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프랑스 파리(Paris) 여행 4편
샹젤리제 거리(Av. des Champs-Elysees)는 마치 파리가 자신의 부를 전 세계에 과시하는 장소인 듯하다. 거리의 조형물, 조경, 규모, 입점 브랜드 모든 것이 자본주의의 전형을 따르고 있다. 샤넬, 루이뷔통, 에르메스 등 명품 디자이너 숍과 벤츠 같은 자동차 브랜드까지 고급 매장이 즐비하다. 아케이드 입구에 40개의 부띠끄가 있다고 안내되어 있다. 40개 중에 우리나라 브랜드가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뜬금없는 애국심 무엇?
숙소가 개선문(Arc de Triomphe) 쪽이라 샹젤리제 거리를 끝까지 걸어볼 수 있었다. 군것질 하며, 이리저리 구경하며 걸으니 30분 정도 걸려서 개선문에 도착한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곧 새해라 그런지 개선문도 한 몫하고 있다. 조명이 시시각각 변한다. 개선문 앞을 지나가는 자동차들은 검소하다. 화려함과 부를 드러내길 즐기는 파리(Paris)와 부를 드러내길 꺼리는 파리지앵(Parisien) 인가. 뭔가 휘황 찰란 한 개선문과 대비되는 이미지가 흥미로워 사진으로 남겨본다.
개선문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숙소가 있다. 개선문이 있는 곳은 샤를 드 골 광장(Pl. Charles de Gaulle)인데 자그마치 12개의 도로가 교차된다. 회전교차로 형태로 되어있는데 12개의 도로가 걸려 있으니 정신을 바짝차려야할 듯하다. 나는 12개의 대로 중 하나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나와서 빅토르 위고 거리(Av. Victor Hugo)로 들어간다. 건물 외벽에 붙은 도로명을 확인하고 들어선다.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02-1885)가 살았던 동네인가, 작가 이름이 도로명으로 사용되고 있다니 근사하다. 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 <노트르담의 곱추>의 작가다. 찾아보니 그가 말년을 보낸 거리를 그의 80세 생일을 기념하여 '빅토르 위고 거리'로 개칭했다고 한다. 그리고 1885년 위고가 83세로 별세했을 때는 국장으로 예우했다고 한다. 빅토르 위고에 대한 프랑스의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알 것 같다.
길가에 전기차 충전기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자그마한 전기차 한 대가 충전 중이다. 겨울철엔 전기차 배터리가 쉽게 방전되지 않을까, 남 걱정을 잠시 하며 조용한 밤거리를 걷는다.
숙소에 도착했다. 출입구에 여러 보안장치가 되어있다. 로비의 자동문도 번호키를 눌러야 열린다. 파리에서 일하며 혼자 이런 아파트에 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치안이 좋은 동네에 주변 환경도 괜찮고, 아파트 컨디션도 이 정도면 혼자 살기 적당한 것 같다. 여행 다니면서 한인민박은 처음인데, 이것이 마지막이 될 듯하다. 다양한 이유로. 한식을 아침, 저녁으로 준다는 것이 거의 유일한 장점이다.
파리에서의 여행 첫날이 지나간다. 그리고 내일은 12월 31일,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새해를 파리 에펠탑 앞에서 맞이하려고 여행 일정을 일부러 이렇게 잡았다. 나름의 새해 다짐 거리도 있고,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기 위한 여행이다. 12월 31일 내일 밤, 그러니까 1월 1일 자정이 기다려진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식사를 챙겨 먹고, 생수와 간식 약간을 가방에 넣어 나왔다. 어디서든 잠을 잘 자는 편인데 여행 다닐 땐 더 잘 잔다. 딱히 머리 쓸 일은 없고 하루 종일 걷느라 몸은 피곤하다 보니 늘 꿀잠이다.
오늘은 몽마르트르(Montmartre) 언덕에 가기로 한다. 같이 방을 쓰는 사람 중 한명이 어제 미술관에서 소매치기를 당할 뻔하고, 또 다른 한명은 몽마르뜨 언덕에서 돈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파리에서도 몽마르뜨는 특히 위험한 동네라 나도 혼자가려니 조금 긴장된다. 다들 내게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당부한다. 여권은 숙소에 두고, 지갑은 외투 안쪽 주머니에 넣고, 폰은 지퍼가 있는 외투 윗주머니에, 카메라는 손목에 꽁꽁 감고 출발한다.
숙소에서 몽마르뜨 까지는 걸어서 약 1시간 30분이 걸린다고 나온다. 그 정도는 주변 구경하면서 걸을만하다고 생각하며 어제 지나온 개선문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아침의 개선문은 담백하다. 조명이 화려한 밤의 개선문보다 있는 모습 그대로의 개선문이 그 웅장함을 더 잘 드러낸다. 이른 시각이라 도로에 차도 별로 없고 사람들도 거의 안 보인다.
관광지가 아닌 로컬 사람들이 사는 곳을 거니는 것을 좋아한다. 이곳이 내가 사는 곳이라는 상상을 하며 로컬 인척 하는 것도 재미있다. 사실 여행 다닐 때 무채색의 무난한 내 옷차림은 로컬이나 마찬가지다. 외투 호주머니에 손 찔러 넣고 다니면 동네 마트 가는 사람이나 다를 게 없을 정도니 말이다.
여행지에서 내가 길을 찾는 방법은 구글맵에 출발지와 목적지를 찍고 직선 최단거리로 걷는 것인데, 문제는 오르막길이 표시되지 않아 가끔 직선 최단거리가 오르막길 때문에 시간을 더 잡아먹기도 한다. 오늘도 그럴 위험을 감수하고 하던 대로 한다. 걷다 보니 공원이 하나 나온다. 공원을 가로질러 가기로 한다. 몽쏘 공원(Parc Monceau)인데 18세기 콜로네이드(colonnade)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랜 시간이 흐르며 훼손된 부분도 있고 겨울이라 앞에 호수에 물이 없었지만 파리에서 콜로네이드를 본다는 자체가 신선한 느낌을 준다. 공원에는 조깅을 하거나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다.
공원을 빠져나오니 한국, 중국, 일본 등 극동아시아 지역 예술품을 소장한 세르누치 박물관(Musee Cernuschi)이 있다. 입장료는 무료. 현재 일본 관련 전시 중인 듯 입구에 'Le Japon'이라고 쓰여있다. 잠시 들어갔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던 동양 전시품들이 반갑다. 이탈리아 출신 은행가 앙리 세르누치(Henri Cernuschi, 1821-1896)가 세계여행 중에 수집한 동양 예술품들로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다. 19세기에 극동아시아를 여행한 사람이라면 상당한 재력과 더불어 굉장한 모험심을 가진 사람이었겠다.
파리여행 4편으로 이어짐.
2022.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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