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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북유럽_31] 오슬로 뤼게(Rygge) → 런던 스탠스테드(Stansted)ㅣ북유럽 3개국 여행 (ft.해외여행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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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

 

오늘은 드디어 약 2주만에 런던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오슬로(Oslo)에서 남쪽으로 1시간쯤 떨어져 있는 뤼게(Rygge) 공항에서 비행기를 탄다. 비행기 시간이 여유가 있어 숙소에서 아침을 든든히 먹는다. 토스트를 두장 굽고 토마토, 버터, 오이, 햄, 딸기잼을 가져왔다. 여행을 다니면서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조식 서비스인데 특히 토스트에 햄이랑 딸기잼 조합을 좋아한다. 단짠 컨셉. 단점은 살이 쉽게 찐다는 것인데, 여행하며 주로 버스타 지하철 대신 걸어다니는 편이라 이렇게 먹고도 체중은 그대로 유지하는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오늘도 단짠단짠 스타일로 식사를 마치고 짐을 챙겨 숙소를 나선다.

뤼게(Rygge) 공항으로 가려면 오슬로 중앙역에서 뤼게로 가는 기차를 타야한다. 언덕위의 경치 좋고 공기 좋은 숙소를 뒤로하고 트램을 타러 간다. 나이가 더 들어서 오슬로에 온다면 이 숙소에 다시 오진 않겠지만 지금의 나처럼 가난한 배낭여행객이 저렴한 숙소를 찾는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다. 다른 나라의 유스호스텔에 비하면 저렴하지 않지만, 노르웨이의 물가를 기준으로 볼 땐 합리적인 가격에 컨디션이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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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중앙역에서 트램을 하차하고 잠시 역 주변을 둘러본다. 특이할 점이 없는 여느 도시에서도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잠시 여행하며 지나쳐 가는 나의 눈에 비친 노르웨이 오슬로는 '여느 도시'이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 오슬로는 내 삶 속에 런던처럼 크고작은 서사가 있는 곳이겠지. 그것처럼 나 역시 오슬로에서, 베르겐에서, 플롬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노르웨이를 배우고 느낀다. 내게 여행지의 외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자동발매기에서 뤼게(Rygge)행 기차표를 사고나니 출발시각까지 1시간쯤 여유가 있다. 역 뒤편에 있는 오슬로의 랜드마크, 오페라하우스(Operahuset Oslo)를 구경하러 간다. 건물의 옥상에서 건물의 앞마당이 인접한 바다까지 하나로 이어져 있다. 계단을 사용하지 않고 경사로만으로도 건물 지붕까지 사람들이 올라갈 수 있는데, 자연과 건축, 건축과 사람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생각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유람선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든 것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야경도 궁금한데 직접 볼수는 없으니 구글링해서 찾아본다. 근사하다. 마치 리처드 윌슨의 작품 20:50(1987년)을 보고있는 듯하다. 엔진오일을 방 전체에 가득채워 어디가 바닥인지, 천장인지, 바닥이 거울인지 물인지 모호한 아주 생경한 느낌을 주는 작품인데 그 이미지가 오페라하우스를 보는 순간 떠오른다.  


잠시 바닷가 이곳저곳을 쓱 둘러보고 다시 기차역으로 간다. 내게 여행지는 '느낌'과 '냄새'로 각인되는 편인데 오슬로의 느낌과 냄새는 어떤 것이었나를 생각하고 기억하며 기차를 탄다. 오슬로에서 기차를 타고 뤼게(Rygge)역에 내리니 공항으로 연결되는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사실 우리는 공항버스인지도 모르고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지 하고 있는데, 버스기사님이 우리를 보더니 무조건 타라고 한다. 공항가는 사람이 아니면 어쩌시려고 묻지도 않고 타라고 하실까. 잠시 의문을 품었지만, 우리의 모습이 누가봐도 여행자라는 것을 생각하면 수긍이 바로 된다. 센스있는 기사님 덕분에 우린 헤매지 않고 곧장 공항으로 올 수 있었다. 


뤼게 공항(Moss Airport Rygge)은 국제공항인지, 버스터미널인지 알 수 없을정도로 규모가 작다. 아마 유럽 내에서만 운항하는 저가항공사들만 이용하는 공항인 듯하다. 수속창구가 라이언에어(Ryanair)로 도배가 되어있다. 우리는 수하물로 부칠 짐은 없으니 바로 출국장으로 나가는데 보안검색대는 없고 출국심사도 게이트에서 한다. 공항 직원이 게이프 앞에서 여권에 도장을 찍어준다. 게이트로 나가면 계단을 따라 내려가게 되어있는데 밖으로 나가면 눈 앞에 비행기가 있고, 올라타면 끝. 작은 공항이라 정말 버스터미널에서 버스 타듯 비행기를 탄다.  

 

비행기에 딱 탔는데 입구에 덩치 큰 남자 세명이 좌석에 끼이듯 조로로 앉아있다. 기둥이나 커튼도 없이, 비행기 문 바로 옆이 승객 좌석이다. 이륙이나 착륙할 때 안내 방송도 없고, 좌석 앞에 모니터도 없으며, 당연히 물도 없다. 비행기 소음은 마치 오프로드를 달리는 것 마냥 컸고, 승무원들은 큰 소리로 떠들었으며, 승무원이 통로를 막 뛰어다니기 까지 한다. 저가항공, 소형 비행기를 몇번 이용하긴 했지만 이번 경험이 가장 압도적이다. 친구랑 둘이 연신 마주보며 킥킥 댓다. 유쾌한 비행이었다. 


자유로움의 극치를 보여준 비행기였지만 다행히 무사히 런던 스탠스테드(Stansted) 공항에 착륙했다. 스탠스테드 공항은 런던 북쪽에 위치한 공항인데, 우리가 출국할 때 이용한 게트윅 공항보다 더 멀다. 항공료를 아끼려고 저가항공 위주로 일정을 잡아서 런던 내에서도 이동이 많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쯤 달려 드디어 런던에 도착했다.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으로 우리가 정한 메뉴는 당연히 한식. 한식당이 있는 뉴몰든(New Malden)에 가서 한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다. 음식은 3~4인분 분량인데 많지 않았다. 뉴몰든의 한식이 비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북유럽의 물가를 체험하고 와서 그런지 음식 가격이 저렴하게 여겨져서 더 많이 시킨 것 같기도 하다. 무튼 둘이서 접시를 깨끗히 비우고, 친구와는 저녁 7시쯤 헤어져 각자 집으로 간다.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그동안 텅빈 냉장고를 채울 식재료를 장바구니에 담는데 문득 런던이 더이상 '외국'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런던에 살다가 '다른 해외'로 여행을 갔다가 다시 런던으로 왔으니 여기가 내 집이 되어버린 것 같은 그런 것이라고 하면 맞겠지. 역시 가장 바뀌기 쉬운 것도, 가장 속이기 쉬운 것도 사람의 마음인것인가. 집에가면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푹 쉬어야지.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고, 여행에서 돌아오는 것은 더 좋다. 

 

2022.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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