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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벨기에_7] 벨기에 겐트(Gent) 당일 여행ㅣ크리스마스 시즌 (ft.해외여행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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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슬슬 배가 고프다. 손도 시리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들어간다. 엄청 두꺼운 피자 한 조각과 작은 샌드위치, 음료를 사서 먹는데 두꺼운 피자 조각 안에 토핑이 많이 들어있어 그것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나는 피자 조각이라고 주문했는데 다시 보니 모양만 그렇고 무슨 요리다. 무튼 맛있고 배 부르니 됐다. 샌드위치는 결국 못 먹고 가방에 넣어둔다. 이따 브뤼셀 돌아가는 기차에서 먹어야지.


식당에서 나와서 아까 매서운 칼바람에 놀라서 다 둘러보지 못한 강변으로 다시 간다. 솅 미카엘 다리(Sint-Michielsbrug)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보이는 풍경이 마치 노르웨이 베르겐(Bergen) 항구의 브리겐(Bryggen) 목조가옥을 보는 듯하다. 장난감 집들을 모아둔 것 같다. 한국인인 내 시선에서 장난감이지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겐 그냥 집 모양일 테지만 특이하고 재미있는 생김새다. 

 

겐트(Gent) 여행을 강력 추천한 쉴라 말에 의하면 겐트는 다양한 볼거리가 좁은 지역에 집약되어 있는 곳이다. 수긍할만한 의견이다. 기차역에 내려서 걸어오는 동안 심심한 겐트 풍경은 이곳 중심지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굳이 이리저리 옮겨다니지 않아도 다채로운 볼거리를 한 곳에서 다 볼 수 있다. 당일 여행지로 추천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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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을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면 그라벤스틴 성(Gravensteen Castle)이 있다. 10세기경에 지어진 성이라고 한다. 병기 박물관이 있고, 성곽 위에 올라가면 겐트의 전망을 내려다볼 수 있다. 입장료가 있는데 그래서 나는 입장료를 내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데까지만 들어가 보고 나왔다. 이유는 높은 성곽에 오르면 바람이 더 강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추운데 굳이 올라갈 것까지야 있겠나 하는 맘이다. 사진으로도 깃발이 펄럭이는 것이 얼마나 추울지가 예상된다. 성곽의 작은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니 액자에 넣어둔 사진을 보는 듯하다. 


성곽을 따라 한바퀴 돌아본다. 뒤편엔 보트를 타고 강을 유람하는 사람들도 있다. 계속 걷다가 잠시 쉬어가려고 교회인 듯 보이는 건물로 들어갔는데 건물 모양부터 독특하다. 마치 건물에 눈과 코가 있는 듯하다. 입구도 고급스럽다. 들어서니 자동문이 윙 열린다. 교회가 근사하다는 생각을 하며 들어가는데 엄청 따뜻하고 장식도 예쁘다. 나도 모르게 '오오오오~' 좋다고 소리를 냈더니 입구에 서 있던 노신사분이 웃으신다. 입을 닫고 안쪽으로 쭉 들어가니 분위기가 약간 교회가 아닌 듯하다. 더 안쪽으로는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식사 중이다. 음. 교회가 아니라 레스토랑이구나! 입구에 서 있던 노신사분은 레스토랑 지배인이었나 보다. 내가 여기 식사하러 온 게 아니라 잘못 들어왔다는 것을 눈치채고 웃으셨던 듯하다. 무튼 최대한 자연스럽게 레스토랑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나가면서 그 노신사분께 인사를 했다. 그분도 크게 웃으면서 출입구 쪽으로 손을 가이드하듯 뻗는다. 구경 잘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장난감 가게 앞을 지나가는데 아이가 입을 삐죽 내밀고 혼자 가게에서 나온다. 가게 안쪽에선 부모인듯한 사람이 아이를 부르며 따라나온다. 뭔가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받지 못했나 보다. 코트에 양손을 찔러 넣고 뾰로통해서 걸어 나오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겐트에는 그라피티 골목(Graffiti Street)이 있다. 내가 그라피티에 선입견이 있는 것인지, 뭔가 겐트와 그라피티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그라피티 골목을 지나 큰 길로 나오면 시청사(Ghent City Hall)가 나온다. 겐트 시청은 건축의 4개 면이 각기 다른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복합 건축이다. 서로 다른 건물이 붙어있는 듯한데 하나의 건물이다. 이 건물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타워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는 박물관에 들어갔는데, 티켓부스에서 안내하는 사람이 €6를 내면 박물관 전체와 전망대를 올라가 볼 수 있다고 설명해준다. 카드결제가 되냐고 물어볼까 잠시 망설이는데, 내 눈치를 읽었는지 1층 홀은 무료입장이라고 덧붙인다. 그럼 홀만 둘러보고 갈게요 하고 홀에 전시된 만화 그림을 구경한다. 누가 그린 것이고,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림이 마치 <월리를 찾아라> 책을 생각나게 한다. 

 

이제 다시 브뤼셀로 돌아간다. 날씨가 좋았는데 바람이 점점 많이 불고 현재 기온은 영하 6℃를 가리킨다. 그만 가야할 때다.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대학 캠퍼스 느낌의 건물이 보인다. 겐트 대학교(Ghent University)의 부속 건물인듯하다.  


브뤼셀로 가는 기차가 주로 정차하는 플랫폼을 찾아 정차해있는 기차를 한대 발견한다. 열차 문 앞에 서 있는 직원에게 브뤼셀 가는 기차가 맞냐고 물어보니 얼른 타라며 손짓을 한다. 기차에 오르자마자 문이 닫히고 기차가 출발한다. 밖에 서서 엄지를 치켜드는 직원에게 나도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객차 안으로 들어가 자리는 잡는다. 아침에 타고 온 기차보다 깨끗하고 기차 내부 컨디션도 무척 좋다. 당연히 승차감도 좋고. 심지어 2층 기차인데 자유석이라 2층에 올라가서 마주 보는 좌석 2개를 차지하고 앉아 신발 벗고 다리 뻗고 바로 잠들었다.   

잠시 잠에서 깼는데 뭔가 분위기가 쎄 하다. 2층 죄석엔 나 밖에 없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볼 데가 없어 밖을 내다보니 브뤼셀이다!! 벗어둔 신발은 신지도 못하고 손에 들고, 옷이랑 목도리도 옷걸이에 걸어둔 거 급하게 챙겨서 2층에서 뛰어내려 가는데 입구에 서 있던 직원이 여기는 브뤼셀 미디 역(Bruxelles-Midi, 브뤼셀 남부)이라며, 브뤼셀 중앙역에 가는 거면 다음 역이라고 알려준다. 기차역 승무원들은 정말 센스가 넘친다. 나 같은 관광객은 대부분 브뤼셀 중앙역에 내리니 내가 여기 내리면 안 될 거라는 걸 미리 예상한 것이다. 무튼 다시 2층으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 신발 챙겨 신고 외투 입고 목도리도 챙겼다. 5분 후 브뤼셀 중앙역에 무사히 내렸다. 내가 타고 온 기차인데 갈 때 탔던 기차랑 너무 달라서 내가 아마도 잘 못 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왕복으로 가장 저렴한 표를 구입했는데, 쿨쿨 자는 바람에 기차표 검사도 그냥 넘어간 것이 아닐까 싶다. 

 

어찌 됐건 겐트 당일여행을 무사히 잘 다녀왔다. 영하 6℃인 겐트가 추워 브뤼셀로 돌아왔는데 여긴 영하 8℃, 눈만 내리지 않을 뿐 어제만큼 춥다.  

 

2022.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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