프랑스를 여행하고 있다고 한다. 시호가 먼저 자러 올라가고, 쉴라는 옆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던 다른 일행과 조금 더 놀다가 오겠다고 해서 나도 30분쯤 후에 방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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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왼손 약지 부분에 빨갛게 반점이 올라오더니, 저녁엔 엄지손가락 쪽에도 반점이 생겼다. 가렵기도 하고 뭘 잘못 먹어서 알레르기 반응이 생겼나 하면서 아까 저녁에 애들한테 물어보니 '동상'이란다. 눈 오는데 돌아다니고 영하의 날씨에 장갑도 안 끼고 휴대폰이랑 카메라 들로 사진 찍고 했더니, 동상이 걸렸나 보다. 며칠 지나면 낫는다니까 따뜻한 물로 찜질하고 로션을 잔뜩 바르고 잤다.     


오늘은 드디어 내가 브뤼셀에 온 첫날 내 신용카드를 집어삼킨 ATM기기가 있는 은행이 문을 여는 월요일이다. 카드 찾아서 오후엔 프랑스로 가야 한다. 아침을 먹고 숙소에서 기다렸다가 9시에 바로 은행으로 갔다.

 

내가 2번 고객. 은행 직원은 외국인이 아침부터 왜 왔을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인사를 한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으며 "내 카드가 너네 은행 캐시 머신 안에 들어있다."라고 말했고, 직원은 바로 알겠다며 ATM기기 쪽으로 간다. 잠시 후 카드 3~4개를 갖고 오더니 이름을 묻는다. 그런데 그중에 내 카드는 없다. 순간 카드가 없어진 게 아닐까 당황했다. 금요일에 내가 돈을 뽑으려고 카드를 넣고, 돈이 안 나와서 이것저것 눌렀더니 경보음이 울리고 기기가 카드를 삼켜버렸다, 혹시 너네 은행 직원이 주말에 나와서 내 카드를 따로 챙겨둔 것이 아니냐 따져 물었더니, "카드를 넣은 게 큰 기기냐 작은 기기냐?" 묻는다. 내가 둘 중 큰 기계라고 했더니 은행이 떠나가도록 큰 소리로 웃더니 "그건 프린트기다"라고 말한다. 헐. 내가 그럼 프린터기에 카드를 집어넣었다는 말인가. 직원이 다시 기계 뒤쪽으로 가더니 카드 하나를 가져온다. 내 카드다! 어찌나 반가운지! 은행 직원이 내 카드가 구멍을 막고 있어서 주말에 다른 사람들이 프린트기 이용을 못했을 거라고 한다. 나도 주말 동안 카드도 못 쓰고 현금도 인출 못했다고 작은 소리로 구시렁거려본다. 

 

그러더니 갑자기 '커피' 한잔 준단다. 내가 '노 땡큐' 그랬더니 계속 '커피'를 주겠단다. 그러면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길래 아침이고 외국인이라 커피 한잔 주려나 보다 싶어서 따라 들어가니 어딜 들어오냐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내가 '커피 준다며?'라고 했더니 또 폭소를 하며 "노 커피! 카피카피!!" 란다. 내 카드랑 신분증을 하나 복사해놓는다는 거였는데, 그 사람도 영어 발음이 이상하고, 나도 흥분해서 나 듣고 싶은 대로 들었나 보다. 무튼 은행 직원이 카드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고 즐거운 여행 되라며 인사한다. 앞으로는 영어 안내문이 없으면 옆에 물어보고 카드를 넣어야겠다. 세상에 ATM기기 있는 곳에 프린트기를 왜 갖다 놓은 거야 헷갈리게. 

 

손에 동상이 걸리기도 했고 시간도 남아서 따뜻한 방에서 체크아웃 시간까지 있다가 나가기로 한다. 프랑스 파리로 가는 유로라인 버스는 오후 2시 30분 출발이라 5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11시쯤 숙소에서 나와서 근처 만화박물관(Centre Belge de la Bande Dessinee)을 찾아간다. 만화의 도시 브뤼셀. 입구부터 커다란 캐릭터 조형물이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입장료가 1만 5천 원 정도 하는데 나는 사실 아는 만화도 별로 없고 해서 로비랑 기념품샵만 둘러봤다. 아기들은 로비에 실물 크기로 제작된 캐릭터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스머프, 어린 왕자 피규어도 있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 아주 작은 게 5만 원, 손바닥 크기 만한 것은 50만 원 정도 한다.

 

 

박물관에서 나와 점심 메뉴를 생각하다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명한 홍합요리를 먹으러 간다. 부셰 거리(Rue des Bouchers)에는 홍합요리 전문 식당이 모여있다. 어느 곳으로 정할지 길을 지나가는데 호객꾼들이 자기 집으로 오라고 난리법석이다. 잠시 식당 안쪽도 들여다보고, 가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홍합요리는 포기한다. 뭔가 위생적이지 않은 느낌도 들고, 해외에서 조개 먹고 탈 나면 안 될 것 같아 안전한(?) 메뉴로 변경한다.  


식당 골목 바로 옆이 그랑플라스(Grand-Place) 광장이라 맑은 날 다시 한번 보고 싶어 다녀온다. 첫날은 광장이 아늑하고 작다는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광장이 꽤 커 보인다. 날씨 탓이겠지. 관광객도 많아서 걸어 다니면 옷깃이 서로 스칠 정도로 사람이 많다. 죽 한번 돌아보고 이제 유로라인 버스 정류장 쪽으로 이동한다.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브뤼셀 중앙역 근처 샌드위치 가게에 가서 치킨샐러드랑 수프를 시켜서 점심으로 먹는다. 나의 안전한(!) 점심식사는 역시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 여행 중엔 먹던 것을 먹는 게 가장 좋다. 별식은 종종 복통을 일으켜 여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주변을 산책하다 2시쯤 유로라인 버스 정류장 쪽으로 슬슬 움직인다. 오늘 저녁에 나는 프랑스 파리에 있을 예정이다.  

 

2022.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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