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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벨기에①] 영국 런던 → 벨기에 브뤼셀(Brussels) 여행 루트ㅣ유로라인 버스 (ft.해외여행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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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연휴부터 새해 연휴까지 이어서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런던 빅토리아에서 유로라인 버스를 타고 벨기에 브뤼셀 IN, 벨기에 도시 몇 곳을 여행하고 다시 브뤼셀에서 버스를 타고 프랑스 파리로, 프랑스 여행을 하고 새해에 다시 파리에서 유로라인 버스를 이용해 런던으로 OUT하는 일정이다. 여행 중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긴 시간, 먼 거리를 버스로 이동하는 것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도 된다. 

 

출발하는 날은 크리스마스 당일이라 런던은 버스, 지하철, 기차 모두 단축운행을 한다. 버스도 일부 노선은 운행을 하지 않고, 기차랑 지하철은 아침 8시부터 운행한다. 유로라인 버스 출발시간을 맞추려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6시, 아직 깜깜한 시각에 집에서 나왔다. 이번에도 주인 아주머니는 김치김밥 3줄을 하나씩 도시락에 포장해서 식탁위에 올려놓으셨다. 잘 다녀오라는 메모지와 함께. 감사합니다.  

 

오늘 운행하는 노선을 조회해보니 버스를 3번 갈아타야 빅토리아 코치역까지 갈 수 있겠다. 집 앞에서 65번을 타고 → 킹스턴에서 85번으로 갈아타고 → 퍼트니에서 170번을 타야 하는데 버스가 전부 20~30분 간격으로 있어서 혹시나 늦을까 싶어 일찍 나섰다. 



다행히 역에 도착하니 7:30분. 화장실 다녀오고, 잠시 기다리니 8시부터 수속(Check-in)을 한다. 여권과 티켓 확인 후 탑승. 빵을 오물거리면서 밖에 나가 나를 브뤠셀로 데려다 줄 버스를 찾아본다. 버스 전광판에 Merry Christmas! 나도 메리 크리스마스! 역시 2층 버스는 귀엽다. 메가버스는 좌석이 선착순이라 줄을 잘 서야 한다. 화장실이 가까운 좌석을 피해서 2층 내가 선호하는 자리에 자리를 잡고, 치사하지만 옆 자리에 배낭을 올려놓는다. 편하게 가려고. 드디어 버스가 스르르르 출발하고 다행히 내 옆자리를 사수해서 기쁜 마음으로 다시 빵을 입에 무는데 웬 남자사람이 옆에 앉아도 되냐고 묻는다. 흐아. 이 버스 최종 목적지는 독일 쾰른(Koln)인데, 그래서 빈 좌석이 거의 없다. 옆자리가 비어 잠시 무척 기뻤는데, 결국 나는 배낭을 무릎에 올리고 가게 됐다.



내가 뚱한 표정으로 빵을 먹고 있으니 미안했는지 자기가 이 자리로 온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안물안궁이지만, 결론은 뒤에 앉은 남자가 계속 큰 소리로 통화를 해서 이쪽으로 옮긴 것이라는 것. 남자는 일본인인데 무척 수다스럽다. 일본에서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일하는데 1년을 휴직하고 런던에서 교육학 석사과정 중이란다. 이어서 본인 이야기를 끊임 없이 한다. 난 새벽에 일어나서 졸린데, 빵을 먹었고, 차가 흔들리니, 졸음이 더 쏟아진다. 수다스러운 그분께 쉬어야겠다고 말하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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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쯤 달려 드디어 도버해협(Strait of Dover)을 건너가는 해저터널 앞에 도착했다. 탑승객은 모두 버스에서 내려서 외부에 마련된 출입국사무소에서 출국심사를 받고, 그동안 마약탐지견이 경찰 두명과 함께 차에 올라 곳곳을 수색한다. 심사와 수색이 끝난 후 다시 버스에 탑승하는데 옆자리 일본인이 마치 동행인 듯 나를 챙긴다. 사실 나는 유로라인 버스가 처음이라 중간에 가방을 그냥 두고 버스에서 내리는 것에 약간 당황했었다. 그럴때마다 그 일본인이 이것저것 설명해줘서 많은 도움이 됐다.



