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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생활 봉사

[벨기에_2] 벨기에 브뤼셀(Brussels) 여행 1화ㅣ크리스마스 시즌 (ft.해외여행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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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어젯밤에 같이 놀러 나가자고 하던 일행 5인은 새벽 4시에 술 엄청 먹고 들어와서 불 켜고 떠들어대서 깼다. 비록 바로 다시 잠들긴 했지만, 아침 7시 알람소리에 일어나니 다들 코를 심하게 골면서 자고 있다. 내가 부시럭대도 깰것같지 않아서 불 켜고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가방챙겨 나가도록 다행히 아무도 깨지 않는다. 1층에 내려가서 아침식사를 하고 잠시 쉬었다가 9시 30분쯤 숙소에서 나간다. 

오늘 눈 예보가 있더니 공기가 차다. 어젠 늦은시각이라 어둡고 카드도 잃어버려 정신없는 바람에 몰랐는데 숙소 외벽이 퍼플컬러구나. 예쁜데! 토요일이고 이른시각이라 길에 사람이 없다. 한산하고 스산하기까지 한 브뤼셀의 아침 풍경이다. 이런 풍경 속에 있으니 나 외에 모든 세상이 멈춘 듯하다.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는 건 뭘까. 온 동네가 조용하다. 새벽 조깅을 나온 듯 상쾌하다.   


브뤼셀 그랑플라스(Grand Place) 광장을 찾아가보기로 한다. 늘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유명 관광지는 이렇게 한산한 때에 가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집에서 나올때 손목시계를 깜빡하고 안 차고 왔는데 다행히 브뤼셀 거리를 걷다보면 건물마다 시계가 붙어있는 곳이 많다. 시간도 꽤 잘 맞다. 9시 45분, 딩동댕!

거의 다 온 듯하다. 아침부터 2인 1조로 순찰하는 경찰이 있는 것을 보면 여기도 밤새 술 먹고 길에서 자는 사람이 많은가보다. 혹은 밤새 관광지 근처에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나 살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경찰을 앞세우고 길을 걸으니 왠지 든든하다. 골목길 좌우로 예쁜 초콜릿과 쿠키, 와플 가게들이 쇼윈도를 화려하게 꾸며놓고있다. 아쉽게도 난 그것들을 즐기지 않아 먹을거리가 아닌 볼거리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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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골목 끝에서 광장이 활짝 열린다. 두둥! 우와! 드디어 레 미제라블의 빅토르위고(Victor Hugo, 1802-1885)가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극찬한 그랑플라스(Grand Place) 광장에 도착했다. 사람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광장을 둘러싼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마치 내게 잘 왔다고 안아주는 듯, 포근한 느낌마저 든다. 나만을 위해 준비된 무대 같다. 자기애가 한계치를 뚫고 나온 것인가. 이 공간이 주는 느낌이 너무 좋다. 

위 우측 사진이 브뤼셀 시청사인데, 1400년대에 지어진 고딕 양식의 근사한 건축이다. 이렇게 아늑한 광장의 정 중앙에 시청사가 위치하고 있다니, 브뤼셀은 꽤 낭만적인 도시인 듯하다. 시청사 외벽의 시계도 시간이 딱 맞다. 10시 10분, 딩동댕! 시청사 맞은편, 위 좌측 사진은 브뤼셀 시립 박물관(Brussels City Museum)인데 중국 청나라 시대 건축 느낌이 나는 건 왜일까. 


그랑플라스 광장 중앙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대형 트리가 장식되어 있는데 덕분에 파노라마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내가 기술이 부족해서 가운데 커다란 무엇이 있으면 파노라마 사진을 못 찍는다. 아쉽지만 뱅글뱅글 돌아가며 광장을 여러 각도로 사진에 담았다. 현장에서의 감동을 사진엔 담지 못했지만, 내 기억 속에 잘 담아간다. 아래 왼쪽 사진에 있는 지붕에 금색 장식이 있는 건물은 맥주박물관(Belgian Brewers Museum)이다. 벨기에 맥주, 뭐가 있지, 유명한가, 맥알못은 그냥 지나간다. 

그랑플라스 광장에서는 해가 지고나면 음악과 조명을 동원한 멋진 쇼를 한다. 야경이 정말 멋지다는데 이따 저녁에 다시 들르기로 한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오줌싸개 동상'이 있다. 직접 보면 볼품 없을만큼 작아서 구경꾼을 허무하게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실물이 궁금하다. 오줌싸개 동상 근처라는 표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게마다 오줌싸개 동상을 모티프로 한 다양한 기념품을 진열해놓고 있다. 


초콜릿 가게가 좌우로 즐비한 좁은 골목을 걷다보니 골목 끝에 사람들이 몇몇 모여 서있다. 무심히 지나갈뻔 했는데 잠시 그쪽을 바라보니 골목 모퉁이에 오줌싸개 동상이 있다. 오! 정말 초콜릿 가게 바로 옆에 그냥 허술한 작은 동상, 벨기에를 먹여살린다고 까지 할 정도로 유명세를 타는 그 동상이 이렇게 소박한 곳에 있다니. 각국 대통령들이 벨기에를 방문할때 오줌싸개 동상의 옷을 제작해서 올 정도로 대접받는 녀석인데, 정말 겸손하구나. 심지어 이 동상은 줄리앙이라는 이름도 있다. 크기는 대략 50센치 정도 될까. 지금은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는데 관광객이 몰리는 오후 시간에는 가까이 가서 보기도 어려울 듯하다. 

 

 

프랑스군이 벨기에를 침략해 불을 질렀는데 어느 소년이 오줌으로 불을 끈 것을 기념해서 1916년 제작된 청동상이라는데, 내용은 그냥 전설이지만 실제 벨기에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상징성이 있는 동상이다. 품고 있는 의미와 상징성을 따라 이 줄리앙이 오줌을 싸는 한 벨기에는 평화가 유지될 것이라고 한단다. 안녕 줄리앙? 아이답지 않은 처연한 표정의 동상을 잠시 지켜보다 자리를 뜬다. 

그냥 가려다가 사람이 많지않은 틈을 타서 관광객인 듯한 사람에게 사진을 한장 부탁하고 줄리앙 동상 앞에 섰다. 사진기를 받아들고 사진을 확인하니 찍힌 사진 속에 나보다 더 눈에 띄는 아기가 같이 찍혔다. 아마도 저 아이 눈엔 오줌싸개 동상보다 머리가 까만 동북아시아에서 온 여자사람이 더 흥미로운 볼거리였던 것 같다. 안녕 아가야? 오후엔 눈이 많이 온대 얼른 둘러보고 들어가렴, Have a nice trip! 


길을 따라 골목골목을 걸어다니는데 역시 만화의 나라 벨기에 답게 건물에 아기자기한 만화 그림들이 많이 그려져 있다. 건물이나 상점도 외벽이나 쇼윈도를 정성스레 꾸며놓았다. 특별히 볼게 없는 벨기에가 꾸준히 관광객의 발길을 끄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이탈리아가 조상들 덕분에 노력 없이 관광수입을 벌어들인다면, 벨기에는 열심히 노력해서 관광수입을 만들어내는 나라인 듯하다. 줄리앙 동상이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지. 

 

그랑플라스 광장과 오줌싸개 동상 근처를 벗어나니 다시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길들이 이어진다.  

 

2022.1.

글약방he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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