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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벨기에_3] 벨기에 브뤼셀(Brussels) 여행 2화ㅣ크리스마스 시즌 (ft.해외여행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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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한적한 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예쁜 소품을 파는 가게가 종종 보인다. 그리고 소품인 듯한 아기자기한 모양과 색깔을 한 건물들이 블럭 맞추기를 하듯 꼭 들어맞는 크기로 옆 건물과 붙어 서있다. 브뤼셀은 도시 전체가 장난감처럼 귀여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 걷다보니 빗방울이 똑똑 떨어진다. 아침에 작은 크로스백에 빈 공간에 생수를 넣을까 3단 우산을 넣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우산을 넣어왔는데 다행이다. 브뤼셀과 어울릴만한 노란색 우산을 쓰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오후에 눈이 많이 오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고 하더니 빗방울도 더 차갑게 느껴진다. 춥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근처에 교회가 없는지 찾는다. 마침 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우산을 받쳐든 손을 잠시 녹일겸 교회 안으로 들어간다. 찬 바람을 피하는 것 만으로도 온기가 느껴진다. 잠시 자리를 잡고 앉아 카메라 렌즈를 닦고, 콧물도 닦고, 손도 주물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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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채플처치(Chapel Church), 교회 안에는 성탄절을 기념해 아기예수 탄생 장면을 작은 모형으로 제작해뒀다. 조형물 주변에 장식된 트리와 전구 불빛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다. 몸을 적당히 녹이고 나오는 길에 기도와 함께 촛불을 하나 밝혔다. 아래 사진에서 맨 아랫줄 가운데 가장 밝은 빛을 내는 게 내가 피운 초, €1를 기부해야 하는데 현금카드를 잃어버려 현금이 없는 바람에 동전지갑에 있는 40펜스만 뎅그랑. 


만화랑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브뤼셀에 볼거리가 지천에 널렸다. 창문이 없어 삭막한 느낌을 주는 건물 외벽엔 창문을 그려넣었다. 유리벽으로 딱딱한 느낌을 주는 건물 옆에는 또 다른 만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돌로 된 바닥 타일 중간에는 모자이크로 만든 일러스트가 들어가있다. 어쩜 이렇게 귀여운 도시가 있다니! 


막다른 길에 다다르고 보니 길 끝에 리프트가 설치된 것이 보인다. 전망대 겸 윗 동네로 올라가는 리프트인 듯하다. 이용하는 사람이나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없어 그냥 옆 길로 돌아갈까 하다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보기로 한다. 리프트를 탔는데 누르는 버튼이 안 보인다. 문도 닫히지 않고 어떻게 작동을 시키는지 알수가 없어 혼자 안에 타고 맴맴 두 세바퀴를 돌고 있으니 리프트 앞에서 엎드려 구걸하던 거지아저씨가 벌떡 일어나서 오더니 작동을 시켜주신다.

 

아니! 그런데, 옆에 목발 두고 엎드려 계시길래 다리가 불편하신 분인줄 알았는데 두 다리로 저벅저벅 걸어오시네! 못 본걸로 할게요. 무튼 감사합니다. 현금이 없어 사례는 못하고 땡큐만 연발하는데 문이 닫히고 리프트가 올라간다. 오! 

비오는 브뤼셀이 시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전망대에 내리니 빗방울은 더 굵어지고 바람까지 분다. 춥다 추워. 전망대가 있는 윗 동네는 내가 올라온 아랫동네랑 분위기가 또 다르다.

 

 

드넓은 광장 가운데 이름모를 기념탑이 우뚝 서있다. 꼭대기에 있는 게 왕관 같긴한데. 사진을 찍고 보니 비오고 바람 부는데 아무렇지 않게 유유히 걸어가는 저 사람이 기념탑 보다 더 눈에 들어온다. 유럽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난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내공이다. 비 맞는거 싫어서 생수 포기하고 우산 넣어온 나란 사람.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지금 이 비가 곧 폭설로 바뀔것만 같다. 잠시 또 추위를 피할 곳을 찾다가 기념탑 뒤로 웅장한 건물이 보인다. 구글맵을 돌려보니 팔레드쥐스티스(Palais de Justice), 벨기에 고등법원이다. 구글맵의 소개에 따르면 지상에서 가장 높은 법원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듯하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온 언덕에 지어진 건물이니 그럴법도 하다. 그러고 보면 기념탑은 이 법원과 관련이 있는 조형물인가보다.    

법원 건물은 부분 공사중인 듯한데 안으로 들어갔더니 나처럼 비를 피해서 들어온 사람들이 몇몇 보인다. 내부는 거의 박물관 수준이다. 조명까지 신경을 많이 쓴 듯하다. 그래도 중간중간 어디든 비 바람을 피할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여기서 돌아다니다가 한국인 여행객도 만났다. 서로 사진 한장씩을 찍어주고, 좋은 여행이 되길 빌어줬다. 

 

2022.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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