유로라인 버스가 커다란 해저 터널을 달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차가 들어갈만큼 커다란 기차에 차가 들어가면 자동차를 가득 실은 그 기차가 해저 터널을 달리는 것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커다란 기차가 그것이다. 버스가 그 기차 안으로 들어가는데 우주선에 탑승하는 느낌?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다. 기차에 들어간 버스는 앞으로 앞으로 이동해서 뒤에 또 다른 차가 들어올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준다. 우와!

 

3시간 넘게 버스를 탔더니 갑갑하기도 해서 버스에서 내려 기차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녀 본다. 버스와 자동차를 가득 싣고 기차가 해저터널을 통과하는 동안은 버스에서 내려 그 기차 안을 돌아다닐 수 있고, 심지어 기차 안에는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다. 이렇게 도버해협(Strait of Dover)을 버스를 타고 건너간다.



아침에 집주인 아주머니가 싸주신 김치김밥 세줄을 냄새날까 못먹고 여기 잠시 내려서 먹었다. 옆자리 일본인에게도 물어보니 김치김밥 정말 좋아한다고 해서 둘이 버스에서 내려 기차 안을 왔다 갔다 하며 한 줄씩 먹었다. 사실 김치 냄새도 나고 혼자 먹기가 좀 그랬는데 같이 먹어줄 친구가 있어 다행이다. 그 일본인은 바나나와 비스킷을 나눠준다. 이제야 서로 이름을 물어본다. 그 일본인 이름은 코타로. 코타로는 이 버스를 타고 독일 쾰른에 있는 친구를 방문하러 가는 길이다. 나는 브뤼셀까지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긴장했다고 하니 코타로는 이 버스를 타고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 여러 곳을 다녀봤단다. 화장실 이용하는 것도 코타로에게 배웠다. 우리를 태운 버스가 있는 중간지점에서 위 사진처럼 작은 문을 3개 정도 통과하면 화장실이 있는데, 소음이 심하고 커다란 공장 느낌이 나서 약간 무섭다. 기차 옆 칸엔 일반 승용차들이 들어가 있다.



위 사진의 안내문을 보면 지금 이 기차에는 커다란 버스가 실려 있으니 1층짜리 기차다. 승용차만 전용으로 싣는 기차는 2층짜리도 있는 듯하다. 자동차를 실은 기차라니, 재미있다. 기차에 난 작은 창문으로 빛이 들어온다. 아마 기차가 해저터널을 통과해 지상으로 나온 듯하다. 코타로의 안내로 다시 버스에 탑승한다. 터널을 빠져나온 기차에서 버스가 내리고, 버스는 다시 고속도로를 달린다. 코타로는 정말 쉬지 않고 말을 한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인 듯하다. 일본 남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길래 일본 남자는 집안일도 안 하고 이기적이라고 들었다고 하니, 그건 옛날이야기고 요즘은 그러면 이혼당한다면서 자기는 집안일, 요리 다 잘한다고 홍보를 한다. 우리나라처럼 일본도 변해가나 보다. 



버스는 런던을 출발한 지 6시간 만에 드디어 브뤼셀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거의 절반이 넘는 수의 사람들이 내린다. 6시간 만에 친구가 된 코타로도 같이 내려서 배웅해준다. 런던에서 다시 만나자며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코타로는 다시 버스를 타고 독일 쾰른으로, 나는 브뤼셀 숙소를 찾아 출발. 브뤼셀 숙소는 버스 내린 곳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오후 4시 정도인데 한밤중인 듯 상점도 대부분 문을 닫았고 도로도 어둑어둑하다. 크리스마스 연휴라 그런 듯하다.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는데 보증금으로 €10를 내야 한단다. 버스터미널에서 바로 오는 바람에 유로화를 못 찾아왔는데, 일단 파운드로 내고 내일 유로화로 바꿔주겠다고 했더니 숙소 바로 옆에 은행이 있다고 다녀오란다. 배낭을 리셉션에 맡겨두고 은행에 갔더니 ATM기기가 2대가 있다.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둘 중 큰 기계에 카드를 밀어 넣고 이것저것 누르는데 뭔가 이상하다. 다시 보니 현금인출기는 옆에 있는 기계다. 카드를 빼내려고 또 이것저것 누르는데 경보음이 울리더니 기계가 잠겼다. 헉. 내 카드!



