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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헤르만헤세 시집ㅣ헤르만헤세, 삶의 깊이가 담긴 시와 드로잉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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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헤르만헤세 시집ㅣ헤르만헤세, 삶의 깊이가 담긴 시와 드로잉 (문예출판사)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의 시집을 소개합니다. 시 한 편 한편에 꿈과 이상을 담으려 한 헤세의 깊은 감성을 느낄 수 있어 제가 사랑하는 시집 중 하나입니다. '나'를 찾는 일에 일생을 바친 헤세의 삶의 궤적을 비슷하게라도 따라가길 원하는 마음으로 저 역시 오늘도 비틀비틀 굴곡진 삶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책을 읽다보면 꼭 제 맘과 같은 작가의 글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그 작가의 인생을 알고 싶어 그 삶의 흐름을 '역주행' 해보게 됩니다. 저에게 헤세는 그런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오늘은 비도 오고, 헤세의 시를 읽기에 참 좋은 날입니다. 울림을 주는 시 몇 편을 공유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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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세상에는
크고 작은 길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도달점은 모두 다 같다 

말을 타고 갈 수도, 차로 갈 수도
둘이서 갈 수도, 셋이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걸어야 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지혜나 
능력은 없다

 

 

시에서 말하는 마지막 한 걸음은 '죽음'을 뜻한다고 하면 해석이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생의 속도가 빠른 이도, 느린 사람도 있고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사람도, 홀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죽음의 순간은 모두에게 낯설고, 그렇지만 오롯이 혼자 가야 할 길입니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죽음의 순간을 맞이할까.. 생각해봅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대할 때 슬프다 아프다 라는 감정도 저 역시 그들을 따라 죽음으로 갈 것을 떠올리면 그저 잔잔히 가라앉을까요. 

 

 

죽음을 생각하면 같이 따라오는 개념이 '겸손'이 아닐까 합니다. 삶에 감사하고 죽음 앞에 겸허한. 충실한 삶에 대한 의무감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하네요. 

 

<책>

이 세상의 어떠한 책도 
너에게 행복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살며시 너를
네 자신 속으로 돌아가게 한다

네가 필요한 모든 것은 네 자신 속에 있다
해와 별과 달이 
네가 찾던 빛은 
네 자신 속에 있기 때문에

 

(중략) 

 

내가 간절히 찾는 빛

그곳으로 인도하는 것이 책

 

새로운 앎에 대한 호기심과 경외 모험과 격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높은 지혜와 지식 앞에 내려놓는 나의 자만

 

책은 수많은 가치를 공유해줍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텐데 도서관을 좋아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듯합니다.

 

 

<기도>

주여, 저를 제 자신에게 절망케 하소서
그러나 당신에게 절망케는 하지 마소서
방황의 온 슬픔을 맛보게 하소서
온갖 고뇌의 불꽃을 핥게 하소서
온갖 치욕을 맛보게 하시고
제가 자신을 가누는 것을 도우지 마시고
제가 뻗어 나가는 것을 도우지 마소서
그러나 제가 완전히 망가졌을 때는
저에게 가르쳐 주소서
당신이 파괴하셨음을
불꽃과 고뇌를 당신이 낳으셨음을
왜냐하면 저는 기꺼이 멸망하고 
기꺼이 죽어 가오리다만
당신의 품에서만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헤세의 <기도>라는 시는 그리스도인인 제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신앙이 얼마만큼 성숙하고 깊어지면 이러한 기도를 드릴 수 있을까요. 


2021.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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