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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에밀ㅣ장자크 루소, 주입식교육의 폐해 (홍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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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에밀ㅣ장자크 루소, 주입식교육의 폐해 (홍신문화사)


<에밀>은 프랑스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의 '교육'에 관한 책입니다. 훌륭한 교육이 중요하며 현재(당시, 18세기 유럽) 주입식 교육에 잘못이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200여 년 전에 쓰인 책이 지금의 우리나라 교육을 꾸짖는 듯합니다.

 

이 책을 집필할 당시 루소는 은둔생활 중이었다고 하는데, 그만큼 순수한 루소의 철학이 담긴 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의 마지막장까지 논스톱으로 읽어나갔을 만큼 제겐 와닿는 부분이 참 많았던 책입니다. 루소가 남긴 말 "자연으로 돌아가자"의 교육분야 버전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연·인간·사물, 이 세 스승에 의해서 교육된다. 이 세가지의 각각 다른 가르침이 서로 모순된다면 그릇된 교육을 받을 것이며, 그 제자는 결코 자기 자신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이다. 이 세 교육이 일치되어 같은 목표를 지향할 때, 그 학생은 자기 목표를 위해 정진할 수 있고 그 결과 원만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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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고 부르는 제도 내의 교육은 상반된 두 개의 목적을 추구하면서도 양자를 모두 놓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항상 모든 이익을 다른 사람에게 주려는 것 같지만, 자신의 이익밖에는 생각지 않는 이중인격자를 만든다는 것인데요, 자연을 통한 가르침과 다른 방향의 교육이 인간 소외를 초래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연의 질서 안에서는 모두 평등하다. 직업을 따르기 전에, 자연은 우선 그들이 인간이 되기를 원한다.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루소)가 그(에밀)에게 주고 싶은 직업인 것이다. 무엇보다 인간이기를 바란다. 운명이 아무리 그의 지위를 바꾸려 해도 그는 언제나 자기 자리에 있을 것이다. 진정한 교육은 교훈보다는 훈련이라고 본다. 우리는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배운다."

(p.16) 

 

어떠한 직업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하지만 루소는 인간은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직업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사명이라는 것이죠. 인간답게, 자유롭고, 건강하고, 근면하게,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기에 '살아가는 것'을 평생 직업이자 훈련이라고 부를 만한 것도 같습니다.    

 

"사람들은 몰려 있을수록 타락한다. 육체의 허약과 정신의 악덕함은 너무 많이 몰려살기 때문에 야기되는 필연적 결과이다. 도시는 인류의 무덤이다. 이것을 되살리는 역할은 언제나 시골이 한다. (p.39)

 

성별에 맞고 연령에 적합한 직업을 주라. 신체를 나약하게 만드는 한 장소에 틀어박혀서 일하는 직업은 그들(인간)에게 재미도 없고 적합하지도 않다." (p.225)

 

루소는 신선한 공기와 채식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루소의 말, "자연으로 돌아가라"와 일맥상통하는 것인데, 기회를 찾아 사람들이 몰려드는 도시는 인간의 자연스러움에 역행하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고 그곳에서 직장을 갖고 살아온 제게 '시골'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영국 유학시절 한적한 도시 근교에서의 생활 경험은 도시의 비인간적인 면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지금 저는 루소가 말하는 '한 장소에 틀어박혀서 일하는 재미없고 부적합한 직업'을 10년 이상 해오면서 이제는 물질이나 명예가 아닌 진정한 나 다움을 좇는 새로운 직업을 탐색 중에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취미로 이것저것 도전해보는 건데요, 그래서 루소의 <에밀>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인간은 벌거숭이로 가난하게 태어나 인생의 비참, 슬픔, 불행, 궁핍, 고통 등을 당하고서 결국에 모두가 죽어야 할 운명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진정한 모습이다. 따라서 인간의 본성에서 가장 근본적인 것과 인간성을 이루는 가장 본질적인 것부터 연구하도록 하라." (p.256)

 

실존에 대한 루소의 가감없는 통찰에 옅은 미소가 지어집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생각하라.'

 

그러면 우리는 적어도 그리 중요하지 않는 일에 시간과 마음을 쓰지 않게 될 것입니다. 또한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같은 처지임을 느끼기 시작한다면 타인의 고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겠지요. 

 

"여행은 자연적인 진보를 빠르게 한다. 인간을 선하게든 악하게든 완성시킨다. 사실 여행하기에 적합한 사람은 무척 드물다. 거짓된 말을 들어도 속지 않을 만큼 강한 사람이나, 악습의 사례를 봐도 그의 유혹을 받지 않을 정도의 정신력이 강한 사람에게 좋다. 출생이 좋고 선량한 성질을 지녔으며 채우려는 진실한 욕망을 가지고 여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갈 때 보다 현명하게 되어서 돌아온다." (p.550)

 

여행에 대한 루소의 통찰 역시 탁월합니다. '자연적인 진보'.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하듯, 자신의 본래성을 탐구하는 데 여행만큼 좋은 것은 없는 듯합니다.

 

저 역시 혼자 세계 30여개 나라를 여행하며 지금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탐색하며 삶에 대한 용기와 호기심을 얻게 되었으니까요. 

 

루소는 에밀에게 "어디 있든 관계없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자기의 의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곳에 있어야 된다는 것은 중요한 일." 이라고 가르칩니다.

 

지금껏 제가 살아온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삶을 반성하며, 나의 의무(본래성, 자연성)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곳을 끊임없이 찾고 도전하며 행동하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내가 살아온 인생에 내 이름 석자를 '서명'할 수 있는 삶, 멋지지 않을까요.


2020.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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