모든 안내문에 불어인지, 독어인지 알 수 없는 글씨만 가득하다. 옆 기계에서 현금 인출하는 사람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어디론가 전화를 해보더니, 지금은 방법이 없다고 다음주 월요일에 은행 문 열면 직원한테 말해서 카드를 받으라고 한다. 저 카드가 없으면 유로화를 인출할 수가 없으니 벨기에 여행기간 동안은 카드를 써야겠다. 다행히 다음주 월요일 오후에 파리로 이동하는 일정이니 그날 아침에 다시 은행에 오기로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간다. 내가 일요일에 프랑스로 넘어가는 일정이었음 어쩔뻔했나 싶다. 4일 동안 내 카드가 저 기계 안에 잘 있길 바라며.  


리셉션 직원에게 내가 내일 보증금 준다고 했는데 왜 굳이 지금 돈을 찾아오라고 했냐며 괜한 화풀이를 해대니 미안하다고 보증금 없이 체크인해준단다. 다음주 월요일에 은행 가면 카드 돌려받을 수 있을 거라고 걱정하지 말란다. 이런 일이 자주 있나 보다. 혹은 내가 화를 내서 그런 건지도. 방은 6인실 도미토리룸, 2층 침대 3개가 있는데 이미 1층은 다 주인이 있다. 2층 침대 하나에 겉옷을 걸쳐놓고, 캐비닛에 짐을 넣어두고 코타로가 준 바나나랑 비스킷, 과일이랑 김밥을 챙겨서 1층 로비로 내려간다.



로비에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해뒀다. 인테리어에 신경을 꽤 쓴듯하다. 벽에 붙은 것들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테이블 한 곳을 차지하고 앉아 브뤼셀 지도를 체크한다. 리셉션에서 집어온 종이 지도에 내일 갈 곳, 1순위, 2순위, 안 가도 되는데 시간 나면 들를 곳 등을 동그라미 쳐둔다. 카드 때문에 놀랐더니 밖에 저녁 먹으러 갈 생각도 없고 해서 김밥이랑 코타로가 준 음식을 저녁으로 먹었다. 



앉아있으니 또래로 보이는 여자사람이 옆에 앉아도 되냐고 묻는다. 피곤해서 혼자있고 싶었지만 그러라고 하고 잠시 이야기 나눈다. 호주인이고 말레이시아에서 금융 쪽 일을 하고 있는데,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러 브뤼셀에 왔단다. 무척 밝아 보인다. 저 친구에게 나는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 피곤하고 카드도 잃어버렸지만 활짝 웃어 보인다. 어제 브뤼셀에 와서 오늘 이미 한 바퀴 돌았다고 하며 내 여행 일정을 묻는다. 아까 내가 동그라미 친 지도를 보여주고 일정을 스크리닝 받았다.



저녁 같이 먹자고 하길래 이미 먹어서 내일 같이 먹자고 하고, 방으로 올라왔다. 나머지 5명은 여전히 자리를 비운 상태라 여유롭게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저녁 9시. 일찍 자고 내일은 아침 먹고 바로 은행에 카드 찾으러 가야지. 헤어 드라이기 없는 것만 빼면 숙소 컨디션은 괜찮은 것 같다.

 

잠이 들듯 말듯 하는데 이 방을 같이 쓸 5명이 우르르 들어온다. 자는 척할까 하다가 일어나서 인사를 한다. 5명은 모두 대학 동기인데 브라질에서 대학 다닐 때 친구였고 국적은 브라질, 독일, 스웨덴, 포르투갈 다양하다. 그중 브라질 아이가 오늘 생일이라서 밤에 축하 겸 파티하러 나간다고 같이 갈지 물어본다. 잠옷 입고 머리에 수건 두른 내게 예의상 물어본 듯해서 예의상 고맙지만 쉬겠다고 인사했다. 20대 5인이 밤 10시에 파티 의상으로 갈아입는 동안 30대인 나는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2022.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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